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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나트륨 감지 신경, 초파리 장 내에서 발견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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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prandial sodium sensing by enteric neurons in Drosophila – 「Nature Metabolism」

 

GIST 생명과학부 김영준 교수를 포함한 카이스트•미국 UC San Diego 공동 연구팀이 초파리 장에서 나트륨을 감지하는 새로운 장관 신경 세포를 발견했다. 해당 연구는 지난 4월 3일 국제 학술지 ‘네이처 메타볼리즘(Nature Metabolism)’ 에 실렸다.

 

R10H08 R59H02 gene이 GFP로 표지된 INSO 신경 세포를 담은 공초점 현미경 사진이다.

 

새로운 나트륨 감지 세포, 초파리 장 내에서 밝히다

나트륨은 우리 몸의 수분량을 조절하는 중요한 영양소다. 따라서 나트륨 농도 균형은 근수축, 세포 삼투압 조절, 혈압 조절 등 우리 몸과 세포를 건강하게 유지하기 위해 아주 중요하다. 나트륨은 이온화돼 물과 반응성이 한층 줄어든 소금의 형태로 우리 몸에 섭취된다. 이를 위해 구강 내 미각 세포에는 소금의 양과 짠맛을 측정하는 나트륨 수용체가 존재한다. 소금에 의해 수용체가 활성화되면 세포는 말초에서 뇌로 들어가는 신경을 통해 뇌에 신호를 전달한다.

하지만 입에서 짠맛을 감지하는 미각 세포 외에 다른 나트륨 감지 장치는 우리의 몸 안에 있을 것으로 추측만 됐을 뿐, 실제로 발견된 적은 없었다. 또한, 인간을 포함한 포유류와 초파리의 장 신경들(enteric neurons)의 기능에 대해서는 거의 밝혀지지 않았었다. 이번 연구는 초파리의 위장 신경 중에 나트륨을 감지하는 뉴런이 존재함을 실험적으로 밝혔다.

 

나트륨 감지 능력을 측정하는 행동 실험

KAIST 생명과학부 서성배 교수 연구팀은 초파리에서 구강(protosis) 미각 세포 외에 소금을 감지하는 내수용체가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미각 세포의 기능이 제거된 Ir76b 돌연변이를 이용한 실험군을 설정했다. 그리고 초파리가 소금을 오랫동안 먹지 않으면 소금을 더 선호하게 된다는 아이디어에 착안해 소금이 없는 배지에 초파리를 72시간 동안 두었다. 이후 소금이 든 설탕 배지와 설탕만 든 배지가 있는 환경에 초파리를 두니 초파리는 미각 세포 돌연변이로 인해 짠맛을 못 느끼는데도 소금이 든 배지를 찾아가는 행동을 보였다. 이를 통해 연구팀은 초파리의 몸 안 어딘가 미각 세포 외에 소금을 감지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닌 세포가 존재함을 알아냈다. 나아가, 감지 사실이 뇌에 전달돼 소금을 찾는 행동이 일어났을 것이라 추측했다.

 

3개 학교 공동연구 프로젝트를 통해 INSO 신경 세포를 발견하다

GIST 생명과학부 김영준 교수는 국책 연구소인 한국 초파리 연구자원 은행(KDRC)을 운영하고 있으며, KDRC가 보유하고 있는 초파리 GAL4라인의 장관 발현 양상을 조사하는 K-GUT 프로젝트를 서울대•카이스트•성균관대 연구팀과 공동으로 수행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김 교수는 이번 연구에 중요한 역할을 한 INSO 뉴런 표지 방법을 개발하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GIST 생명과학부가 운영하는 KDRC는 국내 최대 규모의 초파리 연구자원 은행으로, 하워드 휴즈 의학연구소의 자넬리아 연구 캠퍼스의 Fly Light Split-GAL4 Driver Collection을 포함한 약 1만 개의 초파리 종들을 매일 건강하게 유지하고 있다. 각 종들은 저마다 특정 세포를 특정 시기에 만드는 GAL4 유전자를 지니고 있는데, 이들은 이번 INSO 신경 세포 발견에 결정적으로 기여한 Split GAL4 combination 실험 수행에 절대적으로 필요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Split GAL4 시스템으로 장관 세포 특이적 형질 전환체 개발해

본 연구에서는 Split GAL4 combination 실험 기법을 이용해 소금 감지 신경 세포인 INSO 신경을 발견했다. 해당 실험 기법은 유전자 발현과 기능을 알아볼 때 매우 유용한 연구 방법이다. 이 실험은 전사 인자를 암호화하는 효모의 GAL4 유전자를 비롯해 프로모터 부분(region)의 짧은 서열이면서 GAL4가 결합하는 서열인 UAS로 구성된다.

실험의 핵심 원리는 UAS 서열 뒤에 GFP를 연결한 UAS 초파리와 프로모터 뒤에 GAL4 유전자를 연결한 GAL4 운반(driver) 초파리를 교배(combination)하는 것이다. 교배로 얻은 자손들은 원하는 유전자(target gene)가 발현된 특정 세포만 GFP로 표지돼 태어난다. 이후 형형색색의 GFP 항체 염료(dye)를 처리하면 초파리의 근육 세포, 신경 세포, 핵, 세포 골격(cytoskeleton) 등을 시각적으로 표현한 데이터를 얻을 수 있다.

 

행동 관찰(Behavior Screen)과 원인 규명(casuality establishment)

KAIST•GIST 공동 연구팀은 초파리의 신경 세포들을 하나씩 억제한 뒤 소금 결핍 기간 이후에 배지 선택 실험에서 초파리가 소금 배지를 찾아가는지 알아보는 행동 관찰을 진행했다. 그 결과 소금 결핍 기간 이후에 소금 선호 현상이 사라지는 초파리의 유전자 라인이 발견됐다. 이들은 소금 결핍 기간 이후에도 소금에 대한 선호도가 거의 또는 전혀 나타나지 않았다.

원인 규명을 위해 Split GAL4 combination 실험을 수행한 결과, 연구팀은 내부 장 뉴런(anterior enteric neurons) 유전자 발현이 억제된 초파리들이 소금에 대한 선호도를 나타내지 않음을 알아냈다. 연구팀은 그중에서도 INSO 신경 세포가 소금을 감지하는 세포이자 소금 결핍 기간 이후에 소금 선호도를 증가시키는 매개자임을 발견했다.

