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밤 윤석열 대통령은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북한 공산세력 위협으로부터 자유 대한민국을 수호하고, 반국가세력을 척결하고, 자유 헌정질서를 지키기 위함”이라며 총을 든 계엄군을 국회로 보냈다. 포고령을 내려 언론을 통제할 것을 명했을 뿐 아니라 전공의를 대상으로 ‘처단’이라는 표현을 썼다. 계엄군과 대치하는 국회 앞 시민을 보며 수많은 국민이 잠들지 못하고 1980년대 독재의 공포를 떠올렸다.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는 명분도, 적합한 절차도 없었던 명백한 위법 행위다. 현재 한국은 전시나 사변과 같은 상황에 놓여 있지 않았으며 윤석열 대통령이 주장한 야당과의 갈등은 결코 계엄의 사유가 될 수 없다. 정당하지 않은 비상계엄 선포로 계엄군이 국회와 선관위에 진입하고 시민들 앞에 선 것도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비상계엄 선포 전후 행적에도 의문이 든다. 대통령은 왜 국회에 통고 없이 비상계엄을 선포했는가? 계엄령 해제가 가결된 후 3시간 동안 대통령은 해제 발표라는 의무를 수행하지 않고 무엇을 하고 있었는가? “야당의 폭거를 알리기 위한 경고성 계엄 선포”라는 설명은 비민주적 행위에 대한 변명이 되지 못한다.
더욱이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5·18정신 헌법전문 수록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공약 이행은커녕 올해로 44주년인 5·18민주화의 역사를 한순간에 뒤집으려던 시도에 참담함을 금할 수 없다.
우리는 전국민의 자유를 침해하고, 국격을 깎아내린 반민주적 위헌 행위를 좌시하지 않을 것이다. 지스트신문은 대한민국 민주화 역사 주역인 광주에서 부끄러운 언론이 되지 않겠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 사태의 주도자로서 책임지고 퇴진하라.
12월 3일 22시 30분, 윤석열 대통령은 “북한 공산 세력의 위협으로부터 자유 대한민국을 수호하고 국민의 자유와 행복을 약탈하고 있는 파렴치한 종북 반국가 세력들을 일거에 척결하고 자유 헌정질서를 지키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한다”라고 발표했다. 정부는 이와 함께 헌법에 보장된 정치활동, 언론, 출판, 집회의 자유를 금지하였으며, 영장 없는 체포 및 구금을 허용하였다. 특히, 무장투입된 군경이 국회 앞을 통제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국민들은 4일 새벽 동안 자유가 사라졌던 1980년대 독재로 회귀할 것에 우려하며 공포에 떨어야 했다.
GIST는 1980년대 광주 시민이 이루어낸 민주화에 대한 보상과 대한민국 발전이라는 커다란 목표 아래 세워진 연구, 교육 기관이다. 국민의 요구로 탄생한 GIST 대학의 총학생회는 정부의 반민주적인 행태에 대해 강하게 규탄한다. 더불어, GIST 총학생회는 국민 주권을 훼손한 정부의 빠른 사과를 촉구한다.
GIST 총학생회는 그간 과학기술정보통신부를 비롯한 정부 부처와 국회에 과학기술인과 대학생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지속적으로 대화해나갈 것을 촉구한 바가 있다. 그러나, 대화와 타협보다는 폭력이 사용되고 대화와 타협이 단절된 한국 정치권에 대해서 유감을 표한다. 정부가 그동안 GIST 총학생회에 말해오던 꾸준한 소통을 이행하기 위해서는 이번 사태에 대해 책임 있는 태도를 보여야 한다.
GIST 총학생회는 민주적인 국정 운영의 정상화를 촉구하기 위한 행동을 계속함과 동시에 정부가 학우들의 자유로운 의사 표현과 교육의 권리를 침해한다면 강력하게 저항할 것임을 밝힌다. 또한, GIST 총학생회는 앞으로도 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행동할 것이다. 다시 한번, 정부와 국회에 더 이상 국민을 공포에 떨게 하는 비상식적인 정치에서 벗어나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해주길 요구한다.
철도노조가 예정대로 12월 5일 총파업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전날인 4일 오후 4시 노사는 마지막 집중교섭을 진행했지만 결국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철도노조의 주요 요구사항은 기본급 인상과 임금체불 해결, 안전인력 충원 등이다. 엄길용 공공운수노조 위원장은 “(비상계엄 선포로) 정권 퇴진이라는 우리의 목표가 더 명확해졌다”라고 말했다.
