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18일, 36년이 지나도 잊히지 않는 아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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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폭력으로 인한 상처를 치유하는 곳, 광주트라우마센터

 

1980년 5월 18일, 계엄군은 전남도청과 충장로 앞에서 비상계엄 해제를 외치는 시민들에게 무차별적인 폭력을 행사했다. 당시 정부는 광주에서 폭동이 일어나 이를 진압했다고 발표했다. 그로부터 36년이 지난 지금, 5.18 광주민주화운동의 진실은 밝혀졌고 해당 가해자들은 재판을 통해 처벌받고 무고하게 피를 흘렸던 피해자들은 국가유공자로 지정됐다.

하지만 5.18 민주화운동에 참여했던 이들 중 일부는 여전히 그때의 상처에 아파하고 있다. 바로 트라우마(Trauma, 정신적 외상)를 지금까지 가슴에 두고 살아온 사람들이다. 5.18 기념재단의 2006년 통계에 따르면 5.18 부상자와 유족 중 55.8%는 PTSD(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가지고 있으며, 민주화 운동 관련 사망자 중 10.4%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광주트라우마센터는 이들을 위한 곳이다. 광주트라우마센터는 지난 2012년 설립된 국가폭력 피해자를 위한 국내 유일의 기관이다. 주로 5.18 광주민주화운동 등의 국가폭력 생존자와 그 가족들을 치유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국가폭력이란 국가가 주도하거나 묵인하는 다양한 형태의 폭력으로서 불법감금, 고문 등이 있다.

“그때의 일이 고장이 난 테이프처럼 머릿속에서 자꾸 맴돌아요” 피해당사자와 그 가족은 평소 5월 18일의 충격을 가슴에 묻은 채 살다가도 그때와 비슷한 상황에 부닥치게 되면 정상적인 삶을 살아가는 데 방해를 받기도 한다. 이러한 국가폭력 피해자들을 위해 광주트라우마센터는 이들의 치유와 재활을 도와 일상적인 삶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있다. 상담 프로그램, 예술치유 프로그램, 사회적 관계 회복 프로그램 등이 정기적으로 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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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명지원 팀장이 광주트라우마센터를 소개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들을 총괄하는 명지원 재활팀장은 “내담자분들은 갑작스러운 분노, 불안과 같은 감정의 원인이 ‘자신에게 문제가 있어서’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치유 프로그램을 통해 그런 감정은 사실 국가폭력에 의한 PTSD 증상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당신의 잘못이 아니다’고 인지하게 됩니다. 이런 과정에서 내담자들은 많은 위로를 받게 됩니다”고 말했다. 명지원 팀장은 프로그램을 제공하면서 ‘정말로 마음이 가벼워졌다’, ‘잠을 편하게 자게 되었다’라는 말들을 정말 많이 듣는다며, “그런 반응을 들을 때면 힘든 것이 사라지고 ‘내가 의미 있는 일을 하는구나’고 보람을 느끼게 됩니다”고 말했다.

5.18 민주화운동 당시 입었던 피해는 당사자들에게 정신적인 트라우마뿐만 아니라 신체적 후유증으로도 남아있다. 그들은 36년이 지난 지금도 고문과 폭력으로 인한 통증 및 후유증으로 생활에 불편을 겪고 있다. 광주트라우마센터에서는 이들을 위한 정형도수 물리치료를 진행한다. 광주트라우마센터의 물리치료사 유성훈 씨는 “일반적인 외상환자들의 물리치료 방식과 달리, 시간의 제약을 두지 않고 한 시간이든 두 시간이든 계속해서 치료를 진행합니다”라며, “내담자들을 치료하다 보면 그분들의 이야기를 듣게 되는데, 정말 그들의 상처 깊이가 느껴집니다”고 말했다.

2012년 센터를 연 이래로 치유 프로그램에 참여해온 사람은 215명 정도다. 참여한 사람들의 반응은 좋은 편이다. “10여 년 동안 정신병원 생활과 일상생활을 번갈아 하셨던 분들이 치유 재활 프로그램을 통해 직업을 찾았다는 소식을 듣기도 했어요”고 명지원 팀장은 말했다.

광주트라우마센터는 국가폭력 예방을 위한 인권옹호활동에도 힘쓰고 있다. 광주트라우마센터는 공동체 치유와 인권의식 함양을 목표로 치유의 인문학, 국가폭력과 트라우마 국제회의 등을 운영 중이다. 명지원 재활팀장은 “목표는 국가폭력을 예방하는 것입니다. 더불어 피해당사자들이 겪고 있는 문제들의 심각성이 알려지지 않아 그들의 입장을 지지해주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고 말했다.

매년 5월 17, 18일에는 망월동 5.18 국립묘지에서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는 시민들을 대상으로 치유할 방안을 소개하고 상담을 진행한다. 명지원 재활팀장은 “국가폭력을 대상으로 하는 기구들이 광주뿐만이 아니라 전국적으로 퍼졌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고 덧붙였다.

김채정 기자 cjkim15@gist.ac.kr

전준렬 기자 dynamic98@gist.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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