 

연구의 의의와 한계점

초파리와 인간은 필수 유전자의 약 70%를 공유하고 있다. 따라서 소금 감지 메커니즘과 관련된 분자나 유전자를 찾으면 인간의 내수용 감각을 연구하는데 도움이 될 가능성이 높다. 여태까지는 몸 외부 환경을 감지하는 신경에 대한 연구가 많았다. 그러나 이번 연구와 같이 내수용 감각에 대한 연구는 소금과 같은 인간에게 중요한 영양소를 어떻게 감지하고 반응하는지를 밝혀낼 수 있다. 이 분야는 고혈압과 같은 관련 질병 치료 약물 개발 등에 이바지할 것으로 기대된다.

덧붙여 김영준 교수는 INSO 신경 세포 내 나트륨을 감지하는 특정 분자는 아직 밝혀내지 못했다고 전했다. 미각 세포에서는 Ir76b 수용체가 소금을 감지하는데, INSO 신경 세포는 Ir76b 수용체가 없다. 이에 김 교수는 INSO 신경 세포가 어떤 기작을 통해 소금을 인식하는지에 대한 후속 연구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향후 연구, 김영준 교수에게 묻다

김영준 교수는 “이번 논문을 통해 장관 신경에 관심이 생겼고 여러 가지 기능을 수행하는 장관 신경 세포를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최근에는 장관 신경 세포 중 알코올에 반응하는 세포를 찾았고, 다양한 장내 미생물과 상호작용하는 신경 세포를 찾는 연구를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더불어 “이번 연구를 통해 이 분야에 대해서 몰랐던 것들이 많았음을 깨달았고 내수용 감각에도 관심이 생겼다”며 분자유전학 동물 모델을 활용한 향후 후속 연구의 가능성에 대해서 긍정의 메시지를 전했다.

마지막으로 김영준 교수는 과학 연구에서 “질문을 잘 설정하는 것과 생물학적인 기본 원리를 적용해 간단하면서도 효과적인 실험 방법을 개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번 연구에서도 소금 섭취가 부족한 초파리는 소금에 대한 선호도가 더욱 증가한다는 현상을 활용한 실험 방법 개발이 중요했다고 밝혔다.

KDRC 은행장인 김영준 교수는 지난 2~3년에 걸쳐 보유하고 있는 초파리 종들의 조작 가능한 형질전환 세포 분석을 전부 마쳐둔 상태다. 이번 연구는 김영준 교수 연구팀이 초파리 자원을 현명하게 활용해서 내수용 감각 신경 세포의 기능을 찾은 KDRC 프로젝트의 초기 연구 성과 중 하나다. 김영준 교수는 공동 연구를 통해 동물 내부 소금 감지 신경 세포 존재를 밝히며 생명과학의 드넓은 세계에 한 발짝 더 다가갔다.

 

이규서 기자

leegyuseo@gm.gist.ac.kr

 

1 신경 세포(neuron): 신경계를 구성하는 세포로, 나트륨과 칼륨과 같은 이온 통로를 발현해 다른 세포와는 달리 전기적인 방법으로 신호를 전달한다.
2 INSO: Internal sodium-sensing의 약자.
3 UAS(upstream activation sequence): 효모에서 발견되는 조절 염기서열로, 프로모터와 구별돼 인근 유전자의 발현을 증가시킨다.
4 GFP(Green Fluorescent protein, 녹색 형광 단백질): 자외선 범위의 빛에 노출될 때 녹색 형광을 나타내는 단백질로, 해파리에서 처음 추출됐다. GFP는 발견 이후 동물이나 다른 종에 도입돼
유전자 변형 기술에 활발히 이용되고 있다.
5 내수용 감각(interoception): 유기체에 신체의 내부 상태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의식적 무의식적 감각의 모음으로, 신체의 생리적 상태를 관리하는 기능을 한다.

제25회 전주국제영화제, ‘영화의 선을 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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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1일부터 10일까지 제25회 전주국제영화제가 고사동 ‘영화의 거리’를 비롯한 전주시 일대에서 개최됐다. 2000년부터 시작된 전주국제영화제는 부산국제영화제, 부천판타스틱영화제와 함께 국내 3대 영화제로 꼽힌다. <지스트신문>에서는 평소에 접할 수 없는 색다른 영화를 찾아 전주국제영화제 현장을 취재했다.

고속버스와 택시를 타고 2시간 남짓 걸려 도착한 영화의 거리는 전주국제영화제를 찾은 인파로 북적였다. 이번 영화제의 공식 상영작은 전체 43개국 232편으로 역대 최대 규모다.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최초로 공개되는 ‘월드 프리미어’ 상영작은 모두 82편에 달한다. 이번 영화제는 영화 상영뿐만 아니라 ▲광장에서 영화감독이나 배우와 함께 대화하는 ‘전주톡톡’ ▲전통음악과 대중음악이 어우러진 공연 ‘전주조선팝’ ▲영화관 밖 거리에서 영화를 관람할 수 있는 ‘골목상영’ 등 풍성한 부대행사로 꾸며졌다.

독립영화 위주로 출발한 전주국제영화제에서는 제작사나 투자자의 영향에서 벗어난 독립영화, 실험적인 시도가 담긴 예술영화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시네마천국’ 부문은 다양한 세대와 관객을 아우르는 영화를 다룬다. 한국 영화 부문에서는 세월호 10주기 등을 주제로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가 많았다. 전주국제영화제의 성격이 가장 잘 드러나는 ‘프론트라인’ 부문은 도발적이고 새로운 시선을 다루는 영화를 보여준다. 이외에도 여러 가지 사회 문제를 다루는 해외 영화를 만날 수 있었다.

독립영화나 예술영화가 어색하다면 작품성과 대중성을 갖춘 영화부터 시작하는 것은 어떨까. 영화 <부에노스아이레스여 안녕>은 경제 위기의 그림자가 드리운 2001년 아르헨티나를 배경으로 부에노스아이레스의 한 탱고 밴드의 활동상을 그린다. 매력적인 탱고 선율과 긍정적인 에너지를 잃지 않는 아르헨티나 서민의 모습이 눈과 귀를 즐겁게 한다.

영화제 영화 상영의 묘미 중 하나는 몇몇 영화가 끝난 뒤 진행되는 GV(감독과의 대화)다. 관객은 궁금한 점을 감독에게 직접 묻고 답변을 받으며 내용을 더욱 깊이 이해하게 된다. 기자가 참여한 GV는 ‘국제경쟁’ 부문에 선정된 <양심수 무스타파(Oxygen Station)>로, 구소련에 의해 강제로 이주당한 타타르인과 인권운동가 무스타파의 실화를 다룬 영화다. 영화가 끝나자, 이반 틈첸코 감독이 통역의 도움을 받아 관객과 소통하는 시간을 가졌다. 한 관객이 영화 제목을 지은 이유를 묻자 “인간은 산소 없이는 살 수 없다. 무스타파가 없으면 인생을 살 수 없다는 의미에서 이렇게 제목을 지었다”라고 답했다.