한편, 코레일은 파업으로 운행 중지된 열차 승차권 예매자에게는 3일 오후 6시부터 개별 문자메시지와 코레일톡 알림으로 안내 중이다. 이 기간 승차권을 반환 또는 변경하는 경우 모든 열차 위약금은 면제된다. 운행이 중지된 열차 승차권은 따로 반환 신청을 하지 않아도 일괄 전액 반환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3일 밤 10시 20분 윤석열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지스트신문>은 3일 밤부터 4일로 이어진 비상계엄 선포를 둘러싼 사건을 요약했다.
비상계엄 선포 직후 이재명 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당원들과 일부 국민의힘 당원들은 국회의사당으로, 대부분의 국민의힘 당원들은 당사로 집결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경찰에 의해 국회 정문이 봉쇄됐고, 11시 25분 경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이 계엄사령관으로 임명된 사실과 포고령이 발표됐다. 이 포고령에는 일체의 정치활동을 정지할 것, 언론과 출판은 통제 받을 것, 파업 중인 전공의들은 즉시 복귀할 것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국회 정문 봉쇄로 인해 국회의원들은 담을 넘거나 봉쇄 직전 본회의장에 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날짜가 넘어가 4일 오전 12시 48분, 우원식 국회의장이 국회의원을 소집하고 본회의를 열었다. 1시경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안건으로 상정됐고 재석 190인 만장일치 찬성으로 가결됐다. 다만 우 의장은 선언 자체는 여야 합의가 필요함으로 대통령의 철회 발언 전까지 폐회하지 않겠다고 정했고, 참석한 모든 국회의원은 가결 이후에도 본회의장에 머물렀다.
한편, 이 과정에서 군인들이 창문을 깨는 등 국회 진입을 시도한 장면이 생중계됐다. 오전 12시 7분 계엄군이 국회 경내에 진입했고 본청 출입문을 봉쇄했다. 국회 밖에선 시민들이 군경의 차량과 진입을 막아섰고, 국회 본청 보좌관 등 직원들은 바리케이드와 소화기 분사로 계엄군 진입을 저지했다. 계엄군은 본회의장에서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가결된 이후에도 머무른 것으로 알려졌다.
4일 오전 4시 30분경 대국민 담화 영상이 송출됐다. 윤석열은 “반국가세력에 맞서 결연한 구국의 의지로 비상 계엄을 선포했습니다. 그러나 국회의 계엄 해지 요구가 있어 계엄 사무에 투입된 군을 철수시켰다” 라며 곧 국무회의를 통해 요구를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비상계엄령을 건의한 당사자인 김용현 국방부 장관은 국방부 관계자들에게 소집 해제를 지시하며 “중과부족이었다”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군은 국회 등에 투입했던 병력을 원소속 부대로 복귀시키고 계엄사령부 또한 해산시켰다.
4일 오전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는 ‘윤석열 대통령 사퇴촉구 탄핵추진 비상시국대회’가 열렸다. 이날 새벽 조승래 민주당 수석대변인이 “군이 국회에 난입했을 때 수도방위사령부 특임대가 이재명 대표실에 난입해 이재명 대표를 체포하려 했던 시도가 CCTV로 확인됐다. 한동훈 대표, 우원식 국회의장에 대한 체포대도 움직였다”라고 주장한 것에 이어, 시국대회에서 야당은 국회에서 계엄군이 놓고간 것으로 추정된 체포용 케이블타이를 발견했다고 말했다. 국회사무처는 이날부터 국방부 직원과 경찰 등의 국회 청사 출입을 전면 금지했다.
민주당 등 야6당은 4일 오후 2시 40분 국회 의안과에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공동으로 제출했다. 민주당은 이날 의원총회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는 명백한 헌법위반”이라며 “엄중한 내란행위이자 완벽한 탄핵 사유다”라고 말했다.
한편, 4일 오전 강기정 광주광역시장은 5.18민주광장에서 열린 ‘광주시민 비상시국대회’에 참석해 “80년 5월의 아픔을 기억하고 경험했던 우리들은 이 상황을 결코 용납할 수 없다”라고 발언했다. 같은 날 오후 7시에는 ‘광주시민 총궐기대회’가 열렸다. 주최 측 추산 시민 2천여명이 참석했고 오는 8일까지 매일 저녁 집회를 진행할 것이라 예고했다.
