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명과학과 전창덕 교수가 지도하고 서원창 박사과정생이 수행한 연구가 국제학술지 <PNAS>에 보고됐다. 연구진은 미세융모가 면역세포의 다양한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밝혀 주목받았다.
T세포 미세융모 형성 원리 규명
GIST 전창덕 교수의 연구실은 면역세포의 하나인 T세포에 관한 연구를 진행한다. 또한 T세포 표면의 미세융모가 내외부의 항원을 인식하는 데 중요한 기능을 하는 구조체라는 사실과 특정 환경에서 방출돼 정보전달체로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최초로 밝혔다. 그러나 여전히 미세융모가 어떻게 형성되는지 또는 T세포로부터 어떻게 방출되는지에 관한 연구는 많이 진행되지 않았다.
연구진은 T세포 표면의 미세융모를 조절하는 인자를 찾아 발굴하고, 이러한 인자에 의해 미세융모가 면역반응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를 밝혔다. 연구진은 T세포 발달 과정에서 이중음성에서 이중양성, 단일양성 단계로 전환하는 과정 중 미세융모의 발현이 이중양성 단계에서만 억제된 것을 확인했다. 또한 이 과정에서 Cdc42 유전자의 발현이 연관됐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Cdc42 유전자는 세포가 특정 부위로 옮겨갈 때 만들어지는 구조체인 filopodia의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연구진은 T세포의 미세융모가 일반적인 세포의 filopodia와 유사한 특성을 가진다는 사실에 주목해 해당 유전자를 통해 미세융모 형성의 분자적인 기전을 밝혀내고 미세융모의 기능적인 연구를 더 설득력 있게 주장했다.
선행 연구에서는 T세포가 항원 지시 세포와 면역 시냅스를 형성할 때 미세융모 구조가 붕괴한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미세융모에 TCR 신호전달 분자가 밀집돼 있어 항원 인식 과정에서 상대 세포 표면으로, 동적으로 이동하는 것을 이전 연구에서 확인했기 때문에 미세융모 구조가 붕괴한다는 사실이 설득력이 없다고 생각했다. 이번 연구에서 T세포의 면역 시냅스 형성 과정에서 미세융모는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TCR이 밀집한 복합체인 TCR 마이크로클러스터 자체란 것을 주장하고 이를 증명했다.
정적 안테나에서 동적 면역 플랫폼으로
T세포 미세융모는 손가락처럼 돌출된 구조로 T세포 수용체(TCR)와 보조 자극 분자를 끝단에 집중시켜 초기 항원 인식을 극대화한다. 이는 T세포 발달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며 활성화되는 과정에서 TCR 마이크로클러스터 형성과 c-SMAC 형성을 촉진해 안정적인 면역학적 시냅스를 구축한다. 미세융모는 “T세포 면역시냅토좀(TIS)”라고 명명한 미세소포의 기원으로 T세포가 APC에 면역 메시지를 전달하는 주요 매개체 임무를 수행한다. Cdc42는 RhoGTPase 계열의 핵심 조절인자로 미세융모의 수와 길이를 조절한다. Cdc42가 결손되거나 억제되면 T세포의 미세융모 형성이 크게 저해돼 항원 인식, TCR 신호전달, APC 결합 및 TIS 생산이 모두 감소한다.
기존 연구에서는 미세융모를 항원 감지 후 사라지는 정적 안테나로 봤지만, 이번 연구는 미세융모가 활성화 이후에도 남아 TCR 마이크로클러스터를 능동적으로 운반하고 조직화하며 방출되어 T세포 면역시냅토좀(TIS)로 탈바꿈한다는 새로운 시각을 제시했다. 즉, 정적 안테나에서 동적 면역 플랫폼으로 기존의 패러다임을 전환했다.
Cdc42,미세융모 형성의 핵심 조절자임을 입증
이번 연구에서 가장 중요한 발견은 Cdc42가 T세포 미세융모 형성의 핵심 조절자라는 것이다. 이를 통해 미세융모가 T세포의 활성화, TIS의 형성 등 다양한 과정에 이바지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또한 T세포가 흉선에서 발달하는 과정에서 미세융모가 어떻게 형성되고 사라지는지에 관한 것도 밝혀냈다.