“24시간 동안 영화 보기는 모든 영화광의 로망이다. 앞으로 한국에 안 들어올 영화라면 더더욱.” 함께 영화제를 찾은 이승필(전컴, 18) 학생의 말이다. ‘심야 상영’은 밤에도 영화를 보려는 영화광에게는 꿈의 장소나 마찬가지다. 지난 5월 4일 밤, 메가박스 전주객사 4, 5, 6관에서는 약 5시간 반 동안 영화 세 편이 연달아 상영됐다. 영화제 측은 관객 편의를 위해 좌석 간 공간이 넓은 리클라이너 의자를 갖춘 상영관을 준비했으며, 영화와 영화 사이 쉬는 시간에 다과와 물을 제공했다.

이승필 학생은 이번 심야 상영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영화로 <그녀는 코난>을 꼽았다. 이 학생은 “사람을 찢고 가르고 집어먹는 잔인한 연출, 개의 얼굴을 한 여자처럼 독특한 캐릭터와 서사를 활용해 새벽 3시에도 전혀 졸리지 않았다”고 심야 상영을 회상했다. 한편, 이 학생은 영화제 측의 섬세한 배려로 영화제가 처음인 사람도 편하게 관람할 수 있을 것 같다며 관람 후기를 공유했다.

전주국제영화제는 매년 5월 초에 열린다. 이번 영화제의 일반 영화 관람료는 9천 원으로 책정됐다. 평소 영화관에서 관람할 때보다 저렴하다. 평소 영화를 좋아하거나 이색적인 경험을 원한다면, 전주국제영화제를 찾아가 보자.

 

kimseongu22ug@gm.gist.ac.kr

김성우 기자

광주의 봄은 5월 18일을 기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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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올해로 5·18민주화운동은 44주년을 맞이했다. 5·18민주화운동은 신군부 세력을 거부하고 민주화를 요구하며 1980년 5월 18일에 일어났다. 수많은 시민이 죽은 정치적 비극이지만 지금의 대한민국 민주주의를 존재하게 한 역사이다. 한편,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는 광주시의원 8명이 ‘5·18정신 헌법전문 수록’이라는 팻말을 들고 침묵 시위했다.

 

19805, 열흘의 역사

1980년 5월 18일에 시작돼 27일에 막을 내린 5·18민주화운동은 신군부의 독재에 맞서 민주화를 요구한 정당한 시민 운동이었다. 그 과정에서 군대의 불법적인 시위 진압으로 참담한 비극이 일어났다. 5·18민주화운동 기록관은 당시 최소 163명의 민간인이 현장에서 사망했으며, 다친 이들을 포함하면 최소 3천여 명의 인명피해가 있었다고 밝혔다. 이러한 탄압에도 불구하고 항쟁했던 열흘의 역사는 당시 정권의 부당함을 부각하고 문민정부를 탄생시킨 계기이자 50년 만의 여야 정권교체를 이룩하는 결정적인 사건이 됐다.

사건 이후 5·18의 역사를 지우려는 시도는 계속됐다. 5·18 당시 정권은 광주시민을 폭도라고 보도하고 계엄군의 탄압은 정당했다고 주장했다. 그 외에도 광주의 교통을 폐쇄하는 등의 조치로 5·18의 역사를 감추려고 했다. 따라서 당시 죽고 다쳤던 피해자들에 대한 구제도 이뤄질 리 없을 것만 같았다.

그러나 2018년 ‘5·18민주화운동 진상규명 특별법’이 제정되고 다양한 진상규명 활동이 이어졌다. 또한 5월이 되면 광주 전남 지역에서는 매년 추모와 기념행사가 열린다. <지스트 신문>에서는 올해 5월, 5·18민주화운동을 기억하고 오월의 정신을 되새기기 위한 노력을 살펴보았다.

 

모두의 오월, 하나 되는 오월

제44주년 5·18민주화운동을 기념해 ‘모두의 오월, 하나 되는 오월’이라는 이름의 전야제가 열렸다. 지난 5월 17일 오전 10시 30분 국립5·18민주묘지에서는 유공자와 유가족, 시민 등이 참석해 5월 열사를 애도하는 추모제를 지냈고, 금남로 일대에서는 ‘해방광주’라는 행사를 열어 시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체험과 공연이 펼쳐졌다. 같은 날 오후 5시에는 2천여 명이 참가하는 민주평화 대행진이 있었다. 이 행진에는 ▲오월 ▲민족민주열사 ▲제주 4·3 ▲여순 ▲대구 2·28 ▲부마항쟁 ▲일제강점기 피해자 ▲세월호·이태원 참사 유가족 등 민주주의를 지켜낸 단체들과 다양한 시민들이 참여했다. 박찬대 원내대표 등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22대 총선 당선인 및 지방의원들과 행진에 함께 했고, 진보당도 대열에 합류해 금남로 거리를 걸은 것으로 알려졌다. 강기정 광주시장은 금남로 거리에 설치된 무대에 올라 “오월 정신은 불의에 맞서 저항하며 민주주의를 위해 희생한 숭고한 가치와 주먹밥과 헌혈로 대변되는 나눔과 대동정신에 있음을 확인한다”라며 ‘광주 선언 2024’를 선포했다.

 

5·18 정신, 헌법 전문에 담겠다는 약속은

지난 5월 18일 오전, 광주광역시 국립5·18민주묘지에서는 제44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이 열렸다. 윤석열 대통령은 기념식에 참석해 “5월 광주의 뜨거운 연대가 오늘 대한민국의 자유와 번영을 이룬 토대가 됐다”라고 연설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과거 대선 후보 시절 5·18정신 헌법전문 수록하겠다는 공약을 내건 적이 있었다. 당일 광주시의원 8명은 ‘5·18정신 헌법전문 수록’ 손팻말을 들고 침묵시위를 하기도 했으나 윤석열 대통령은 작년과 마찬가지로 개헌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대통령 경호처 직원들이 침묵 시위하는 시의원들을 둘러쌌지만 유공자와 유족의 만류에 행동을 제지당하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광주시는 다음날(19일) 낸 입장문에서 대통령의 5.18 기념사에 헌법전문 수록 관련 내용이 언급되지 않아 무척 아쉽다고 밝혔다. 올해는 개헌의 희망을 볼 수 있을까 기대했던 유족과 유공자들도 실망을 표했다. 출범 2년 차임에도 불구하고 공약을 지키지 않는 것에 대해 야당도 비판을 쏟아냈다.