4일 4시 22분경 윤 대통령이 “10분 뒤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비슷한 시각 국방부의 비상소집이 해제됐다.
같은 날 4시 30분 윤 대통령의 담화문이 발표됐다. 윤 대통령은 “반국가세력에 맞서 결연한 구국의 의지로 비상 계엄을 선포했습니다. 그러나 국회의 계엄 해지 요구가 있어 계엄 사무에 투입된 군을 철수시켰다”라며 곧 국무회의를 통해 국회의 요구를 수용할 것이라 밝혔다. 그러나 새벽인 관계로 아직 의결정족수가 충족되지 못해 오는 대로 처리하겠다고 덧붙였다.
4일 0시 48분, 국회 본회의가 열렸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사태”라며 긴급히 회의를 소집했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긴급한 거수투표를 요구했으나 우 의장은 이런 사안일 수록 절차가 중요하다며 보류했다. 국민의힘은 국회가 아닌 당사로 집결했다.
한편 계엄사령관 박안수 대장의 포고령이 공개됐다. 일체의 정치행위를 금할 것, 모든 언론과 출판은 계엄사의 통제를 받을 것, 파업, 태업, 집회행위를 금할 것, 파업 중이거나 의료현장을 이탈한 의료인은 본업에 복귀할 것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또한 포고령 위반자에 대해서 계엄법 제 9조에 의하여 영장없이 체포, 구금, 압수수색을 할 수 있으며,계엄법 제 14조에 의하여 처벌할 수 있음을 경고했다.
4일 1시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안건으로 상정됐다. 재석 190인 전원이 찬성했고 우 의장은 비상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가결됐음을 선포했다.
다만, 선언 자체는 여야 합의가 필요함으로 대통령의 철회 발언 이전까지 참석한 국회의원들은 본회의장에 상주하기로 했다.
이어 우 의장은 “대통령은 즉시 비상 계엄을 해제”하라며 “국민들은 안심해주길 바란다”라고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은 계엄법 제 11조 1항에 의해 국회가 계엄의 해제를 요구한 경우에는 지체 없이 계엄을 해제하고 이를 공고해야 한다. 이때 국무회의의 심의를 거쳐야 함으로 실제 해제까지는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3일 밤 10시 25분, 윤석열 대통령이 긴급 담화를 열어 “비상계엄을 선포한다”고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은 용산 대통령실에서 연 6분 가량의 긴급 브리핑에서 국회가 탄핵 시도 등으로 행정부를 마비시키고 자유민주주의체제를 붕괴시키고 있다고 발언했다. 또한 “북한 공산세력 위협으로부터 자유 대한민국을 수호하고 우리 국민 자유와 행복을 약탈하는 반국가세력을 척결하고 자유 헌정질서를 지키기 위해 선포한다”라고 선언했다.
“지금까지 국회는 22건의 정부 관료 탄핵 소추안을 발의했으며, 22대 국회 출범 이후에도 10명째 탄핵 추진 중이다. 민주당 입법 독재는 예산 탄핵까지 서슴지 않는다”라는 등 야당을 비난하며 계엄선포 사유를 밝혔다.
윤 대통령은 “이는 체제 전복을 노리는 반국가 세력 준동으로부터 국민 자유와 안전, 지속가능성을 보장하며 미래 세대에 제대로 된 나라 물려주기 위한 불가피한 선언”이라고 덧붙였다.
비상계엄은 대통령이 전시, 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에 공공의 안녕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선포하는 계엄이다.
윤석열 대통령 비상계엄선포 전문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저는 대통령으로서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국민 여러분께 호소드립니다.
지금까지 국회는 우리 정부 출범 이후 22건의 정부 관료 탄핵 소추를 발의했으며 지난 6월 22대 국회 출범 뒤 10명째 탄핵을 추진 중에 있습니다. 이것은 세계 어느 나라에도 유례가 없을 뿐 아니라 건국 이후에 전혀 유례가 없던 상황입니다.
판사를 겁박하고, 다수의 검사를 탄핵하는 등 사법 업무를 마비시키고 행안부 장관 탄핵, 방통위원장 탄핵, 감사원장 탄핵, 국방장관 탄핵 시도 등으로 행정부 마저 마비시키고 있습니다.