연구진은 사용한 실험 방법 중에서 이중 검증 시스템을 가장 강조하고 싶다고 밝혔다. 이 방법은 Cdc42 조건부 결손 마우스 모델과 CASIN 억제제를 병행으로 사용한 것이 핵심이다. 조건부 결손 마우스의 경우에는 TCR 복합체 자체의 발현 저하, 발달 이상 및 다양한 보상적 반응으로 다양한 액틴 관련 조절 유전자들의 변화가 심해서, 미세융모의 기능을 이야기하기에 고려해야 할 다양한 변수들이 존재했다. 연구진은 Cdc42에 특이적인 CASIN 억제제를 T세포에 처리해 결손 모델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변수를 보완했다. 추가로 연구진은 실험 과정에서 결손 마우스가 태어나지 않거나 원하는 마우스 라인이 형성되지 않는 것이 가장 어려운 점이었다고 밝혔다. 마우스 관리가 미흡하면 원하는 마우스 라인을 얻지 못하고 수천만 원대의 연구 손실이 생긴다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에서 사용한 유전적 결손(Knockout) 접근에서는 해당 유전자의 발현을 이중양성 발달 과정 및 단일양성 발달 과정에서 선택적으로 차단했다. 그리고 미세융모 발현 억제와 함께 이중양성에서 단일양성 세포로 발달하는 과정 중에 미세융모의 발현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하지만 특정 유전자 결손으로 인해 다양한 액틴 관련 조절 인자들의 발현이 증가했고, 발달이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아 마우스 체내에 발달이 끝난 T세포가 존재하지 않는 문제가 발생했다. 또한 TCR 복합체의 발현이 줄어들어 단순히 미세융모의 결핍으로 T세포에 기능적인 문제가 발생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밝혔다. 연구진은 이를 보완하기 위해 Cdc42를 특이적으로 저해하는 CASIN 억제제를 활용했고, 해당 약물 처리 후에 문제를 해결했다. 결과적으로 Cdc42가 미세융모 형성을 조절하고, 이를 통해 T세포 발달과 기능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결론을 도출했다.
T세포 미세융모,
면역치료 플랫폼으로 확장
연구진은 T세포가 활성화될 때 떨어져 나오는 미세융모가 항원 제시 세포에 전달됐을 때 다양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밝혔다. 이를 면역시냅토좀(TIS)라고 명명했고, 면역 치료제로 개발하고 있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는 해당 면역 치료제의 기원이 T세포의 미세융모임을 강화하는 연구이고, 미세융모의 발현 조절을 통해 더 높은 수율의 TIS 분리에도 응용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현재 연구진은 TIS를 활용한 항암효과 관련 연구를 활발히 진행 중이고, 조만간 암 치료의 표준을 바꿀 수 있는 놀랄만한 연구 성과 발표를 준비하고 있다. 이후 TIS에 원하는 인자를 탑재해 다양한 면역질환에 적용하는 시도를 할 예정이고, 최종적으로 TIS가 기존 면역 치료제의 효과를 뛰어넘은 치료제로 전 세계 다양한 면역질환을 극복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는 하나의 플랫폼으로 자리 잡게 할 것이라는 포부를 밝혔다.
연구진은 연구팀이 기존의 패러다임을 뒤집는 독보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는 자부심이 크다고 밝히며, 초기에는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았으나 시간이 흐르며 전 세계 연구자들이 연구팀의 결과를 인용하기 시작하는 모습을 보며 보람을 느낀다고 덧붙였다.
생명과학과 전창덕 교수는 “연구 과정은 즐거울 때보다 힘들 때가 더 많지만, 그 과정을 극복해 나가며 결실을 봤을 때 느끼는 감정은 어떤 성취감보다도 짜릿하다. 본인의 연구를 사랑하고, 자기관리를 해가며 힘든 과정을 현명하게 극복한다면 좋은 연구자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생명현상은 바라보는 시각에 따라 다양한 방향으로 해석될 수 있어서 정답도, 오답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기존의 연구 결과들을 맹목적으로 믿기보다 논리적인 사고에 기반해 다양한 시각으로 바라보며 본인의 연구에 적용하려는 노력을 통해 창의적인 사고를 기르면 좋겠다.”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