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가와 관객의 소통 공간 ‘광주비엔날레 현장스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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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들이 가기에 좋은 날씨였던 지난 10월 15일, 광주 북구 용봉동에 있는 광주비엔날레 전시관은 사람들이 북적였다. 초등학생에서부터 노부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전시관을 찾았다. 전시관의 입구는 80%가 초록색이고, 끝부분이 분홍색인 쇠사슬로 만들어진 발이 쳐있었다. 루스 부캐넌의 <갈라지다, 갈라짐, 갈라지는>이라는 작품이었다. 안과 밖의 분리라는 개념을 해체하고자 하는 시도라고 비엔날레는 설명했다.

신탁자,_부엉이_…_어떤_동물들은_절대_잠들지_않는다 (1)-안 리슬리가드의 <신탁자, 부엉이 … 어떤 동물들은 절대 잠들지 않는다.>이다. 작품의 뒤엔 <녹두서점─산 자와 죽은 자, 우리 모두를 위한>이 보인다.

관객들은 전시관에 들어서자마자 검은색 디스플레이 속에 앉아있는 흰색 부엉이를 보고 걸음을 멈췄다. 갑자기 부엉이는 목을 길게 뻗으며 컴퓨터 음성을 더듬거리며 내뱉었다. 몇몇 관객들은 이에 깜짝 놀란 반응을 보였다. 안 리슬리가드의 <신탁자, 부엉이 … 어떤 동물들은 절대 잠들지 않는다.>이었다. 전시관 안내를 맡은 큐레이터 김푸름 씨는 “3D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진 이 부엉이가 내뱉는 불완전한 말들은 미래를 예측하는 내용이다. 이는 사람들이 미래의 일을 예측할 수 없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안 리슬리가드의 작품 뒤에도 많은 작품이 전시되어 있었다. 약 140평 크기의 제1전시실은 동선을 짜기가 어려울 정도로 41개의 다양한 작품들이 병치되어 있었다. 다음으로 눈에 띈 것은 도라 가르시아의 <녹두서점─산 자와 죽은 자, 우리 모두를 위한>이라는 작품이었다. 지금은 문을 닫은 녹두서점은 5.18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군부대의 외곽도로 차단과 공수부대의 이동 등의 민주화 운동 소식을 광주 전체에 전하는 역할을 했던 곳이다. 도라 가르시아는 5.18을 겪었던 사람들의 증언을 토대로 녹두서점을 재현했다. 관객을 의미하는 ‘산 자’와 5.18 당시 희생되었던 ‘죽은 자’를 이어주는 공간으로서 녹두서점을 재창조한 것이다.

녹두서점의 왼쪽 벽면에는 일곱 개의 대자보가 붙어져 있었다. ‘21일 소식’이라는 대자보는 1980년 5월 22일이라는 날짜가 쓰여 있었다. 그 위에는 ‘304명 목숨을 빼앗아 간 정부는 진실규명에 앞장서고 미수습 9명을 안전하게 인양하라’는 대자보가 붙어있었다. 과거의 대자보와 현재의 대자보를 같은 공간에 붙여놓음으로써 과거(5.18)와 현재(세월호)를 이어준다는 의미를 최대한 구현한 것이다.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네다섯 여명의 어린이들은 녹두서점에 놓인 책들을 읽어보고 있었다. 한 노부부는 5.18 당시를 회상하는 듯 고개를 끄덕거리면서 녹두서점을 바라보기도 했다. 녹두서점을 본 뒤 <광주 돌>, <거대한 돼지풀>, <서류 작업의 즐거움> 등 작품들을 감상하고 제2전시실로 향하는 통로에 들어섰다.

제2전시실은 제1전시실보다 한 층 위에 있었다. 20도 정도의 각도로 이루어진 경사면 통로의 벽면에는 번개 모양의 많은 금이 있었다. 한 초등학생은 “지진 때문에 금이 갔을까?”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금들을 가까이서 보니, 사실 실을 벽에 접착제로 붙여 만들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또한, 벽의 몇몇은 페인트가 양파껍질처럼 떨어져 나오는 것 같이 꾸며져 있었다. 이 모든 것은 프라작타 포트니스의 <당신이 밖을 볼 때까지 벗기고 또 벗기고>라는 작품이었다. 큐레이터 김 씨는 금이 가고 페인트가 벗겨지는 듯한 연출을 하여 시간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하는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긴 통로가 끝나고, 도착한 2층의 왼쪽은 제2전시실이 있었고, 오른쪽에는 제3전시실로 향하는 통로가 있었다. 제2전시실은 자신의 발밑조차 제대로 내려다볼 수 없는 암실이었다. 김 씨는 “이곳에 전시된 작품은 대부분 영상작품이기 때문에 이미지와 소리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서 어둡게 전시실을 꾸몄다”고 말했다.

