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래상담자의 「토닥토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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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에 오고부터 진로에 관해 계속 회의감이 들어요. 주변의 친구들을 보면 다들 하고 싶은 것이 명확한 것 같고 그 분야에 관심을 가지고 꾸준히 잘 해 가는데 제 관심은 그것에 비할 바가 못 돼요. 연구에 재미도 못 붙일 것 같은데 나중에 랩실 인턴 등을 하게 되면 어떻게 인간관계나 다른 것들까지 버텨낼 수 있을지 벌써부터 막막하고요… 관심 분야 관련 논문이나 연구실을 찾아보지도 않는 이런 얕은 흥미만 가지고 있었으면서 연구에 몸 담아야겠다 생각한 제가 부끄러울 때가 많아요. 어떻게 해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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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와 관련된 일 만큼 불명확한 건 없다 보니 큰 불안감과 부담을 느끼고 계시는 것 같네요. 더구나 지금까지 생각해 왔던 미래 계획에 회의가 드는데 주변 사람들은 문제 없이 나아가는 것 같은 상황이니 더 초조해지시는 것 같습니다.
역설적으로 들리실 수는 있겠지만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말이 이럴 때 어울릴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나만 뒤처지고 있다는 조바심에서 잠시 거리를 두고, 왜 내가 과학기술원이라는 곳을 선택했는지, 어떤 일을 하고 싶었고 어디에 흥미가 있었는지, 수업 중 재미있었던 것들은 있었는지 찬찬히 살펴보시는 시간을 가지는 것은 어떨까요? 학기 중이 바빠서 힘들다면 휴학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어요. 언젠가 한 번은 하게 될 중요한 고민인 만큼, 신중한 판단을 내리는데 여유를 가지고 충분히 숙고해 보아야죠. 가족들, 고향 친구들과 편안히 지내다 보면 새로운 시각을 얻게 될 수도 있고요.
혹은 과학자 이외의 진로로 나아가신 선배들의 경험을 듣는 것이 더 도움이 될지도 모르겠네요. 저희 학교의 졸업자 모두가 대학원에 진학하고 과학자가 되는 것은 아니니까요. 창업, 해외 기업 취업, 여타 전문직 등 무궁무진하게 열려 있는 길을 폭넓게 살펴보시는 것은 어떨까요? 모두 랩실에서 졸업 논문을 쓰고 가신 분들이기도 하니, 랩실 생활에 대한 막연한 걱정에 대한 해소도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꼭 지금의 선택대로만 삶을 살아가진 않아도 된다는 것, 아시리라 생각합니다. 진로가 뚜렷하면 물론 좋겠지만 그렇지 않다고 해서 나쁘거나 안 좋은 것은 아니잖아요? 교수님들 중에도 심지어는 박사후연구원 때 전공 및 연구 분야를 바꾸신 분들이 더러 계시니 말이에요. 선택을 내리시는데 부담이 된다면 조금 편하게 마음을 먹으셔도 되지 않을까 해서 덧붙여 보았습니다.
아무쪼록 이 고민의 시간들이 가치 있길, 후회가 적은 선택을 내리시길 그리고 결국엔 꽃길을 걸으시길 바라겠습니다!
■ 상담자 : 은행나무
(윤만성(물리), 또래상담자 6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