 

5·18민주화운동에서 광주시민들은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 저항 정신과 시민 의식을 보여줬고, 이것이 지금의 대한민국을 있게 했다. 광주의 봄은 매년 5월 18일을 기억하고 희생자들을 애도한다. 또한 민주주의를 위해 힘써온 단체들과 다양한 시민들도 함께 오월 정신을 되새기고 있다.

겨우 44년밖에 지나지 않은 일임에도 오월이 가져다준 민주주의는 어느새 당연한 것이 되고 그날의 상흔은 잊히려고 한다. 이는 있을 수 없는 일이며, 우리는 100주년, 200주년이 되더라도 5월 18일을 기억해야 한다.

배연우 기자

bae-yeon-u@gm.gist.ac.kr

 

세상이 영화가 되는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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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식하기 이전에 이미 속에 들어와 있는 문장이 있다. 처음 내 의지로 영화관을 방문했던 즈음부터, 칸, 베를린, 베네치아, 시체스, 선댄스 따위 이국의 축제 이름을 알게 되고, 고다르, 트뤼포, 오슨 웰스를 찾아보게 된 인생의 한 분기까지, 그 문장은 내 위와 목구멍 언저리를 꾸준히 돌아다녔고, 난 한 마리 소처럼 영화가 무엇인지, 그럼 세상은 또 무엇인지를 되새김질했다.

언젠가 세상은 영화가 될 것이다.

그 문장은 어쩌면 영화의 본질이 아닐까. 어둑한 조명, 푹신한 접이식 의자, 자기 외엔 눈도 돌리지 말라는 듯 부담스럽게 다가와 앉은 스크린, 영화관 특유의 방향제 냄새, 어디서 불어오는지 모르는 바람 – 그 모두는 영사기가 돌아가는 순간 사라진다. 우린 스크린 이편을 까맣게 버려둔 채 저편의 세계로 떠난다. 평균 120분, 그 시간 동안 우리 세상은 영화가 된다. 덕분에 우린 영화를 보는 동안 해방감을 느낀다. 나, 내 시선, 관점, 내 공간과 시간, 그 밖의 모든 내 허물을 잠시나마 벗어내는 데서 오는 자유. 따지고 보면, 영화제를 찾게 된 것도 어딘가 떠나고 싶다는 바람 때문이었던 것 같다.

매년 5월 첫 번째 주 열흘간은 전주 국제 영화제 기간이다. 4월 중순이면 영화 리스트와 예매 일정이 뜬다. 그러면 난 4월 초에 이미 행복해지기 시작하는 것이다. 방방 떠서 집중하지 못하는 내게 사람들은 묻는다.

영화제가 뭔데?

난 조금 난처해진다. 영화제가 뭘까. 그해에 새로 나온 영화들을 들여와 관객들에게 처음 선보이는 공간이라고 말해야 할까. 열흘 동안 근처 영화관을 모두 대관해 앞으로 다시 한국에 안 올 작품들을 상영하는 기간이라고 해야 할까. 업계 종사자부터 아마추어 시네필까지 영화를 사랑하는 모두가 모여 어떤 영화가 좋았다느니 이야기를 나누는 축제라고 설명해야 할까. 그도 아니면 더 구체적으로, 이를테면 전주 국제 영화제란 한국 3대 화제의 하나로, 부산, 부천 영화제와 달리 고전 작품과 인디·예술 영화를 들여오는 데 강점이 있다고 전해야 할까. 하지만, 그런 설명을 줄줄 읊으면서도 난 그것이 영화제의 전부는 아니라고, 아니 오히려 사소한 부분에 불과하다고 덧붙이고 싶은 충동에 휩싸인다. 그 모두는 영화제를 진행하는 방법에 관한 설명일 뿐 영화제 자체는 아니니까.

영화제는 무엇일까. 5월 4일에서 5일로 넘어가는 그 새벽에도 난 똑같은 질문을 떠올렸다. 자정부터 6시까지 공포 영화 세 편을 잇달아 상영하는 ‘심야 상영’을 보던 중이었다. 덕분에 극장에선 비명과 코골이가 함께 섞였다. 비명을 지르면서 동시에 코를 고는 사람도 있었다. 같은 심정이었다. 4일 아침부터 내리 세 편의 영화를 본 다음이었으니까. 날을 샌 뒤 곧장 영화 두 편을 더 봐야 했으니까. 우린 5월 4일부터 6일까지 2박 3일 일정 동안 열네 편의 영화를 볼 계획이었다. 머릿속에선 본 영화, 보고 있는 영화와 볼 영화의 시놉시스가 꼬인 뜨개실처럼 한데 엉겨 뒹굴었고, 덕분에 영화를 분리해 내는 데 진을 빼고 있었다. 잠깐 방금 저 배우가 누구였더라, 사람을 잡아먹던 그 장면은 무슨 의미였지, 아까 그 복선을 회수하는 건가, 아니 그건 다른 영화의 장면이었어 등등, 그러니까 머릿속이 온통 영화, 영화, 영화뿐이었고, 하도 앉아있어서 허리가 쑤셨고, 등에 흐른 식은땀이 찝찝했고, 하지만 씻을 겨를 없이 다음 영화를 봐야 한다는 사실이 무겁게 다가왔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라고 해야겠지 – 무척 자유로웠다. 그 순간만큼은 영화와 내 관계가 뒤바뀌어 스크린 너머의 배우들이 나를 관람하는 기분을 느꼈다.

영화제는 무엇일까. 여전히 잘 모르겠다. 영화제에 갈 때마다 새로운 무언가를 찾아낸다. 아무래도 난 정리하는 데 소질이 있는 사람은 아닌가 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신이 영화제가 무엇인지 묻는다면 이렇게 전하고 싶다. 딱 한 주, 세상이 영화가 되는 순간이라고.

 

이승필(전컴, 18)

새내기에게 폭넓은 기회를, GIST 부전공 설명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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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2일 오후 4시, GIST 새내기 프로그램으로 부전공 설명회가 열렸다. 부(복수)전공 과정을 밟고 있는 선배들이 신입생에게 생생한 경험을 전하는 자리였다.

