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탁금지법, 국가적 차원의 거대한 실험”

0
1079

지스트 김건우 교수 인터뷰

-문제 있으나 점차 나아질 것

-법 만능주의 나아갈 우려

“현재 청탁금지법에는 우려되는 점이 있습니다. 그런데도 이 법의 시행으로 나타나는 변화는 상당히 긍정적일 것으로 전망할 수 있습니다”

한창 논란이 되는 청탁금지법에 대해 지스트에서 법학을 강의하는 김건우 교수(기초교육학부)에게 물었다. 김 교수는 애초에 청탁금지법에 많은 문제가 있어서 이 법에 크게 기대를 하지 않았다고 했다. 하지만 막상 시행된 지금, 청탁금지법으로 긍정적인 변화가 나타나리라 전망한다고 했다.

김 교수는 대가성이 없이도 금품 수수를 처벌할 수 있다는 점이 청탁금지법의 의의라고 말했다. 기존의 뇌물죄와 배임수재죄는 대가성 입증이 어려워 처벌의 어려움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동시에 현재 청탁금지법에는 몇 가지 우려되는 점이 있다고 말했다. 부정청탁을 하거나 금품을 주는 사람에게까지 제재가 가해지기 때문에 사실상 모든 국민을 대상으로 한다는 것이다. 또한 위법 여부의 결정적 기준인 직무관련성의 개념이 매우 모호하다고 지적했다. 직무관련성이 불분명할 때 따르는 ‘사회상규(사회의 통상적, 상식적인 규범)’의 개념과 신고 접수 시 어느 기관이 다루는지조차도 명확하지 않다고 했다.

“가장 큰 문제는 법 내용이 다소 복잡하고 자세해서 일반 국민이 어떤 행위가 허용되고 금지되는지를 잘 모르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그 실효성이 우려되는 상황이지요. 그리고 여전히 법에 모호한 점이 많다는 거예요. ‘공직자등’의 범위도 모호한 점이 있지만, 더 큰 문제는 ‘직무관련성’의 모호함입니다”

하지만 이런 모호성에도 불구하고 청탁금지법을 비관적으로만 보고 있지는 않았다. 김 교수는 “결국 시간이 지나면서 법의 실행에 일정한 관행이 자리 잡히고 어느 정도 실효성이 있는 법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라고 말했다.

지스트에서 청탁금지법으로 달라진 점을 짚어달라는 질문에는 지스트에는 크게 달라질 점이 없을 것이라고 답했다. 하지만 강연료나 회의비(음식 대접) 등의 관행에는 상당한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특히 강연과 관련된 학술활동이 위축될 가능성도 제기했다.

“원래 공직자등의 외부강연료를 제한한 의도는 고위공직자의 외부강연에 오가는 고가의 강연료가 부정청탁과 연결되는 나쁜 관행을 없애기 위한 것이었는데요, 이 법은 교수의 다양한 학술강연이나 발표까지 포함해서 규제합니다. 이 문제는 앞으로 어떤 식으로건 조정될 가능성이 있다고 봅니다”

김 교수는 이제 학생이 교수에게 선물을 주는 일은 삼가야한다고 당부했다. 3·5·10 원칙이 있지만 그런 규율은 현실성이 없다고 못 박았다. 교수-학생 관계는 기본적으로 직무관련성이 있다고 판단되기 때문에, 대가성이 인정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하지만 교수 개인과 학생의 자리는 피하더라도, 교수 그룹과 학생 그룹간의 회합 등은 좋은 관행으로 유지하고 발전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개인의 자율적인 영역이 이 법에 따라 포괄적으로 제재를 받아야 한다는 상황으로 오게 된 현실에 김 교수는 자괴감을 느끼기도 한다고 했다. “문제는 우리의 관행과 문화가 자율적으로 건전화될 수 없을 정도로 부패했다는 것인가, 그래서 이렇게 포괄적인 대상에 대해 처벌 규정까지 포함한 법에 따라 규제되어야 하는가 하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이것을 과장해서 생각한다면 ‘법 도덕주의’로의 회귀, 더 나아가 ‘법 만능주의’까지 나갈 가능성도 있다는 우려를 나타냈다.

하지만 이러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청탁금지법이 상당히 긍정적인 결과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공직자등이 부정청탁과 금품 수수를 거부할 강력한 명분을 줄 수 있다면서 접대 문화의 약화를 예상했다. 그리고 접대문화가 약해진다면 공공부문과 민간부문 모두 더 생산적인 곳에 에너지를 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김 교수는, 한 문장으로 청탁금지법을 총평하며 인터뷰를 마쳤다.

“청탁금지법의 시행은 대한민국이 법의 이름으로 행하는, 국가적 차원의 거대한 실험이다”

 

(이 기사는 서면으로 진행된 인터뷰를 재구성한 것입니다)

 

박희수 기자 phs@gist.ac.kr

김채정 기자 cjkim15@gist.ac.kr

박주성 기자 pjschemian@gist.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