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7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과학기술기본법 개정안을 마련하고, 의견 수렴을 위해 11월 18일까지 입법 예고한다고 밝혔다. 과학기술기본법(이하 과기기본법) 개정안은 ‘예비타당성 조사(이하 예타)’를 대체하기 위한 심사 제도로 작용할 전망이다. 국가사업의 예산 편성을 담당하는 예타는 올해 6월 R&D 사업에 대해 전면 폐지 발표됐다.
과기기본법 개정 배경은?
과기부는 이번 과기기본법 개정 배경을 예타 폐지 발표 이후 사업 관리 난도가 높고 필요 예산이 많은 ‘구축형 연구개발사업’의 심사 필요성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이번 개정안에서 구축형 연구개발사업의 범위를 규정하고 사업 특성을 감안한 심사제도를 신설한다고 밝혔다. 구축형 연구개발사업에는 대형 가속기, 우주 발사체 등의 사업이 포함된다. 이러한 사업은 “실패 시 막대한 매몰 비용이 발생”하며, 수행 중에도 지속적인 예산 투입이 필요해 사업 추진 전 충분한 사전 검토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예비타당성 조사는 대규모 공공투자사업과 국가 R&D 사업에 대한 예산 편성을 위해 기획재정부장관 주관 아래 실시하는 제도로, 1999년부터 시행됐다. R&D 분야가 예타 제도에 포함된 것은 2008년이며, 총사업비 500억 원 이상이고 국가의 재정지원 규모가 300억 원 이상인 국가연구개발사업이 해당한다. 하지만 올해 5월 17일 열린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R&D 사업 수행의 신속성을 위해 R&D 분야의 예타 폐지가 발표됐다. R&D 분야는 신속성이 요구되지만, 당시 기획부터 예타 통과까지 평균 3년 이상이 소요돼 예타 제도의 개선이 요구됐다. 6월 4일 과기부는 올해 예타 폐지 발표에 대한 세부 추진 방안으로서 ‘대형 국가연구개발사업 투자․관리 시스템 혁신방안’을 최종 의결했다고 밝혔으며, 폐지 이행을 위해 기획재정부에서는 국가재정법 개정을 추진 중이다.
개정안, 특정 연구 위한 평가 제도 추가한다
과기기본법 개정안의 주요 내용으로는 ▲구축형 연구개발사업 범위 규정 ▲계획변경심사 실시 ▲기술성평가 제도 폐지 등이 포함된다. 구축형 연구개발사업 심사 필요성이 대두되며 이번 개정안에서 해당 사업 범위를 규정했다. 계획변경심사는 구축형 연구개발사업 도중 사업계획 변경이 필요한 경우에 실시하는 심사다. 필요 예산이 많고 사업 수행 중에 지속적인 예산 투입이 필요한 구축형 연구개발사업의 특성상 사업계획 변경 시 실시한다. 기술성평가 제도는 본래 예타 대상 사업으로 신청한 사업에 대해 예타 대상 여부를 평가하는 제도다. 하지만 이는 R&D 사업 예타 폐지로 인해 필요성이 사라져 폐지된다.
예타 폐지, 우려와 환영
국회예산정책처에서 발표한 ‘R&D 예비타당성조사 폐지 관련 주요 쟁점’에 따르면, R&D 예타 폐지에 대해 우려하는 입장과 반기는 입장이 공존한다. 예타 폐지를 우려하는 측에서는 예타 제도가 재정투자의 효율화에 기여한다고 본다. 예타 시행으로 작년 말까지 요구된 총사업비인 58.0조 원을 32.2조 원까지 절감했다는 것이 주요 논거다. 또한, 예타 제도를 폐지하더라도 충분한 보완 제도나 법률 개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있다. 국가 재정의 무분별한 사용을 막는 예타 제도의 폐지를 보완 정책이나 기타 법률 개정 전에 발표하면 부작용이 생긴다는 것이다. 더불어, 예타 폐지로 인해 사업을 쪼개서 신청하거나 다른 기관에서 중복된 사업을 신청할 수 있다는 우려도 보였다. 반면, 예타 폐지에 찬성하는 측은 예타 신청 사업 중 최종 시행 결정되는 사업의 비율이 감소하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든다. 또한 예타 조사 기간은 원칙상 7개월이지만 최근 평균 8.3개월로 증가하고 있다는 점도 내세웠다.
정부에서 예타 폐지의 대안으로 내세운 과기기본법 개정안은 입법 예고 기간에 기관, 단체 또는 개인에게 의견을 받는다. 의견이 있다면 11월 18일까지 국민참여입법센터를 통해 온라인으로 의견을 제출하거나 의견서를 서면으로 작성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에게 우편으로 제출할 수 있다. 의견서에는 예고 사항에 대한 찬성 또는 반대 의견과 이유가 포함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