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차표 티켓팅에 무인 창구… 디지털 격차 심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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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19 팬데믹 이후 3년간 추석 기차표는 전면 온라인 예매로 진행되었고, 키오스크 등의 무인 창구는 늘어가고 있다. 심해진 디지털 격차 속에서 노인 등 디지털 약자는 갈 곳을 잃었다.
지난 2020년 9월, 코로나 감염 우려로 추석 기차표가 절반으로 감축되고 100% 온라인 예매가 진행되었었다. 그리고 올해도 추석 기차표는 전면 온라인 예매로 이루어졌다. 지난 8월 30일과 31일 오전 7시에 일반 예매가 시작되자 동시 접속자는 만 명을 넘어갔다. 대략 20분을 대기해야 예매 창으로 접속할 수 있었고, 대기 중 화면에서 벗어나면 다시 처음부터 대기해야 할 정도로 많은 사람이 이른바 ‘대국민 티켓팅’에 참여했다. 예약을 위해 페이지에 접속할 수 있는 시간은 3분으로 제한되는 등 디지털 기술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에게는 매우 까다로운 시스템을 가지고 있었다. 2030 세대도 원하던 시간대의 예매에 실패하고, 디지털 기술에 익숙하지 않은 40대 이상의 중장년층과 노인들은 자녀에게 예매를 부탁하는 일도 일어났다.
위와 같은 상황을 예상한 KTX와 SRT 양사는 좌석의 10% 정도를 따로 배정하여 같은 달 29일, 온라인과 전화로 경로자와 장애인을 대상으로 선예매를 진행했다. 그러나 이 하루의 기회를 놓치면 일반 예매를 사용하거나 하염없이 잔여석 혹은 취소석을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그마저도 코레일 앱을 사용할 줄 모르는 사람의 경우 잔여석이 있는지 없는지도 모른 채 오프라인 창구에서 몇 시간을 대기하여 예매해야 하는 것으로 알려져 디지털 격차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양사는 코로나로 인한 사회적 거리 두기가 사라졌으므로 앞으로 일부 좌석은 오프라인 창구에서 예매를 진행할 수도 있다는 뜻을 밝혔지만,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발표하지 않았다.
비단 기차 예매뿐 아니라 키오스크 및 무인점포의 증가도 디지털 격차를 심화시킨다고 지적된다. 현재 무인 단말기에 대한 규격 제한은 강제성이 없어 특정 계층은 사용 자체가 불가한 경우가 더러 있다. 노인이나 장애인에게 키오스크는 사용이 어려우며, 신장이 작은 어린아이에게도 높은 키오스크는 장벽이다. 여러 지자체에서는 노인을 대상으로 ‘디지털 교육’을 시행하는 추세지만, 무인 단말기의 설계 자체에 대한 법안 제정의 필요성은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2021년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이 국가 표준인 무인 정보 단말기 접근성 지침을 기준으로 전국 키오스크 1천 대를 살펴본 결과, 취약계층 접근성 수준이 전체 평균은 100점 만점에 약 66점, 대중교통·쇼핑·의료기관·문화 분야는 평균 50점대에 그쳤다. 무인 단말기 규격에 대한 권고가 아닌 강제력이 필요해진 시점이다.
사회는 변화한다지만 삶을 윤택하게 해야 할 기술이 반대로 취약계층을 만들고 소외시킨다면, 멈춰서 생각해야 할 것이다. 현대의 기술은 ‘누구에게’ 편리한지에 대해.

삽화 = 이경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