국가 예산 처리도 국가 본질 기능과 마약범죄 단속, 민생 치안 유지를 위한 모든 주요 예산을 전액 삭감하여 국가 본질 기능을 훼손하고, 대한민국을 마약 천국, 민생 치안 공황상태로 만들었습니다. 민주당은 내년도 예산에서 재해 대책 예비비 1조원, 아이 돌봄 지원 수당 384억, 청년 일자리, 심해 가스전 개발 사업 등 4조 1000억원 삭감, 심지어 군 초급 간부 봉급과 수당 인상, 당직 근무비 인상 등 군간부 처우 개선비조차 제동을 걸었습니다.
이러한 예산 폭거는 한마디로 대한민국 국가 재정을 농락하는 것입니다. 예산까지도 오로지 정쟁의 수단으로 이용하는 이러한 민주당의 입법 독재는 예산안 탄핵까지도 서슴지 않았습니다.
국정은 마비되고 국민들의 한숨은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는 자유대한민국의 헌정 질서를 짓밟고, 헌법과 법에 의해 정당한 국가 기관을 교란시키는 것으로서 내란을 획책하는 명백한 반국가 행위입니다.
국민의 삶은 안중에도 없고, 오로지 탄핵과 특검, 야당 대표의 방탄으로 국정이 마비 상태에 있습니다, 지금 우리 국회는 범죄자 집단의 소굴이 되었고, 입법 독재를 통해서 국가의 사법 행정 시스템을 마비시키고 자유민주주의 체제 전복을 기도하고 있습니다.
자유민주주의 기반이 되어야 할 국회가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붕괴시키는 괴물이 된 것입니다. 지금 대한민국은 당장 무너져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의 풍전등화에 운명에 처해있습니다.
친애하는 국민 여러분, 저는 북한 공산세력의 위협으로부터 자유 대한민국을 수호하고, 우리 국민의 자유와 행복을 약탈하고 있는 파렴치한 종북 반국가세력을 일거에 척결하고 자유 헌정 질서를 지키기 위해 비상 계엄을 선포합니다.
저는 이 비상 계엄을 통해 망국의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는 자유 대한민국을 재건하고 지켜낼 것입니다. 이를 위해 저는 지금까지 패악질을 일삼은 망국의 원흉 반국가세력을 반드시 척결하겠습니다. 이는 체제 전복을 노리는 반국가세력의 준동으로부터 국민의 자유와 안전, 그리고 국가 지속 가능성을 보장하며 미래 세대에게 제대로 된 나라를 물려주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입니다.
저는 가능한 한 빠른 시간 내에 반국가 세력을 척결하고 국가를 정상화시키겠습니다. 계엄 선포로 인해 자유대한민국 헌법 가치를 믿고 따라주신 선량한 국민 여러분께 다수의 불편이 있겠지만 이러한 불편을 최소화하는데 주력할 것입니다.
이러한 조치는 자유 대한민국 영속성을 위해 부득이한 것이며 국제사회에 책임과 기여를 다한다는 대외 정책 기조에 아무런 변함이 없습니다. 대통령으로서 국민 여러분께 간곡히 호소드립니다. 저는 오로지 국민 여러분만 믿고 신명을 바쳐 자유대한민국을 지켜낼 것입니다. 저를 믿어주십시오. 감사합니다.
지난 11월 13일, 광주송정역에서 전국철도노조 호남지방본부의 선전전이 시작됐다. “SR 정비차량 부족으로 돌려막기 운행! 열차안전이 위험합니다”라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을 든 사람들이 플랫폼으로 향하는 복도에 줄지어 있었다. 14일 저녁, 필자는 그 복도를 지나고 있었다. 불과 10분 뒤 SRT에 올라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 자리에서 기자 명함을 건네고 인터뷰를 요청했다. 며칠 뒤 호남차량정비단에 직접 방문할 수 있었다.