(복수)전공 설명회, 개최 이유는

부(복수)전공 설명회는 GIST 새내기 강좌의 일환으로, 부전공 혹은 복수전공을 하는 선배들이 멘토로서 신입생들에게 부(복수)전공을 소개하는 시간이다. 현재 GIST에서는 ▲수학 ▲의생명공학부 ▲에너지 ▲문화기술 ▲지능로봇 ▲인문사회 ▲AI까지 총 7가지 분야가 부전공으로 운영되고 있다. 전공 분야인 ▲전기전자컴퓨터공학부 ▲신소재공학부 ▲기계공학부 ▲지구·환경공학부 ▲생명과학부 ▲물리·광과학과 ▲화학과 또한 이수 조건에 따라 부전공 혹은 복수전공 선언이 가능하다.

GIST는 부전공을 학생들에게 적극적으로 추천하고 있는바, 신입생이 미리 부전공에 대해 알고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재학생과 만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했다. 전공 분야에 대한 정보는 많지만 7가지 부전공 분야는 새내기에게 생소한 경우가 많다. 특히 문화기술이나 인문사회 등 이공계와 거리가 멀어 보이는 분야는 관심을 두지 않는 이상 자세히 알기 어려운 실정이고, 비교적 최근에 생긴 의생명공학부 등의 부전공 역시 새내기로선 새로울 수 있다. GIST새내기 부(복수)전공 설명회는 그런 낯섦을 깨기 위해 마련된 자리다.

 

설명회가 끝나고학생들의 목소리를 듣다

1시간가량 진행된 설명회는 부전공뿐 아니라 인턴 경험 설명도 병행되어 총 12개 교실에서 20분씩 설명회가 실시됐다. 신입생들은 1시간 동안 3개 정도의 교실에 방문해 설명회를 들을 수 있었다. 설명회들은 대체로 부전공 이수 조건, 필수과목 등 기본적인 내용과 재학생들의 생생한 경험 나누기, 그리고 질의응답 시간 등으로 이루어졌다.

신입생과 만난 멘토 재학생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AI 부전공 소개를 맡은 남윤걸(신소재, 21) 학생은 설명회에 자원한 이유로 “신입생들에게 제 생생한 경험을 나눠주면 좋을 것 같았다”며 참여 동기를 밝혔다. 처음 열린 설명회라 어떻게 하면 좋을지 막막하기도 했지만, 보람찼다는 소감을 표하기도 했다. 인문사회 부전공 설명을 맡은 이세현(물리, 19) 학생은 새내기 관점에서 필요할 만한 조언을 줄 수 있다면 의미 있는 일이 될 것 같아 참여하게 됐다고 말했다. 설명회 중에는 진솔한 경험을 신입생들에게 공유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렇다면 설명회를 들은 신입생들은 어떤 생각을 했을까. 의생명공학부, AI 그리고 인턴 경험 설명회에 참석한 강정훈(기초, 24) 학생은 원래도 의생명공학부에 관심이 있었는데 정보를 얻을 수 있어서 좋았다고 답했다. 또한 강 학생은 인턴 경험에 대한 이야기는 언제 어떻게 시작하면 좋을지 어디에서도 들을 수 없었는데, 재학생들에게 구체적인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 의미가 깊었다고 밝혔다. 생명과학부, 인문사회, 신소재공학부 설명회를 들은 최헌재(기초, 24) 학생은 고학번 선배님들이 진로에 따른 코스트리를 자세히 설명해 주셨다며 만족감을 표했다. 또한 “복수전공이나 부전공을 해볼 생각이었는데 학점 관리 같은 솔직한 경험들도 들을 수 있어 굉장히 도움이 됐다”라며, 이번 설명회를 통해 인문사회에 관심이 생겼다고 말했다. 최홍재(기초, 24) 학생도 인문사회 설명회를 듣고 경제와 경영에 관련된 수업을 듣고 싶어졌다며 자신의 변화를 밝혔다.

 

올해 처음 만들어진 부(복수)전공 설명회는 GIST 새내기 세션의 일환으로, 재학생과 신입생의 만남은 물론 신입생에게 선택의 폭을 넓히고 다양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자리였다. 앞으로도 이러한 자리가 많이 마련돼 신입생에게 많은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배연우 기자

bae-yeon-u@gm.gist.ac.kr

 

[바로잡습니다] 「지글(Ziggle), 지스트 공 ‘공지 앱’으로서의 첫 발돋움」기사 내 ‘공식’ 표현 관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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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자 A3면 ‘지글(Ziggle), 지스트 공 ‘공지 앱’으로서의 첫 발돋움’ 기사에서 사용한 ‘공식’이라는 표현이 혼란을 빚을 수 있다고 확인됐습니다. 이에 ‘자체’라는 표현으로 바로잡습니다.

총학 네트워크, 대학생과 정치를 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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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이 바라는 총선 정책 분야

총학생회 공동포럼 총선 정책 네트워크(이하 총학 네트워크)는 지난 4월 10일 제22대 총선에서 대학생의 목소리를 정치권에 전달하기 위해 고려대, 서강대, 서울대, 연세대, DGIST, GIST, KAIST, POSTECH, UNIST 9개교가 모인 협의체다.

총학 네트워크는 각 대학 총학생회를 통해 대학생이 공감하는 정책과 문제의식을 파악하기 위한 설문조사 ‘당신의 이야기, 총선 대신 전해드립니다’를 실시했다. 해당 설문은 지난 2월 22일부터 3월 12일까지 이루어졌으며, 총학 네트워크를 구성하는 9개교 소속 학생 총 200명이 응답했다. 설문 결과 현 정치권의 대학생 관련 정책이 실제로 대학생의 의견을 반영하고 있지 않다고 응답한 비율이 66%에 달한 반면, 잘 대변하고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5.5%에 그쳤다. 한편, 설문 응답자의 93.5%는 제22대 총선에 투표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대학생이 바라는 총선 정책 분야

대학생의 관심 정책 분야로는 ▲취업 진로(74%) ▲교육 권리(55%) ▲주거 안전(48%) ▲일상 행복(40%) 등이 높은 응답을 얻은 것으로 나타났다. 총선에서 다뤄졌으면 하는 정책 아이디어로는 ▲사회적 약자·소외계층 지원 강화 ▲청년층 전월세 지원사업, 대학교의 기숙사 신설 관련 법 개정 등 청년 주거권 개선 ▲등록금 부담 완화 및 관련 정책 개선이 주요 응답으로 꼽혔다.

총학 네트워크는 이번 설문조사를 통해 대학생의 높은 투표 의지와 일상 관련 의제에 대한 관심도를 알 수 있었다고 평했다. 이번 설문조사로 이공계열 학생의 의견을 집중적으로 들어볼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됐다는 점에서 의미 있다고 밝혔다. 한편, 총학 네트워크는 학생 응답이 많이 모이지 못한 점을 들며 설문조사 홍보가 미흡했던 점에 아쉬움을 드러냈다.

