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 2015. 11. 13 21:20]
9월부터 시작된 ‘국정교과서’를 둘러싼 논란이 갈수록 격화되고 있다. 시민사회와 학계는 서명과 집회, 참여 거부 선언 등으로 국정화에 대해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한편 정부는 지난 10일 “잘못된 교과서로 배운 학생들은 나라에 대한 자부심을 잃어버릴 수밖에 없다”라고 말하는 등 국정화 의지를 고수하고 있어 타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국정화 정국 속 지스트 구성원들의 행보와 입장을 알아보았다.
갈수록 격화되는 ‘국정화’ 논란
10월 12일 교육부는 중·고등학교 역사교과서 국정화 계획을 발표했다. 민간에서 만든 8종의 교과서를 학교가 자율적으로 선택하는 ‘검정제’에서, 교육부가 만든 국정화 교과서 한권만을 교육하는 ‘국정제’로 바꾼다는 것이다. ‘현 검·인정 교과서가 미흡해 대한민국의 정체성과 자긍심을 심어주기에 부족하다’는 것 등이 정부가 주장하는 국정화의 이유다.
시민사회와 학계는 반발에 나섰다. 국정화 계획이 공시된 당일부터 전국 역사학계 교수들의 집필 참여 거부 선언이 이어졌다. 10월 29일에는 대학교수 2,000여 명과 교사 21,379명이, 10월 30일에는 지스트를 포함한 36개 대학 총학생회가 국정화 반대성명서를 발표했다.
그럼에도 정부는 국사교과서 국정화를 밀어 붙이고 있다. 황교안 국무총리와 황우여 교육부 장관은 각각 11월 2일과 3일 대국민 담화와 브리핑을 통해, 반대가 있지만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9일에는 교과서를 만들 집필진와 이를 심의할 편찬심의위원을 공개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이에 시민단체는 내일(14일) 광화문에서 8만 명 이상이 참여하는 대규모 민중 총궐기 집회를 연다.
국정화 정국 속 지스트
총학생회는 10월 22일 임시 전체학생대표자회의를 열어 국정화 반대 입장을 밝히며 역사 교과서 국정화 시도를 규탄하는 성명서를 작성하여 온라인과 제 2학생회관등에 게시했다. [관련 기사 : 지스트 대학 총학생회 “역사 교과서 국정화 반대한다.”] 이어 10월 30일에는 전국 35개 대학 총학생회와 연대하여 국정화 반대 공동선언문을 발표했다.
개인 단위의 국정화 반대 움직임도 있었다. 박종훈 학우(13·전기전산)는 지난 10월 16일 학우들 간의 토론을 주최하여 성명서를 작성한 뒤, 학우 124명의 서명을 받아 교육부에 전달했다.
<국정화 관련 주요 사건 정리 ㅣ 인포그래픽: 남지윤 기자>
박종훈 학우는 “확정고시가 원래 일정대로 된 것도 아니고 앞당겨져서 되었다. 수많은 반대 의견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정부가 오히려 앞당겨서 고시한 것에 대해) 불통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절차적으로 비헌법적이라고 생각한다”라며 “검정교과서 제도여야 교과서가 균형잡힌 시각을 갖고 자정작용을 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총학생회장 박수현(13·화학) 학우는 이번 확정고시에 대해 “국가의 반 이상이 반대하는 것을 무시하고 추진하는 것은 민주적 절차가 부족하다”라며 정부가 반대 의견을 듣거나 설득하려는 노력이 부족했고, 반대 의견을 듣고 싶어 하지 않는 것처럼 느껴졌다고 했다. 추가 성명서 작성이나 학생회 활동 계획에 대해서는 “공동선언문 연명 이후 추가적인 계획은 없고 상황을 좀 더 지켜볼 것”이라고 밝혔다.
중립적인 입장임을 밝힌 지스트의 학우도 있었다. 이 학우는 “국가가 특정한 관점을 강조하는 것도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국정화교과서를 사용하면 국가의 정체성을 강조할 수 있고 국민들이 연대의식을 느낄 수 있는 등의 이점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절차적으로 국민들을 설득하고 전문가들과 논의하는 과정이 부족했다”라며 이번 국정화 시도에는 반대한다고 전했다.
김용덕 석좌교수, “좋은 교과서를 만들고 싶다면 검정체제 안에서 만들어야”
노경덕 교수, “정부가 의견을 듣지 않고자 하는 모습, 개탄스러워.”
동북아역사재단 초대이사장을 역임한 김용덕 석좌교수는 “다양성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국가에서 국정화라는 것은 맞지 않다”라며 이번 국정화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임을 밝혔다. 현행 교과서들이 좌편향이라는 주장에 대해선 “교과서를 정확하고 엄밀하게 읽어보지 않았기 때문에 나온 이야기다”라며 정말로 문제되는 내용이 담겼다면 교육부 검정과정을 통과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김 교수는 “다른 검정 교과서보다 더 잘 써진 교과서를 만들고 싶다면 좋은 역사학자들을 삼고초려하고 그 교과서를 떳떳하게 다른 교과서와 경쟁시켜라. 그래야 비판을 누그러뜨릴 수 있을 것”이라며 정말 교육부가 올바른 교과서를 만들고 싶다면 국정화가 아닌 검정제도 안에서 교과서를 만들라고 주문했다.
러시아사 전공의 노경덕 교수는 학계 대다수가 반대하는 국정화를 정부가 강행한 것에 대해 “개탄스럽다. 가장 큰 충격은 의견을 들으려고 하지 않는 모습이다. 현 정권을 지지하는 역사학자들도 상당수가 이번 국정화 시도에 대해서는 반대 의견을 밝혔다”라며 “전문가들의 반대 의견은 편을 가르기 위함이 아니라 국정화의 비논리성을 지적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검정교과서가 미흡하기 때문에 국정화를 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검정교과서들이 완벽한 교과서들이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최근 연구결과를 반영하고 좀 더 풍부한 내용을 담아 학생들이 흥미를 느낄 교과서를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면서도 “진정으로 교과서를 질적으로 향상시키고 실수를 교정하는 것이 목적이라면 국정화가 아닌 다른 방법으로 하길 바란다”라고 밝혔다.
노 교수는 “학생들이 사회영역에 관심을 갖고 참여하길 바란다. 자신과 무관한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길 바란다.”라고 덧붙이며 학우들에게 사회문제에 관심을 가질 것을 당부하기도 했다.
* 역사교과서 국정화와 관련한 칼럼을 기고 받습니다. 독자라면 누구나 기고 가능합니다.
김수호 기자 soohoda0501@gist.ac.kr
홍현준 기자 myblue610@gist.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