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전문연구요원제도 폐지, 신중히 재검토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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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계가 들썩이고 있다. 국방부가 내놓은 <대체복무제도 축소 계획안> 때문이다. 국방부의 안에 따르면 모든 대체복무제도는 2023년까지 완전 폐지 절차를 밟는다. 특히 2,000여 명 규모의 전문연구요원제도는 2019년이면 전면 폐지된다.

국방부가 대체복무제도를 폐지하는 주된 이유는 저출산에 따른 병력 감소다. 2020년 이후에는 병력을 단계적으로 줄인다고 해도 인구절벽으로 병력 자원이 2~3만 명가량 부족해진다는 것이다. 국방부는 이 부족한 병력 자원을 대체복무제도를 폐지함으로써 보충한다는 계획이다.

출산율 저하에 따른 병력 감소는 불가피한 일이다. 현재 35만여 명인 20세 남성인구가 2023년쯤이면 25만여 명으로 급감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문연구요원제도 폐지가 이에 대한 적절한 해결책인지는 의문이다. 전문연구요원제도는 고급인력에 연구기회를 부여하고 산업체에는 고급인력을 지원함으로써 국가산업의 육성·발전과 경쟁력을 높일 목적으로 생긴 제도다. 1970년대부터 시행된 이래로 국내 이공계 고급인력의 해외 유출을 막는 유인책으로서 기능해왔으며, 이를 통해 과학기술의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기여해 왔다. 또한, 중소기업체의 연구 기술 인력난 문제도 어느 정도 해소해왔다. 중소기업연구원 노민선 연구위원의 <중소기업 병역대체복무제도의 현황과 과제> 발표에 따르면, 이에 따른 연간 이익이 1조 87억 원에 달한다.

이러한 장점들을 젖혀두고도 전문연구요원제도를 폐지하는 것이 실질적인 국방력 향상으로 이어진다면 이도 고려해봄 직하다. 대체복무제도가 도입된 배경이 군의 병역 수급상 발생하는 잉여자원 해소 및 국가 인적자원의 효율적 활용이 목적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대전은 머릿수보다는 정보, 첨단기술, 무기체계 등이 더 중요한 경향을 띠고 있다. 전문연구요원 2,500명을 전투병으로 차출하는 것이 이들이 후방에서 과학기술 연구·발전을 통해 국방력 향상에 직·간접적으로 기여하는 것보다 국방력 강화에 도움이 된다고 기대하기는 어렵다.

전문연구요원제도를 폐지한다고 해서 부족한 병력 규모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되는 것도 아니다. 당장 2020년대의 병력 감소 문제는 해결할 수 있다고 해도 현재의 저출산 경향으로 보았을 때 병력 감축은 좀 더 큰 관점에서 풀어야 할 문제다. 현재 적용받고 있는 인원이 연간 8,500여 명에 그치는 산업기능·전문연구요원제도 폐지는 임시적인 방편일 뿐이다.

오랜 기간 고민을 하고 발표한 정책인지도 의문이다. 교육부가 산업 수요에 맞춘다며 학생들의 반발을 무릅쓰고 이공계 대학생 정원을 늘리는 프라임 사업을 밀어붙이고 있는 상황에서 이공계 육성 정책과 반대되는 대체복무제도 폐지를 국방부가 밝힌 것은 정부 부처 간 협의도 제대로 되지 않은 상황임을 보여준다.

전문연구요원제도는 도입 이래로 그간 대한민국의 종합적 국력 향상에 크게 기여함으로써 과학기술계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쳐왔다. 전문연구요원제도 폐지를 통한 머릿수 채우기 정책을 고려하기 이전에 현대전 양상에 맞는 장기적인 관점에서의 국방정책 수립이 우선이다. 국방부는 대체복무제도 폐지를 재고해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