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과학기술원(GIST, 총장 임기철) 물리·광과학과 김경택 교수가 이끄는 기초과학연구원(IBS, 원장 노도영) 상대론적 레이저과학 연구단 개소식이 2월 28일(금)에 GIST 국제교류동에서 성황리에 개최됐다. 이로써 GIST는 지난 9월 출범한 양자변환연구단(단장 김유수)에 이어 두 번째 IBS 연구단을 유치하게 됐다.
‘초강력’에서 ‘상대론적’으로
‘상대론적 레이저과학 연구단’은 2012년 12월부터 2023년 12월까지 GIST에서 운영된 ‘초강력 레이저과학 연구단’(단장 남창희)의 연구 분야를 확장하여 새롭게 출범한다.
초강력 레이저과학 연구단은 지난 2016년 세계최초로 4페타와트(PW) 초고출력 레이저를 개발했고, 이를 통해 극한 조건에서의 플라스마 및 상대론적 물리 연구의 문을 열었다. 이후 연구단은 레이저 강도를 더욱 높이는 연구를 지속해 2021년에는 레이저 세기 1.1×10²³ W/cm²를 달성하며 세계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기존 레이저 에너지를 더욱 작은 면적에 집중시켜 극한 환경을 조성하며, 레이저와 물질의 상호작용 연구의 중요한 전환점을 마련한 것이다.
연구단은 2023년 말 공식적으로 종료되었지만, IBS는 국내 기초과학 발전에서 초강력 레이저 분야가 차지하는 중요성을 고려해 새로운 연구단의 설립을 추진했다. 그 결과, ‘상대론적 레이저과학 연구단’이 GIST 물리·광과학과 및 고등광기술연구소를 기반으로 새롭게 출범하게 됐다. 단장으로는 김경택 교수가 선임되었다.
초강력 레이저를 이용하여 극한의 물리 현상을 연구하는 김경택 단장은 새로운 극자외선 아토초(Attosecond, 100경분의 1초) 펄스 압축 기술로 기존 기술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을 제안해 세계적으로 주목받았다. 또한, 강력한 레이저를 이용해 나노 구조 이미징 및 반도체 기술 응용에 사용될 수 있는 새로운 극자외선 아토초 펄스 생성 방법을 실험으로 구현하는 등의 뛰어난 성과를 내 초강력 레이저 물리 분야에서 세계적인 연구자로 인정받고 있다. 대표 성과로는 평평한 액체 시트를 사용한 플라즈마 거울에서 생성되는 고차조화파1) 연구(2023, Nature Communications), 극자외선 발생 과정에서 광원의 세기를 고려한 새로운 경로 개발(2018, Nature Photonics), 레이저 필드의 시간적 특성을 높은 해상도로 측정할 수 있는 터널링 이온화 방법 개발(2018, Optica) 등이 있다. 이러한 우수 업적을 바탕으로 한국광학회 학술대상(2022), 한국물리학회 원자분자물리학상(2020) 등을 수상했다.
김경택 단장은 KAIST 물리학과에서 석·박사학위를 받은 후 GIST 고등광기술연구소와 캐나다 국립연구회(NRC)·오타와대를 거쳐 2014년부터 GIST 물리·광과학과 교수를 역임하고 있다. 2014년부터 2023년까지 IBS ‘초강력 레이저과학 연구단’의 그룹리더, 부연구단장직을 수행하기도 했다.
GIST, ‘IBS 상대론적 레이저과학 연구단‘ 개소식 열어
개소식에는 IBS 노도영 원장, 포항가속기연구소 강흥식 소장, 한국광기술원 신용진 원장, 포항공과대학교 남궁원 명예교수, 한국원자력연구원 이기태 책임연구원 등 국내 물리학계 주요 인사들이 대거 참석했다. 행사는 임기철 총장의 축사를 시작으로 노도영 원장, 강흥식 소장, 신용진 한국광기술원장의 축사가 이어졌으며, 이후 김경택 단장이 연구단의 향후 비전과 연구 목표를 설명했다. 행사 마지막 순서로 현판 제막식과 연구단 실험실 투어가 진행됐다.
