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한국은행이 내놓은 「2015년 지급수단 이용행태 조사결과 및 시사점」에 따르면 지급수단 중 현금의 이용비중이 줄어들고 신용카드 비현금지급수단의 이용이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지갑에는 종이 지폐대신 플라스틱 카드가 자리를 잡고, 지갑이 없어도 스마트폰만 있으면 금융거래가 가능해지는 시대가 도래했다. 상품의 가치를 나타내는 의미의 ‘돈’은 분명히 존재하지만 서서히 눈에 보이는 돈, 지폐는 사라지고 있다. 왜 현금 이용비중이 줄어들고 있을까.
핀테크의 등장
삽화=윤지현 디자이너
21세기 정보화 사회에서도 IT(information technology)는 컴퓨터 등 과학기술 분야 뿐만 아니라 다른 여러 분야에서도 응용되고 있다. IT를 통해 많은 양의 정보를 전자화하여 일을 빠르고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IT는 금융분야에서도 응용되고 있다. 핀테크가 그것이다.
핀테크는 금융(finance)과 기술(technology)의 합성어로 금융과 IT 융합을 통한 금융 서비스 및 산업의 변화를 말한다. 핀테크 이전에도 금융분야에서 IT가 사용되고 있었다. 1950년대에 자석과 반도체를 이용한 신용카드가 등장했고, 1990년대부터 인터넷 뱅킹과 텔레뱅킹은 실용화됐다. 그 이후 2005년 영국에서 개인간 대출이 처음 등장하면서 핀테크라는 개념이 생겨났다. 핀테크는 단순히 금융을 전산화 하는 단계를 넘어서 금융 서비스 이용자의 데이터를 활용하여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기 시작했다. 핀테크를 통해 개인 간 대출(P2P), 클라우드 펀딩(cloud funding), 인터넷 전문 은행 등의 혁신적인 기술도 생겨났다. 이러한 핀테크의 시장 규모는 비약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글로벌 핀테크 시장 투자 규모는 20008년 9억2000만 달러에서 2014년 122억달러로 성장했고 2017년에는 7000억 달러로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핀테크의 발달로 결제 및 송금시스템이 간편화하고 있다. 카카오톡 앱에 개인카드를 등록하여 간단하게 비밀번호만으로 결제가 가능한 카카오페이, 근거리 무선 통신(NFC)과 마그네틱 보안 전송(MST) 방식을 지원하는 서비스인 삼성페이 등이 대표적인 예이다. 또한 사용자의 금융데이터를 기반으로 고객 신용도를 평가하거나 금융 리스크 관리, 포트폴리오를 관리해주는 금융 소프트웨어도 발달하고 있다. 핀테크는 인터넷 활동 내용을 기반으로 고객 신용도를 평가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금융기관이 중개수수료를 최소화하기 위한 플랫폼을 개발하는 등에도 폭넓게 이용되고 있다. 실제로 홍콩에 본사를 둔 대출업체인 렌도(Lendo)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활용하여 고객의 신용을 평가하고 있다.
현금 없는 경제로의 이행
지난 9월 12일 한국경제연구원은「현금 없는 경제 : 의미와 가능성」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현금 없는 경제(cashless economy)가 저성장을 벗어나는 새로운 해법이라는 가능성을 제기했다. 현금거래에 소요되는 비용을 줄여 새로운 성장동력을 창출할 수 있다는 것이다. 노르웨이 중앙은행의 연구에 따르면, 현금거래에 소요되는 건당 거래비용이 카드를 이용했을 때의 건당 거래비용보다 73%나 높다. 또한 통상적으로 현금 거래로 발생하는 직접 비용만 GDP의 1~2%에 이르며, 세수 손실 및 현금 인쇄 및 관리 비용, 현금 도난 범죄 등 사회 전체가 부담해야 하는 비용은 훨씬 크다.
스웨덴, 덴마크 등 핀테크 산업이 잘 발달되어 있는 나라들은 현금 없는 사회의 빠른 실현을 위해 기술적, 제도적 환경을 구축하고 있다. 특히 스웨덴에서는 현금거래 대체시스템이 잘 되어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스위시(swish)이다. 스위시는 전화번호를 이용한 개인 간 실시간 모바일 계좌 서비스로 처음 선보인지 약 3년 6개월이 지난 이래로 스웨덴 전체 일구 전반에 가까운 420만명이 사용하고 있다. 이러한 스웨덴 핀테크 기업들의 해외 진출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으며, 핀테크는 스웨덴의 미래 신성장 동력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2015년 국제정보통신연맹이 IT에 대한 접근성, 사용정도, 기초역량을 종합적으로 평가한 JDI 지수를 살펴보면 전 세계 167개국 중 우리나라가 8.93으로 1위를 차지했다. 핀테크 산업이 발달하기 좋은 모바일 환경과 기술력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금융산업 규제가 핀테크 산업 발전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핀테크의 특수성을 반영하지 못한 채 기존의 엄격한 금융 규제방식들을 그대로 적용했기 때문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이러한 규제들을 정비하고 현금 없는 경제로의 이행이 이루어진다면 핀테크가 한국의 새로운 주력 산업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시했다.
지스트대학 기초교육학부에서 경제학과목을 담당하고 있는 김희삼 교수는 “현금이 아닌 다른 방법으로 거래를 할 수 있는 것은 신뢰가 바탕이 되었기 때문이다”며, 핀테크의 발전을 위해서 신뢰가 중요함을 강조했다. 기존에 은행에서 거래했던 이유는 은행이 거래 당사자들이 믿을 수 있는 기관으로서의 의미가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IT의 발달로 이러한 제 3의 중개를 개인이나 기업이 맡게 되었기 때문에 신뢰가 핀테크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또한 김 교수는 “현금 없는 사회로 간다 해도 돈의 대한 개념은 앞으로도 그대로 일 것”이라고 말했다. 핀테크의 등장으로 거래수단으로써의 돈은 빠르게 자취를 감추게 될 가능성이 높아보이지만 부의 축적이나 가치, 신용의 수단으로서 돈의 의미는 현재와 같은 돈의 형태가 사라지더라도 변하지 않을 것이다.
김채정 기자 chkim@gist.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