SRT, 반년간 11건 고장… ‘가벼운 고장 아니다’
호남차량정비단은 GIST에서 차로 15분 정도 거리에 있다. 정비단 앞에 도착하자 거대한 선로를 떠받치는 기둥과 건물들이 보였다. 호남차량정비단 문진모 지부장의 안내에 따라 철도노조 호남고속차량지부실로 들어갔다. 칸막이가 세워진 작은 휴게 공간에 컴퓨터 한 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소파와 탁자 정도가 있었다. 자리에 앉아 관련 자료를 받았다. 종이를 넘기자 ‘24년 6월 이후 최근까지 고장이 총 11건 발생’, ‘정비편성 축소’, ‘업무외주화’, ‘무리한 운행’ 같은 단어들이 눈에 띄었다. 간략화된 철도노조 요구사항과 준법투쟁으로 인한 영향을 주로 다루던 기존 뉴스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이야기였다.
“2015년도에 SRT가 생긴 건 KTX와 경쟁시켜 보다 질 좋은 철도 서비스를 시민들에게 제공하겠다는 거였어요. 그런데 실상은 그렇지 않다는 거죠.”
문 지부장은 2000년대부터 민영화에 맞서왔음을 밝히며 인터뷰를 시작했다. 2005년 KTX가 개통한 이래 철도 민영화 시도는 지속됐다. 이에 대한 반발이 거세자 2013년 박근혜 정부는 철도경쟁체제 도입이란 취지로 주식회사 SR을 출범, 새로운 고속철도 운영사가 등장했다. 문 지부장은 “SR이 22편성을 가지고 있는데 그중 12편성은 코레일에서 대여해주고, 유지 보수 같은 정비도 코레일에서 하고 있다. 그런데 올해 6월부터 최근까지 SR차량에서 주요 부품 고장이 11건이나 발생했다”라며 본격적으로 안전 문제를 언급했다. 문 지부장은 원래도 고장이 있기는 했지만 이렇게 주요 부품(축상베어링, 모터감속기, 트리포드 등)에 문제가 생긴 것은 심각한 사안으로, 대책 마련 필요성을 느껴 조사를 시작했다고 전했다. 그것이 이번 준법투쟁의 이유라고도 덧붙였다.
무리한 운행과 정비 외주화, 지금껏 운이 좋았을 뿐
“열차를 너무 많이 돌리고 있어요. 원래 고속차량은 정비편성을 잘해야 하거든요? 그런데 정비할 때가 됐는데도 그걸 충분히 안 하고 그냥 최대한 많이 운행하고 있는 겁니다.”
본디 고속열차는 정비편성을 운영해 정비 매뉴얼에 따라 각 부품을 일정 주기마다 점검하고 수리해야 한다. 그런데 2023년 9월 SRT 운행노선 확대에 따라 SRT의 정비편성이 축소됐다. 이에 따라 부품중정비주기(TBO)를 지킬 수 없게 됐다는 것이 문 지부장의 설명이다. 제때 정비를 받지 못하니 고장이 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SR은 야간에도 부품주기교환작업을 추가 시행했다. 하지만 이는 정비단의 업무과중으로 이어졌고, 충분치도 않았다.
더 큰 문제는 SR이 주요 부품의 정비를 외주화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라고 문 지부장은 말했다. 고속차량의 부품은 대체로 수입품으로 매우 고가다. 물론 최근 개발되는 고속차량들은 국내 기술의 비율을 높이고 있다. 하지만 이전부터 운행된, 즉 대부분 열차의 주요 부품은 여전히 수입품에 의존하고 있다. 따라서 정비와 교체에 많은 돈과 시간이 들어간다. SR은 이 비용을 절감하고 열차를 빠르게 운행하기 위해 주요 부품 수선을 외주화하기 시작했다. 바로 이 외주화가 잦은 고장의 주된 원인이었다. 외부 업체에서 수선한 부품들이 고장을 일으키고 있던 것이다.
“이게 트리포드라고, SR 차량 아래에서 돌아가고 있는 동력전달축입니다. 사람으로 치면 다리에요, 다리. 이게 기차가 시속 300km로 달리는 와중에 떨어져 나간 겁니다. 차량에서 탈락돼서 근처 논밭 어디서 주웠대요. 그렇게 바로 선로 밖으로 떨어지면 다행이지, 선로랑 차량 사이에 낀다고 생각해보세요. 탈선이에요. 재난입니다.”
실제로 사고가 났던 차량의 사진을 보게 됐다. 표면이 긁히고 뜯긴 하부 주행장치, 밑면이 부서져 덜렁거리는 나무 파편. 트리포드가 떨어져 나가며 열차 밑면과 충돌한 결과다.
