레고랜드 사태와 후폭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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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제공 = 레고랜드 코리아
사진 제공 = 레고랜드 코리아

2022년 9월 28일, 김진태 강원도지사가 강원도 춘천의 테마파크 ‘레고랜드 코리아 리조트(이하 레고랜드)’의 개발을 맡은 강원중도개발공사의 기업회생을 신청했다. 이 선택으로 대한민국 채권의 신용도가 대폭락해 경제에 악영향을 끼쳤다. 그 전개와 원인을 조망한다.

 

레고랜드 사건의 전개

2010년 강원도는 영국의 멀린 엔터테인먼트 그룹(이하 멀린 그룹)과 춘천에 레고랜드 유치에 대한 1억 달러 규모의 MOA를 체결했다. 2008년, 김진선 당시 강원도지사는 강원도에 동아시아 관광 허브를 세운다는 계획하에 투자유치사업본부를 신설하고 다양한 사업 계약을 맺었다. 레고랜드 유치를 위해 이천, 인천, 대전 등 다양한 지자체와 경쟁한 결과다. 부지 선정 과정과 중도에서 발견된 선사시대 유적 보존과 관련해 논란이 일었으나, 결국 2022년 5월 5일 정식 개장했다.

레고랜드를 조성하기 위해 강원도는 멀린 그룹과 합작해 2012년 특수목적법인(SPC) 강원중도개발공사를 설립했다. 강원도가 지분의 44%, 멀린 그룹이 22.5%, 주식회사 한국 고용정보가 9%를 지니고 있으며 자기주식으로 19.64%를 보유하고 있다.

레고랜드는 건설 자금 조달을 위해 2020년 유동화전문회사인 아이원제일차를 설립하고, 2,050억 원어치의 자산유동화 목적의 기업어음(CP)을 발행했다. 강원도는 여기에 지급보증을 섰다.

그러나 이 자산유동화 증권 중 412억 원을 2022년 9월 20일, 강원중도개발공사가 상환하지 못하면서 투자자들이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는 기한이익상실 상태가 됐다. 레고랜드 개발을 진행하며 발견된 선사시대 유적으로 인한 공사의 연기, 교통 문제로 인한 추가 교통로 건설, 강원도의 주차장 건설 약정 등 다양한 요인들로 공사비가 더 늘어났기 때문이다. 지급보증을 선 강원도가 412억 원을 갚을 의무를 지게 된 것이다.

이 적자 규모를 줄이기 위해 강원중도개발공사는 레고랜드 주변 대지 매각을 필두로 한 대출 상환 계획을 제출했다. 그러나 선거를 통해 도지사가 교체됐고 2022년 9월 28일 김진태 현 강원도지사는 강원도의 부담을 줄이겠다는 명목으로 강원중도개발공사의 기업회생[1]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부지 매각 계획의 신뢰성이 떨어진다는 이유였다.

 

채권이란                         

채권은 쉽게 말해 거래 할 수 있는 빚문서다. 돈을 빌리는 주체가 정부, 지방 정부, 공기업, 회사 등 개인보다 신용도가 훨씬 크기 때문에 만들어졌다. 채권의 가격은 발행이율, 만기일, 신용등급 등에 의해 정해진다.

NICE 신용평가는 단기 신용등급을 A1에서 D까지 6개의 등급으로 분류한다. A1 등급은 적기 상환능력이 최고 수준이며, 현 단계에서 합리적으로 예측 할 수 있는 장래의 어떠한 환경 변화에도 영향을 받지 않을 만큼 안정적이라는 뜻이다. B등급은 적기 상환능력은 인정되지만,  투기적 요소가 내재해 있다는 뜻이며, C등급은 적기 상환능력이 의문시된다는 의미다. D등급은 지급불능 상태에 있음을 뜻한다. 대부분 신용등급이 낮아질수록 채권의 수익률은 높아진다.

대한민국 지방자치단체가 발행하거나 보증해주는 채권들은 대부분 A1 등급으로 책정돼 있다. 높은 신용평가가 중요한 이유는 신용평가가 좋을수록 이자율이 낮아지며, 은행, 펀드, 연금과 같은 큰 자본들이 투자할 수 있는 금액이 커지기 때문이다.

 

기업회생 추진의 여파

이번 강원도의 기업회생 추진으로 강원중도개발공사의 기업어음(ABCP)은 A1 등급에서 C등급으로 강등됐다. 지방자치단체가 보증하는 채권은 국채와 같은 취급을 받고 있기 때문에, 다른 지방자치단체가 보증하는 채권과 다른 기업 채권의 신뢰도까지 크게 하락했다.

기업회생 추진 결과, 2022년 10월 5일 강원중도개발공사의 기업어음(ABCP)이 최종 부도 처리됐다. 이후 한국도로공사 회사채 1,000억 원, 한국전력공사 회사채 1,200억 원을 포함한 다수 회사채와 지방자치단체 보증 채권이 대부분 유찰됐다. 다시 말해, 지방자치단체가 사업을 진행하기 위한 자금 수급이 어려워졌다.

그뿐만 아니라, 신용이 매우 중요한 부동산 업계 중 PF(Project Finance) 업계가 큰 타격을 입었다. PF란 사업에 자금을 조달하는 방식이다. 부동산 PF는 금융회사가 부동산 개발 산업에 필요한 자금을 시행사에 대출해주고 이자를 받는 형태다. 부동산 가격의 하락, 금리 상승과 맞물려 채권의 이자율 상승으로 인해 건설사를 비롯한 PF에 관련된 회사들이 자금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서울 둔촌주공 PF가 7,000억 원 규모의 차환 발행을 실패한 것, 음성군 보증 채권이 차환 실패한 것이 대표적인 예시다.

종합하자면, 이번 사건으로 인해 지방자치단체가 보증하는 채권을 투자자들이 덜 신뢰하게 됐으며, 이는 채권가격의 상승과 이자율 상승으로 이어졌다. 지방자치단체가 보증하지 않는 일반 사기업의 채권은 지방채보다 이자율이 높아졌으며, 이는 기업에 더 큰 악영향을 미쳤다.

[1] 기업회생은 흔히 법정관리라고도 알려져 있는데, 상환 금액 중 85%를 주식으로 지불하고 15%를 장기간에 걸쳐 갚는 제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