총학 네트워크는 현재 정치권의 대학생 정책이 대학생의 입장을 잘 반영하고 있지 않다고 파악한 데 이어, 설문조사 답변 내용을 참고해 지난 3월 14일 국회에서 대학생 정책요구안을 발표했다. 나아가 문제 해결을 위해 직접 정책을 개발하고 국회의원 후보자에게 의견을 전달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지난 3월 31일에는 더불어민주당 황정아 후보(대전 유성을)와, 지난 4일에는 국민의힘 나경원 후보(서울 동작을, 이하 나 후보)와 소통하고 청년의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대학생의 투표용지가 쌓일수록, 정치권은 대학생의 목소리에 더욱 귀를 기울이게 될 것이다. 더 나은 내일을 위해 정치에 참여하자.

사실 문제는 비슷하다, 그래서 학보사는 계속 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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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스트신문>에 독자기고란을 쓸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을 받고 기쁜 마음으로 기고를 결정했다. 현재 KAIST 학보사 <카이스트신문>의 편집장인 필자에게는 KAIST와 많은 공통점을 가진 GIST의 학보사 <지스트신문>에의 기고가 무척 큰 의미로 다가왔다.

이에 기고 전 <지스트신문> 지면을 찾아보고, 최근 신문인 54·55호를 읽으며 <지스트신문>은 어떤 기사를 쓰나 슬쩍 염탐했다. 기사를 읽어보니 이제 막 발행 50호를 넘긴 신문이라고는 생각하기 어려울 정도로 체계적인 지면 구상과 기자단의 노력이 눈에 띄었다. 학보사의 불모지라 할 수 있는 과학기술원에서 이 정도로 수준 있는 기사를 만날 수 있어서 참 다행이었다.

지면을 읽은 후에는, 운좋게 <지스트신문>의 부편집장과 개인적으로 아는 사이여서 학보사 운영 전반에 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서로 갖고 있는 어려움과 문제 의식을 공유하며 알게 된 건, ‘학보사가 갖는 문제는 전반적으로 비슷하다’라는 사실이었다. 이에 <지스트신문>을 읽으며 생각한 개선점과 함께, <카이스트신문>을 운영하며 느낀 어려움을 바탕으로 <지스트신문>을 위한 제언을 몇 가지 적어보고자 한다. 다소 ‘꼰대’스럽게 들릴 수 있지만, <지스트신문>이 <카이스트신문>에서 범한 실수를 예방할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지 않을까 싶다. 만일 아래의 내용 중 필자와 <지스트신문> 기자단의 생각이 다른 곳이 있다면, 누구보다 상황을 잘 아는 기자단의 생각이 옳으므로, 필자의 예민하고도 잘못된 비평을 사뿐히 무시해주길 바란다.

 

누군가가 희생해야 돌아가는 단체가 되지 않도록

학보사는 힘들다. 필자도 취재부에 있을 때 수없이 많은 밤을 새었기에, <지스트신문> 기자단이 얼마나 큰 무게감을 느끼고 있을지 가늠하기 어렵다. 하지만 모든 기자단이 동일하게 힘들지 않다는 사실도 잘 알고 있다. 업무가 적절히 배분되지 않으면 친목은 무너지고, 신문의 질도 떨어지는 악순환이 생길 수밖에 없다. 특히 편집부가 직접 기사를 쓰면서 교정까지 봐야 하는 경우 문제는 더 심각해진다. 학생으로서 주어진 과제와 시험은 기본이고, 여기에 당장 기사를 ‘쳐내면서’ 밀려 들어오는 기사 교정을 보려면 주말을 헌납하지 않고서는 안 된다. 이렇게 바빠 죽겠는데, 시간을 따로 내서 친목 사업을 진행할 여유가 있을 리 만무하다.

학보사에 따라 다르겠지만 보통 글을 직접 쓰는 부서, 그중에도 취재부에 가장 많은 업무가 몰리는 경향이 있다. <지스트신문>의 경우 편집부, 취재부, 디지털컨텐츠부, 디자인부, 국제부로 구성되어 있다고 들었다. 각 부서에서 어떤 일을 하는지 정확히는 알지 못하지만, 부서별로 비슷한 강도의 업무가 배정되었는지 확인할 필요성은 수 회 강조해도 모자라지 않다. 학기가 끝나고라도 모두가 한자리에 모여 각자에게 어떤 업무가 있는지 다함께 살펴본다면 지속 가능한 학보사를 만드는 데에 일조할 수 있겠다.

 

독자층을 적극적으로 확보해야 한다

한편 독자층을 적극적으로 확보할 필요성이 있다. 학생 운동에 대한 관심이 자연스레 학보사를 향한 관심으로 이어지던 시대는 이미 끝난 지 오래이다. 학보사가 자체적으로 구성원의 관심도를 높이려는 노력을 하지 않으면 ‘이렇게 써도 아무도 안 읽는다’라는 자괴감에서 빠져나올 방도가 없다. ‘독자 기고’가 ‘지인 기고’로 변질되고 있다는 사실은 이를 단적으로 드러낸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누가 독자인지’를 파악하려는 시도가 필요하다. 그런 맥락에서 지난 55호에 실린 <지스트신문 인지도 조사> 기사에는 칭찬을 보내고 싶다. 조사 결과를 보니, <지스트신문>을 읽어본 학생이 100명 넘게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그럼에도 웹사이트와 인스타그램으로 기사를 접한 학생 비율이 적다는 부분에서 디지털 컨텐츠를 통한 효과적인 홍보의 필요성이 엿보인다. 최근 <지스트신문>에서 새롭게 뉴스레터를 발송한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는데, 이미 SNS 접근성과 웹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중이구나 싶었다.

 

보다 창의적인 면 구성의 가능성을 보다

<지스트신문> 지면에서 가장 눈에 들어온 것은 보도, 기획, 대학, 오피니언, Campus의 다섯 종류로 구성된 지면 구성이었다. 보도와 기획을 분리하고, ‘대학’ 카테고리를 신설한 것은 참신하지만, 각 면에 들어가는 기사가 어떤 기준으로 선정되는지는 모호하게 느껴진다. 만일 각 면에 실리는 기사의 유사성이 높다면, 과감히 면을 통합하는 것도 방법이 될 것 같다.

