엇갈리는 의견의 반도체 특별법,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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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17일 열린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산업통상자원특허소위원회에서 반도체 특별법 통과가 불발됐다. ‘주 52시간 근로제’ 예외 규정의 포함 여부로 여야의 치열한 공방이 오갔지만, 이견은 좁혀지지 않았다.

 

반도체 특별법이란

반도체 특별법(반도체산업의 경쟁력 강화 및 혁신성장을 위한 특별법)’은 국민의힘 소속 이철규 의원이 대표 발의한 법안으로 국내 반도체산업의 경쟁력 유지와 확보에 의의를 둔다. 법안의 주요 내용은 ▲반도체산업을 위한 정부의 직접 보조금 지원 ▲반도체산업 관련 주요 정책 심의를 위한 ‘반도체산업경쟁력강화위원회’ 설치 ▲5년 단위의 ‘반도체산업 경쟁력 강화 기본계획’ 수립 ▲신상품 또는 신기술의 연구개발 업무 종사자에게 근로시간, 휴게와 휴일, 연장ㆍ야간 및 휴일 근로에 관한 규정 미적용 등이다.

 

국회를 표류하는 반도체 특별법

반도체 특별법은 지난해 11월 발의됐다.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는 것은 ‘주 52시간 예외’ 조항에 대한 여당과 야당의 입장 차 때문이다. 현재 300인 이상의 사업장과 공공기관에서는 ‘주당 법정 근로시간 52시간’이 시행되고 있다. 그런데 이 근로제도를 유연화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것이 업계의 요구다. 이에 여당은 ‘화이트칼라 면제(고소득 전문직 근로시간 규율 적용 제외)’ 조항을 내놓았다. 반도체산업의 연구개발직 가운데 일정 수준 이상의 근로 소득자에 한해 근로기준법의 주 최대 52시간 규제를 면하는 조항이다. 미국과 일본도 각각 ‘화이트칼라 이그젬션(white collar exemption)’과 ‘고도 프로페셔널’이라는 이름으로 비슷한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김상훈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반도체산업 내 R&D 분야는 그 특성상 총 2년이 소요되는 신제품 개발 과정 중 6개월에서 1년의 시제품 집중 검증 기간이 필요하다”라며 “이때 R&D 핵심 인력은 3~4일 정도 밤샘 근로도 불가피하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주 52시간제 규제가 반도체산업 경쟁력 하락으로 직결된다고 덧붙였다. 정부와 여당은 대만, 미국, 일본과 중국 등 경쟁국의 사례를 들며 국내 기업의 주 52시간 근로시간 규제는 반도체산업 발전에 불리하게 작용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야당은 정부의 세제 지원과 같이 합의된 내용만 먼저 통과시킨 후 주 52시간 예외 조항은 근로기준법 등에서 논의하자는 견해다.

노동계의 반발도 거세다. 지난 1월 전국삼성전자노조(전삼노)가 연구개발 직군 조합원 904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에 따르면 주 52시간제 적용 제외에 대해 반대하는 조합원은 90%에 달했다. 또, 조합원의 88.2%가 주 52시간 적용 제외가 업무 효율성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는지에 관한 질문에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자유 응답에서 한 조합원은 “연구개발직으로 3년 연속 상위 고과를 받았지만, 월 초과근무 시간은 평균 5시간을 넘지 않는다”라며 “52시간제 적용 제외를 통해 혁신적인 연구를 이루겠다는 것은 연구 업무 성격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구시대적 발상”이라고 밝혔다. 특히 양대 노총은 업계의 영업이익을 비교하며 장시간 노동이 반도체산업 경쟁력에 도움이 되지 않음을 주장했다. 이어 “사용자단체는 작금의 반도체 산업위기를 노동자의 게으름 탓으로 돌리고, 노동시간 규제가 강화된 것이 원인이라며 자신들 경영실패의 책임을 우리 노동자에게 전가하고 법률상 핑계를 대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양대 노총은 여당의 정책에 “반도체산업 최전선에 남아있는 핵심 고급인재들의 이탈과 유출을 가속할 뿐”이라는 강경한 반대 의견을 내비쳤다.

 

지지부진한 ‘반도체 특별법’ 논의에 국민의 힘은 지난 2월 24일 현재의 특별연장근로 제도를 유연화해 반도체 법에 포함하는 절충안을 더불어민주당에 제안했다. 국가의 핵심 산업인 반도체의 성장과 발전을 위해 실질적으로 필요한 제도가 무엇인지 더욱 심층적인 논의가 필요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