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탁금지법에 관한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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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 이즈 코리아 스타일!” 『송곳』이라는 웹툰의 한 대사이다. 그 웹툰에서 국내의 프랑스계 대형마트 정민철 부장이 유통기한을 넘긴 식품을 재포장하여 판매하다 적발되어 영업정지 3개월을 받게 되자 48만원을 접대비로 쓰며 벌금 50만원으로 감형을 받고 한 말이다. 이러한 접대문화를 ‘코리아 스타일’이라고 부르는 것이 전혀 어색하지 않은 것이 요즘 우리 사회의 모습이었다. 공공부문 사업기관들이 부패하여 정부에 대한 신뢰도가 저하되었고, 2014년도 권익위원회의 조사에서 국민의 62.8%가 우리 사회가 부패하다고 응답했다고 한다. 하지만 얼마 전 우리 사회는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첫 발걸음을 내딛게 되었다.

지난 9월 28일, 『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별칭 “김영란법” 이하 부정청탁금지법)』이 시행되었다. 공무원이 직무 관련성 있는 사람에게 부정한 방법으로 청탁을 받으면 대가성이 없어도 형사처벌을 받도록 하는 법이다. 간단히 말하면 부정부패가 만연한 우리 사회에서 부정청탁을 뿌리 뽑자는 법이다. 일단 이 법을 이해하려면 ‘청탁’이라는 말에 대해서 알아야 한다. ‘청탁’은 청하여 부탁한다는 말이다. 하지만 앞에 ‘부정’이라는 말이 붙게 되면 말 그대로 ‘부정한 방법으로 청탁하는 것’이 되는 것이다.

부정청탁금지법이 발의된 이후 가장 논란이 되었던 곳 중 하나가 농축산업계였다. 수수 금지 금품 등에 해당하지 않는 음식물ㆍ경조사비ㆍ선물 등의 가액 범위(제8조 제3항 제2호)에 근거하여 직무연관성이 없는 경우에만 공직자들은 5만원 내의 선물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한우, 인삼, 굴비, 난, 화환 등의 가격대는 그를 훨씬 웃도는 범위에서 설정되어 있다. 이에 명절이나 경조사 때 선물로 주고받는 품목을 생산하는 농어민들이 크게 타격을 입게 될 것이라는 기사가 많았다.

처음엔 나도 그냥 그런 줄로만 알았다. 하지만, 국민권익위원회에서 밝힌 『청탁금지법의 적정 가액기준 판단 및 경제효과 분석』 이라는 보고서에 의하면, 법이 통과된 이후에도 비관적 기준으로 책정한다 해도 선물의 수요가 0.86%정도 밖에 감소하지 않는다는 평가를 내렸다. 또한, 현대경제연구원은 지난 2012년 <부패와 경제성장> 보고서에서 “법 제도 개선 등 부패 방지 노력으로 OECD 평균 수준만큼 청렴해지면 우리나라 1인당 명목 GDP(국내총생산)는 138.5달러, 연평균 성장률은 명목 기준 약 0.65%포인트 상승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부패 문제가 개선되면 현재 2~3%대에 머물고 있는 잠재성장률이 3~4%대로 뛸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기업의 접대비가 감소되면 그 비용을 노동자에게 투자하여 노동자들의 임금을 높일 수 있을 것이며, 부패척결을 통해 지하경제를 양성화할 수 있을 것이다. 단기적으로는 기업 접대비가 줄어 유흥업소 등 일부 업계에 타격을 줄 수 있지만, 그 법으로 인해 공직 사회 부패가 줄어들면 내수 시장과 전반적인 우리 경제에 더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또한 부정한 방법으로 청탁하는 창구를 봉쇄함으로써 공정한 경쟁을 하는 문화를 만들어나갈 수 있게 될 것이다. 이러한 점을 미루어볼 때, 부정청탁금지법은 정말로 장기적으로 필요한 정책이라 생각한다.

법의 전문을 한 번 읽어보았다. 처음엔 부조금도 못 내고, 스승의 날에 선생님께 카네이션도 못 달아드리는 법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는 모두 공공성과 특수성이 강한 자리에 해당하는 사람들에게 해당하는 것이었다. 교직자들을 예로 들어보면 교사와 학생 또는 학부모들은 직접적인 이해관계에 얽혀있을 수밖에 없다. 사람이라는 것이 그렇다. 아무리 작은 것이라도 나를 생각해서 한 번 더 챙겨준 사람에게 눈이 더 갈 수밖에 없다. 물론 교사라고 하면 캔커피 하나 못 받아 마시냐는 의견도 나올 수 있다. 학생들의 순수한 의도를 부정한 청탁의 첫걸음이라고 해석하느냐는 의견도 나올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사소한 것들 하나부터 미연에 방지하는 것이 청렴한 사회를 발전시켜나가는 데에 도움이 되리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꽃을 달지 말라면 선생님께 존경의 마음을 담아 편지 한 통을 써서 마음을 표현하면 되는 것이고, 교수님한테 캔커피를 사주지 말라고 한다면 직접 교수님 오피스를 찾아가 차 한 잔 얻어 마시고 얘기를 나눠보면 되는 것이 아닐까.

법이 시행되고 많은 곳에서 변화의 모습들이 보이고 있다. 밥 먹을 때 제 지갑을 열 일이 없다던 기자들도, 국가 공직자들도 하나 둘씩 구내식당을 이용하고, 많은 이들이 부정청탁을 부담 없이 거절할 수 있게 되었다. 분명히 이 법에도 어딘가 구멍이 있을 것이다. 지금도 분명히 삐걱대며 여러 곳에서 마찰을 일으키고 있다. 이런 현상의 원인은 많겠지만, 자본주의적 사회의 분위기와 이기적 습성 등이 주요 원인이라 생각한다. 내가 잘 되기 위해서라면 다른 사람이 어느 정도 피해를 보는 것은 어떻게 되든 상관없다고 생각하는 분위기가 만연하기 때문이리라. 공정함과 신뢰가 바탕이 되지 않는다면 큰 성과를 이뤄내더라도 언젠간 그 바닥이 금방 드러나기 마련이다. 이런 사회악을 근절하도록 후대에 대한 교육과 준법정신 함양, 권력에 대한 견제 등이 필요할 것이다. 짧은 시간 안에 해결될 문제는 아니지만 보다 나은 미래를 위해서라도 노력해야 할 것이다. 이 법이 앞으로도 계속 발전되고 개선되어서 사람들의 인식을 개선하고 좀 더 청렴하고 투명한 대한민국 사회를 만들어나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지스트 대학 화학과 14 장성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