하나의 신문에서 국문과 영문을 혼용해 기사를 내는 것도 타 학보사에서는 볼 수 없는 방식이기에 인상적이었다. 포스텍의 경우 국문 학보사 <포항공대신문>이 절반을, <The Postech Times>가 남은 절반을 쓰는 식으로 지면을 발행하고, 카이스트의 경우 국문 학보사 <카이스트신문>과 영문 학보사 <The KAIST Herald>가 별개의 조직으로 운영 중에 있다. 그렇기에 <지스트신문>의 시도는 괄목할 만 하지만, 동시에 국문 기사와 영문 기사가 유기적으로 연결될 필요는 있어 보인다. 일례로 54호의 1면 톱 뉴스는 임기철 총장 취임 소식이었는데, 같은 제목의 기사가 7면 하단에도 실렸다. <지스트신문>은 카이스트나 포스텍과는 다르게 하나의 학보사에서 국·영문을 함께 담당하는 만큼, 하나의 제호 아래에 발간하는 기사 간의 유기적 연결이 더욱 절실히 느껴진다.

한편 하나의 면에서도 상단과 하단의 제목 서체를 다르게 한 점은 조금은 의아했다. 어떤 기사에서는 명조체가 발문으로 사용되는가 하면, 다른 기사에서는 제목의 역할을 하기도 해 ‘무엇이 제목이고, 무엇이 발문인지’ 구분하기가 힘들었다. 제목과 발문의 서체를 각각 하나로 통일하는 것이 가독성에는 더 좋지 않을지 제안해 본다.

 

대학언론은 위기다. 원체 동아리처럼 마음 놓고 운영할 수 없는, 제약도 많고 사회적 책임도 따르는 단체라 해야 할 일이 많다. 심지어 대학언론은 그 특성상 (잠재적인) 적이 많다. 학교 본부, 총학생회, 교수, 동아리 등 견제해야 할 곳이 수두룩하다. 하지만 그렇기에, ‘정신 똑바로 차리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보사가 존재해야 하는 이유가 있다면 무엇인가”, “우리만 쓸 수 있는 글이 무엇인가”, “지금 우리 대학 사회의 가장 중요한 어젠다는 무엇이며(어젠다 세팅), 우리가 놓치고 있는 어젠다는 무엇인가(어젠다 키핑)”와 같은 의제를 다함께 고민해야 한다.

물론 그런 지점에서는 <카이스트신문>도, 그리고 필자도 아직 가야 할 길이 멀다. 이러한 맥락에서 학보사 간의 연대는 하나의 해결책이 될 수 있다. 재작년 9월에 <지스트신문> 최승규 기자님은 카이스트신문에 “과기원 학보사, 다시 연결될 수 있길 바라며”라는 제목의 글을 투고한 바 있다. 필자도 이와 같은 마음이다. 만일 <지스트신문>에서도 두 학보사 간의 접점을 만들어 볼 생각이 있다면, <카이스트신문>의 문은 열려 있으므로 언제든 연락을 남겨주길 바란다. 끝으로 <지스트신문>의 발전을 진심으로 기원하면서 글을 마친다.

<카이스트신문> 편집장 정광혁

교착 상태에 빠진 갈등, 정부 vs 의료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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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는 지난 2월 1일 진행된 민생토론회에서 ‘필수 의료 정책 패키지’를 발표했다. ‘필수 의료 정책 패키지’는 △의료 인력 확충, △지역의료 강화, △의료사고 소송 부담 완화, △필수 의료에 대한 보상 체계 공정화의 내용을 골자로 두고 있다. 가장 논란이 된 항목은 의과대학 입학 정원 확대로, 의대 입학정원을 2000명 늘려 연간 총 5000명 규모로 학생 선발하겠다는 방안이다. 의대 입학 정원 확대 정책에 대해 석 달 가까이 전공의 파업 및 교수진 파업 등으로 의료계가 강경하게 반발하자, 정부는 한발 물러서 증원 규모를 최대 절반으로 축소했다. 하지만 의료계는 여전히 의대 정원 확대 정책에 대한 원점 재논의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2024 의료 대란의 시작, 필수 의료 정책 패키지

이번 2024 의∙정 분쟁은 지난 2월 1일 정부가 발표한 필수 의료패키지로부터 촉발됐다. 정부는 필수 의료 정책 패키지에서 △의료인력 확충 △지역의료 강화 △의료사고 안정 △공정한 보상이라는 4가지 방향성을 제시했다. 앞의 두 항목은 정부가 원하는 의대 정원 확대와 지역의료 개선을, 나머지 항목은 대한의사협회가 원하는 의료사고 특례법, 수가 인상을 반영한 것이다. 지역의료 강화 방안으로는 지역인재 전형 확대와 대학∙학생∙지자체의 합의로 거주지를 지원받으며 근무하는 고용계약형 장학금제도인 ‘지역 필수의사제’가 있다. 의료사고 안정화를 위한 대책으로 ‘의료사고처리특례법’과 신뢰받을 수 있는 의료사고 자문 기구의 설립이 발표됐다. 의료사고처리특례법은 보험 및 공제 가입 시 의료사고 고소를 제한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으며, 자문 기구의 설립은 익명 자문의 영향력을 줄이고 수사의 투명성을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

공정한 보상과 관련해서는 필수 의료분야에 보상을 집중적으로 인상하고, 기존의 수가((의료기관에서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환자와 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받는 총액을 정하여 사용량과 가격에 의해 진료비를 지불하는 제도)) 산정 체계에는 보완형 공공정책 수가를 추가했다. 보완형 공공정책 수가에는 난이도, 위험도, 시급성, 숙련도, 대기 및 당직시간 등을 반영한다. 추가로, 정부는 비급여 관리 체계를 개선하겠다고 발표했다. 도수치료와 같은 과잉 비급여 혼합진료((건강보험 혜택이 적용되는 급여 진료와 그렇지 않은 비급여 진료를 혼합하는 진료)) 금지를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정부는 혼합진료의 제한 범위와 혼합진료를 금지할 경우 환자에게 필요한 진료가 제한될 여지 등 구체적인 사안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의대 정원 확대, 왜 필요할까?

2024년 우리나라 의과대학 40개의 입학 정원은 총 3,058명으로 20년 전부터 동결된 상태이다. 정부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의사 수와 해외 사례를 근거로 의과대학 입학 정원 확대를 주장했다. 2021년 기준 국내 인구 1,000명당 임상 의사 수는 한의사를 포함하여 2.6명으로 30개 회원국 평균인 3.7명에 비해 낮은 편에 속한다. 한의사를 제외하면 2.1명으로 OECD 회원국 중 꼴찌다. 또한 정부는 의대 교육 기간과 전공의 수련 기간을 고려하면 2025년 의대 증원 효과는 빠르면 10년, 늦으면 20년 뒤에 나타난다고 설명한다. 이 때문에 연간 2,000명보다 적은 숫자로 증원하거나 늦게 진행하게 될 경우 의료 공백기가 길어진다고 덧붙였다. 국내 인구의 빠른 고령화 추세와 고령 의사의 은퇴까지 고려하면 향후 의료 서비스의 수요와 공급 불균형이 커진다는 분석이다. 이를 근거로 정부는 의료계의 강한 반발에도 의대 증원 확대에 강경한 입장을 고수했다.