제2전시실에서 인상 깊었던 작품은 플로 카세아루의 <항쟁>이라는 4분 정도의 단편 비디오였다. <항쟁>은 제목에서 연상되는 강한 이미지와는 달리 평화롭게 건물의 지붕을 보수하는 내용이 담긴 영상이었다. 보수가 이루어진 건물의 지붕은 종이비행기의 모양으로 개조됐다. 이 건물의 지붕은 비조차 제대로 막아주지 못할 것같이 생겼다. 큐레이터 김 씨에 의하면 “지붕에 만들어진 비행기들은 2016년 6월 8일에 있었던 러시아군 항공기의 에스토니아 영공 침범사건을 의미한다”고 했다. 플로 카세아루 작가는 자신의 지붕을 보수함으로써, 보수과정을 비디오로 찍음으로써, 그리고 비디오를 전시해 관객에게 보여줌으로써 이 사건을 고발했다.

제3전시실에 들어가는 입구의 천장엔 선풍기들이 매달려져 있었다. 이에 대해 김 씨는 “바람의 흐름을 인공적으로 만들어, 새로운 상상의 공간을 만든다는 의미를 지닌다”고 말했다. 또한, 큐레이터는 제3전시실에 대해 “각 작품이 하나의 구역을 만드는 것 같은 모습을 지닌다”고 말했다. 다양한 작품들이 병치된 제1전시실과 대조되는 모습이었다.

제3전시실에서 바로 보이는 작품은 미하엘 보이틀러의 <대인 소시지 가게>라는 구조물이었다. 구조물은 과일망 속에 구겨진 종이들로 만든 벽돌로 이루어져 있다. 이는 작가가 광주 대인시장에서 가져온 쓰레기를 이용해 소시지와 닮은 모양으로 만든 것이다. 쓸모없다고 생각되는 물건들이 새롭게 예술품으로 재탄생된 것이다.

<대인 소시지 가게>위는 LED로 만들어진 조명이 있었다. 이 조명은 <대인 소시지 가게>와는 별개인, 리 징후의 <하얀 구름>이라는 작품이라고 한다. 김 씨는 “작가는 밤늦게까지 노동자가 일하는 중국의 공장 건물에서 흘러나온 형광등 불빛이 하얀 구름과 같이 보였다는 것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말했다. 중국의 급격한 도시화를 비판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이다.

제4전시실에 대해서 큐레이터는 “이곳에 있는 작품들은 대부분 추상 작품이다”고 말했다. 가장 눈에 띄는 작품은 호세 리옹 세릴요의 <뺄셈 화면>이었다. 총 3개의 정사각형은 제4전시실의 곳곳에 놓여있었다. 정사각형의 얇은 프레임은 마치 사진을 찍는 듯 관객의 시야에 제한을 가한다. 많은 관객들은 <뺄셈 화면> 너머에서 사진을 찍었다.

아이샤 술타나의 <통로 II>, <유지 III> 등 나란히 걸려있는 7개의 작품은 회색으로 빛나고 있는 금속판같이 생겼다. 큐레이터 김 씨는 이는 사실 종이에 흑연을 칠한 것이라고 말했다. 작가는 이를 통하여 겉보기엔 금속 같지만 사실 연약한 종이라는 사실을 부각하여 작가의 고향인 방글라데시의 부실공사를 비판한다.

마지막으로 제5전시실은 다시 제2전시실과 비슷한 암실이었다. 단 하나의 영상작품이 전시된 제5전시실에서는 폴린 부드리와 레나테 로렌스의 <유독한>이라는 작품이 전시되고 있었다. 스크린은 뒤에서도, 앞에서도 비치게 되어있었다. 뒤에서 보는 스크린은 좌우가 반전되어 있었다. 이렇게 작가는 이분화된 구조를 통하여 ‘왜 사회는 이분화되어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관객들에게 던지고 있다.

여기보세요!_이게_제가_그린거예요! (1)

-박시우 양이 자신이 그림을 그린 우산을 가리키고 있다. “여기보세요! 이게 제가 그린 거예요!”

전시실을 나가자, 탁 트인 광장이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광장 바닥과 우산에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광장에 있던 박시우 양은 초등학교 숙제를 하기 위해 비엔날레 전시관에 방문했다고 말했다. 재미있는 작품들을 많이 보았다며, 박 양은 특히 제2전시실에서 있었던 영상작품이 인상 깊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박 양은 비엔날레 전시관을 떠나기 전에 초록우산에 그림을 그렸다. <나도 아티스트!>라는 비엔날레 시민참여 프로그램 중 하나인 <초록우산 아래 행복한 지구촌 아이들>에 참가한 것이다. 박 양은 우산에 무지개와 밤하늘, 그리고 고양이를 그렸다고 말하며 또 오고 싶다고 환하게 웃었다.

전준렬 기자 dynamic98@gist.ac.kr

정지훈 수습기자 jeongjihun@gist.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