임기철 총장은 축사를 통해 “오늘 출범하는 ‘상대론적 레이저과학 연구단’이 마치 화성을 향해 이륙하는 탐사선과 같다는 생각이 든다”라며 “화성 탐사선이 미지의 세계를 직접 경험하며 인류의 지식을 확장하듯, 연구단도 초강력 레이저를 이용해 극한의 환경을 구현하고, 미지의 자연 현상을 본질적으로 이해하는 연구를 수행할 것을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아울러 “이 연구단이 언젠가 노벨상 수상의 주역이 될 것이라고 믿으며, 연구단이 목표한 바를 이룰 수 있도록 아낌없는 지원을 다할 것”을 약속했다. 미지의 영역을 향해 거침없이 나아가는 ‘상대론적 레이저과학 연구단’이 놀랍도록 눈부신 성과를 거두기를 축원한다고 덧붙였다.
노도영 IBS 원장은 “상대론적 레이저과학 연구단은 3월 출범하는 IBS 광과학 연구클러스터의 핵심축”이라며, “IBS가 본질적으로 추구하는 ‘새로운 발견’을 이루고, 초고출력 레이저 응용 등 미래에 국가에서 요구될 수 있는 광과학 역량을 보유할 것”이라고 전했다. 또한, “고등광기술연구소와 더불어 GIST가 기초과학이 강한 과학기술원으로 발전하는 새로운 동력이 되길 바란다”라고 당부했다.
김경택 단장은 개소식에서 “GIST가 보유한 세계 최고 세기의 고출력 레이저를 이용하여 중성자별 또는 블랙홀과 같은 극한의 자연환경에서만 발견되는 물리현상을 구현하고 연구함으로써 기초과학발전에 기여할 것”이라며 “또한, 새로운 광원과 입자 가속 기술을 개발해 지역 경제와 산업혁신을 이루는 데 힘쓰겠다”라는 포부를 밝혔다.
연구단의 비전
초강력 레이저 연구는 초고출력·고에너지 레이저를 기반으로 기초과학뿐만 아니라 의료기술·우주·국방 등 응용연구 및 산업 전반에 걸쳐 폭넓게 적용되는 분야다. 특히, 초강력 레이저를 활용한 새로운 광원 기술은 반도체 제조 공정과 정밀 이미징 기술의 혁신을 이끌고 있으며, 나노 기술 및 양자 과학 연구에도 중요한 도구가 되고 있다.
상대론적 레이저과학 연구단은 상대론적 고차조화파 아토초 펄스 생성 및 측정에 대한 연구를 수행하며, 안정적인 입자 가속 기술을 개발하고자 한다. 이를 이용해 상대론적 영역으로 가속된 입자와 빛 입자의 충돌과 같은 극한의 상황에서 일어나는 강력장 양자전기역학현상(Strong Field Quantum Electrodynamics)을 집중적으로 연구할 계획이다. 특히, 중성자별 또는 블랙홀 주변에서 관측되는 양자전기역학적 플라즈마를 실험으로 구현하는 것을 최종 목표로 한다.
김 단장은 “아토초 과학은 물질의 초고속 성질 변화를 관측하는데 유용할 뿐만 아니라, 빛의 세기를 극단적으로 강하게 만들 수 있는 방법을 제공한다”며, “강력한 아토초 펄스를 이용해 양자전기역학 현상 연구를 필두로 빛과 물질의 극한 상호작용을 규명해 천체물리학·화학·생명·양자과학을 아우르는 과학기술 발전에 기여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세계적 수준의 기초과학 연구를 위해 설립된 종합 연구기관 IBS는 본원 및 국내 과학기술특성화 대학인 광주과학기술원(GIST)·한국과학기술원(KAIST)·울산과학기술원(UNIST)·포항공과대학교(POSTECH) 등에 연구단을 설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