 

의료계, 반대 이유는?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의료정책연구원은 의사 회원을 대상으로 지난해 11월 정원 확대에 대한 설문을 진행했다. 응답자 4,010명 중 3,227명(81.7%)은 증원에 반대했으며, 반대하는 의사 중 절반은 “이미 인력이 충분하다”(46.3%)는 입장을 보였다. 의료계는 고령화를 근거로 제시한 정부와는 달리 저출생으로 인해 국내 인구가 줄어드는 상황이기 때문에 인구당 의사 수가 크게 부족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 또한 OECD 기준에 맞춰 의대 정원을 확대할 경우, 의사 공급 과잉은 병∙의원 간 경쟁을 촉진하고 과잉 진료를 낳아 의료비 증가를 필연적으로 초래한다고 주장했다. 우봉식 의협 의료정책연구소장은 의대 정원이 2,000명 늘어날 경우 오는 2040년 국민 1인당 의료비는 매월 6만 원이 추가로 발생할 것으로 예상했다. 더 나아가 국민건강보험의 재정 악화로 인한 의료민영화가 추진될 수 있다고 예측했다. 의료 교육 시스템이 갑작스러운 증원을 감당하지 못할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의학 교육 특성상 다양한 실습 수업이 요구되는데, 지금도 실습 교육의 인프라가 부족한 상황이다. 여기서 학생 수가 더 늘어나면 교육 인프라가 더욱 부족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의료 공백 피해 입힌 전공의 파업, 정부의 해결책은?

정부는 계속되는 전공의 파업으로 의료 공백 사태가 장기화되자 3가지 방법으로 대처하고 있다.  첫째, 지난 2월 보건복지부는 전공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한시적으로 간호사가 의사 업무 일부를 합법적으로 대신할 수 있도록 하는 시범사업을 시작했다. 지난 3월 7일 전문성을 기준으로 일반, PA, 전문 간호사로 구분해 응급 심폐소생과 약물 투입 등 98가지 행위에 대한 수행 가능 여부를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둘째, 농어촌 지역에서 근무하는 공중보건의사(이하 공보의)와 군의관을 인력이 부족한 상급종합병원에 파견했다. 마지막으로 미복귀 전공의에 대해 면허정지 처분을 내렸다. 지난 3월 21일,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은 “업무개시명령 위반에 대해 다음 주부터 원칙대로 면허 자격 정지 처분을 해나갈 것”이라며 이르면 3월 26일부터 처분이 시작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부는 지난 25일 윤석열 대통령의 ‘유연한 처리’ 주문에 따라 방안을 정하기 위한 대화 중에 면허정지 처분을 할 수 없으므로 면허정지 처분을 잠정적으로 보류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계속되는 전공의 파업으로 의료 공백 사태가 장기화되자 3가지 방법으로 대처하고 있다.  첫째, 지난 2월 보건복지부는 전공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한시적으로 간호사가 의사 업무 일부를 합법적으로 대신할 수 있도록 하는 시범사업을 시작했다. 지난 3월 7일 전문성을 기준으로 일반, PA, 전문 간호사로 구분해 응급 심폐소생과 약물 투입 등 98가지 행위에 대한 수행 가능 여부를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둘째, 농어촌 지역에서 근무하는 공중보건의사(이하 공보의)와 군의관을 인력이 부족한 상급종합병원에 파견했다.

그러나 공보의와 군의관을 파견함으로써 의료 취약지역에는 또 다른 의료 공백이 생겼다는 지적이 있다. 주수호 의협 비상대책위원회 언론위원장은 “의대를 졸업하고 바로 복무해 인턴도 마치지 않은 일반의들이 해당 과에 특화된 전공의 일을 할 수 있다는 생각은 의료에 대한 무지에서 나온 것”이라고 비판했다. 주 위원장은 “현재의 사태가 벌어진 것은 정부가 지역의료를 살리기 위해 의사 수를 늘린다고 했기 때문인데, 이 사태로 인해 지역의료에 종사하고 있는 수백 명의 군의관과 공보의를 차출한 것은 앞뒤가 안 맞는 일”이라고 이야기했다.

 

한발 물러서는 정부, 물러서지 않는 의료계

의료계는 지난 12일, 22대 총선 결과에 대해 “사실상 국민이 의대 증원과 필수 의료 정책 패키지 추진을 즉각 중단하라고 정부에 내린 심판”이라고 단언했다. 이에 대해 전국보건의료산업노조(이하 보건의료노조)는 “여당의 총선 참패를 두고 ‘의대 정원 확대에 대한 국민의 심판’이라 주장하는 의협의 주장은 말이 안 되며 민심은 의대 증원이다. 의협은 더 이상 총선의 결과를 이용해 의대 정원을 확대하라는 국민의 목소리를 왜곡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지난 19일, 정부가 내년 의과대학 입학 정원 확대 규모를 자율적으로 조정할 수 있게 해달라는 국립대의 건의를 받아들였다. 이에 따라 지난 3월 정부가 공개한 배분으로 의대생 정원이 늘어난 대학 모두 증원분을 조정할 수 있게 됐다. 각 대학의 조정 결과에 따라 2,000명이던 의대 증원 규모는 1,000-1,700명대로 축소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의대 정원 확대를 대학별로 최대 절반까지 줄일 수 있게 한발 물러섰지만, 의료계는 원점 재논의만을 주장하며 대화를 거부하고 있다. 지난 25일에 출범 예정인 대통령 직속 의료 개혁 특별위원회에도 대한의사협회, 전공의협의회는 참여하지 않는다.

보건의료노조는 의료계에 “국민이 바라는 것은 정부의 의대 증원 추진을 멈춰달라는 것이 아니라 조속히 의료 현장에 복귀하고, 정부와 대화에 적극 참여하는 것”이라며 의료 정상화를 촉구했다. 한편, 정부에는 “의대 정원 확대는 찬성하지만, 의사들의 진료 거부로 인한 국민들의 불편함을 해결하지 못하는 방안은 안 된다는 것이 총선에 대한 민심”이라며 의료개혁을 밀어붙이기보다는 대화를 통한 협상을 이끌어내기를 요구했다.

만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