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무관련성 파악이 가장 중요
모호한 경우 가능한 조심해야
“학생이 교수님한테 캔커피 줬어요” 9월 28일 청탁금지법 시행 첫 날, 이 법의 국내 첫 신고는 어느 대학교 학생이 교수에게 캔커피를 줬다는 내용이었다. 신고자가 신원을 밝히지 않았고 100만 원 이하였기에 경찰은 출동 없이 종결하였지만, 청탁금지법에 따르면 위법요소가 있을 수도 있는 사건이었다. 문제는 이런 일이 지스트에서도 충분히 생길 수 있는 일이라는 것이다.
청탁금지법은 크게 부정청탁을 금지하는 내용과 금품등의 수수를 금지하는 내용으로 나뉜다. 전자의 핵심은 공직자등에게 ‘법령을 위반한’ 행동을 하도록 청탁하면 위법이라는 내용이다. 법령을 위반하지 않은 일반청탁의 경우는 해당하지 않는다.
청탁금지법에서 특히 문제가 되는 부분은 금품등의 수수이다. 평소에 관례로 주고받던 음식물, 선물, 편의 제공, 경조사비와 같은 ‘금품등’이 기본적으로 금지되기 때문에 신경을 써야 한다. 100만 원이 넘는 금품의 경우는 직무관련성과 상관없이 위법이며, 그 이하의 경우는 직무관련성이 있을 경우만 위법이다. 하지만 ‘원활한 직무수행 또는 사교·의례·부조’의 목적인 경우 음식은 3만 원, 선물은 5만 원, 경조사비는 10만 원까지 제공 가능하다. 이것이 바로 ‘3·5·10 원칙’이다.
중요한 것은 ‘직무관련성’이란 개념이 모호하다는 것이다. 직무관련성이란 말 그대로 ‘자신의 업무와 관련이 있는가’이다. 여기에 직접적인 관련성이 있어서 공정한 직무 수행을 저해할만한 ‘직접적 직무관련성’이라는 개념이 등장한다. 예를 들어, 학생과 학생의 성적을 관리하는 교수간의 관계에서는 직무관련성이 명확하기에 3·5·10 원칙에 상관없이 단 1원의 금품을 제공해도 위법이라고 해석한다. 그러므로 청탁금지법 1호 신고가 ‘캔커피’에서 나온 것이다.
학생은 교수에게 선물을 주지 않는 것이 좋다. 수업을 듣지 않는다고 해도 직무관련성이 아예 없다고 단정할 수 없다. 수업을 듣는 교수뿐만 아니라 학부장이나 학장 등도 직무관련성이 인정되기 때문이다. 특히 스승의 날 선물의 카네이션도 생화나 조화는 금지된다고 한다.
대학원생은 학위논문 심사 전후에 교수에게 음식을 대접해서는 안 된다. 연구실에서 돈을 모아서 교수에게 사주는 선물도 금지된다. 교수와 대학원생은 기업체 관계자와 산학협력, 연구용역 또는 출판 등으로 의뢰관계가 성립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이 경우 직접적 직무관련성이 있는 관계가 성립할 수 있으므로 3·5·10 원칙이 적용되지 않는다.
교무처장과 같은 보직을 맡은 교수는 평교수를 인사·평가하기 때문에 직접적인 직무관련성이 있다. 또한 모든 교수들은 외부강연비와 기고비를 제한받는다. 특히 지스트 교수는 공무원과 같은 기준이 적용된다. 강연은 처장 급이 아닌 다수의 교수의 경우 최대 시간당 20만 원, 전체 30만 원 이하여야 하며 사전신고가 필수적이다. 기고의 경우 강연 1시간과 같은 기준이다. 이 법은 속인주의*를 적용하기 때문에, 해외학회를 간다고 해도 청탁금지법이 적용된다. 지스트 대학 소속의 외국인 교수도 적용 대상이다. 반면 해외석학 초청강연과 외국대학의 한국인 교수인 경우는 포함되지 않는다.
공직자 동료 간의 음식 대접은 직무관련성이 없을 때만 1회 100만 원 이내로 가능하다. 감사부와 같이 업무가 전 교직원을 대상으로 하는 경우는 교직원으로부터 선물이나 식사를 받을 수 없다. 또한 공직자의 배우자도 공직자와 같이 금품등을 수수할 수 없다.
조교도 학교와 직접 근로계약을 체결하므로 청탁금지법의 적용을 받는다. 지스트의 대학원생은 모두 조교이며 학부생 조교도 많으므로, 동료의 부정청탁이나 금품수수를 조심해야 한다.
그러나 모든 금품 수수가 위법은 아니다. 상급자가 위로·격려·포상 등의 목적으로 제공하는 금품등이나 공공기관에서 소속 공직자에게 제공하는 금품은 가능하다. 친족 관계에 있는 사람이 금품을 제공하는 것이나, 행사와 같은 곳에서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기념품·상품을 주는 것도 합법이다.
청탁금지법을 위반하면 청탁을 받은 사람, 주는 사람, 전달한 사람 모두 과태료 또는 형사처분으로 이어진다. 100만 원이 넘는 금액에 대한 처벌은 3년 이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 벌금을 물린다. 100만 원 이하의 경우 수수금액의 2~5배에 해당하는 과태료가 부과된다. 또한 부정청탁과 금품수수를 처음 받은 경우 공직자는 거절하는 의사를 명확히 표시해야 한다. 두 번째부터는 공직자가 공공기관장에게 신고해야 하며 신고하지 않으면 징계를 받는다.
지스트 감사부에서는 청탁금지법이 시행되기 전인 8월부터 모든 교직원을 대상으로 청탁금지법을 매달 교육하고 있다. 지스트 교직원에게는 국민권익위원회가 만든 학교 대상 청탁금지법 매뉴얼이 배포됐다. 청탁금지법 이전부터 지스트 원규집에는 <임직원 행동강령>에 부정청탁과 금품수수에 대한 내용이 있었다. 원규에는 청탁금지법에 없는 ‘이해관계 직무의 회피’** 조항이 있고, 선물 가액 제한도 3만 원으로 청탁금지법보다 강력하다. 이와 관련하여 김태영 감사부장은 “원규를 청탁금지법에 맞춰 개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직 청탁금지법의 선례가 없고 법의 용어가 모호하기 때문에 법을 폭넓게 해석하고 최대한 조심해야 징계를 피할 수 있다. 모호하거나 자문이 필요할 경우 지스트의 청탁방지담당관인 김태영 감사부장에게 문의하면 된다. 국민권익위원회 홈페이지(http://www.acrc.go.kr/)에서도 청탁금지법에 대해 문의하고 가이드라인을 확인할 수 있다.
*속인주의 : 자국영역을 불문하고 자국민을 중심으로 법을 적용하는 원칙. 자국민이 해외에 나가도 법의 적용을 받는다.
**이해관계 직무의 회피 : 자신이 수행하는 직무가 자신의 이해와 관련되거나 4촌 이내의 친족이 직무관련자에 해당되어 공정한 직무수행이 어렵다고 판단되는 경우 직무를 회피하는 것. ‘이해충돌 방지’라고도 한다.
박희수 기자 phs@gist.ac.kr
황소정 기자 realsoj1997@gist.ac.kr
이동건 기자 unlimitlife@gist.ac.kr
도표 : 윤지현 yjh@gist.ac.kr
삽화 : 채유정 codbwjd@gist.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