보다 자세한 내용을 듣기 위해 정비 현장으로 안내받았다. 뉴스로만 보던 현장이 눈앞에 있었다. 10m는 훌쩍 넘을 것 같은 높은 공간에 묵직한 레일과 철골이 세워져 있었다. KTX와 SR 차량이 세대쯤 세워져 있었고 간간이 직원들이 지나갔다. 문을 하나 지나자 크고 작은 부품들이 줄지어 있었다. 녹이 슬고 부식된 부품들이었다. 아까 사진에서 본 것과 비슷하게 생긴 것도 있었다. 문 지부장은 이렇게 노후화된 부품들을 수리하거나 교체하는 것이 정비단에서 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외부 업체에서 이 작업을 하게 되자 곧 문제가 발생했다. 지난 10월 20일의 일이다. 부산행 SRT가 천안아산역에서 1시간 지연됐다. 뉴스에는 ‘동력차 하부 공기압력이 떨어지면서 사고가 난 것으로 보고 정확한 원인을 조사 중이다’라고 보도됐다. 하지만 인명피해가 없었을 뿐, 이처럼 지연된 열차들에서 발생한 사고들은 운이 나빴다면 심각한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사고였다고 문 지부장은 설명했다.
“외부 업체에게 정비받아 고장난 부품에 대한 책임은 외부 업체가 지긴 했어요. 그런데 인명피해가 안 나서 다행이지, 만약 큰 재난으로 이어졌으면요? 사람이 죽으면 그건 누가 어떻게 책임집니까?”
고속열차의 사용 연한은 중간 대수선을 거치면 최장 30년이다. 현재 국내 고속열차들은 20년이 다 되어가고 있다. 이미 노후화된 상태에서 제대로 된 정비가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아직 인명피해가 발생하지 않아 경각심이 없을 뿐, 현장의 직원들은 위기감을 느끼고 있었다.
“현장에 있는 우리는 알아요. 이제껏 큰 사고가 없었던 건, 그동안 운이 아주 좋았을 뿐입니다.”
안전을 위한 준법은 왜 투쟁이 됐나
현재 코레일과 SR측은 철도노조의 준법투쟁을 태업으로 공지하고 있다. 문 지부장은 태업이라는 건 말도 안 된다며 설명을 이었다.
“준법 투쟁은 정해진 매뉴얼을 지켜서 일하는 거예요. 그 정비 매뉴얼은 사측에서 규정한 겁니다. 그런데 그 규정을 지키면 지금 인력으로는 도저히 열차의 운행 스케줄을 맞출 수 없어요. 그래서 그동안 무리를 해온 거죠. 이런 상황에서 충원도 안 해주고, 매뉴얼을 지키면 운행 스케줄이 안 맞으니 태업이라고 하는 거예요.”
이런 상황에서 철도공사와 차량본부는 인력효율화계획에 따라 271명분의 인력을 감축하고 외주화를 추진 중이다. 철도노조는 이러한 인력감축 중지와 SRT 안전 관리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이전에도 여러 번 이의를 제기했지만 대부분의 대처가 실질적으로 의미가 없었다고 문 지부장은 설명했다. 대표적인 예시가 정비편성 수정이다. SR은 정비편성을 늘리기 위해 주말에 2량을 붙여 운행하던 열차를 분리해 한 량은 정비단으로 보내고 한 량만 운행했다. 하지만 “이건 전혀 실질적인 해결이 안 된다. 주말에는 정비 직원들도 휴일이다. 주중 정비편성이 절실한 상황이다”라고 문 지부장은 비판했다. 노조의 안전 문제 제기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것이다. 결국 11월 13일, 광주송정역에서 매일 저녁 7시에서 8시 사이 진행되는 선전전과 준법투쟁이 시작됐다. 12월 5일까지 사측이 협의 의사를 밝힌다면 응하겠지만, 그러지 않는다면 총파업을 시작하겠다는 것이 철도노조의 입장이다.
인터뷰가 끝나고 호남차량정비단을 나오며 뒤를 돌아봤다. 인터뷰를 위해서가 아니었다면 이곳에 올 일은 없었을 것이다. 사고가 일어나기 전까지 ‘밖’에 있는 사람들은 위험의 사전 신호를 알아차릴 수 없다. 무슨 일이 난 뒤에야 경각심을 느낀다면 그 사고는 대체 누가 책임질 수 있을까. 이제는 사고가 일어나기 전, ‘안’에 있는 사람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