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에서 새로운 시도, 지대로 뮤지컬 도전기
-<사랑에 관한 다섯 가지 소묘>의 한 장면이다. 노수진(오른쪽) 학생이 맡은 여자5호는 옆에 박희원(왼쪽)이 맡은 남자5호가 있음을 알아차리고 바라본다.
“너 없어도, 따스한 새벽은, 찾아와” 남자가 길을 걷는다. 우연히 쳐다본 곳에 익숙한 여자가 있다. 뮤지컬 <렌트>의 <without you>라는 곡으로 장면이 열렸다. 박희원(기초,15) 학생이 맡은 남자5호와 노수진(기초,15) 학생이 맡은 여자5호가 등장해서 노래를 이끌어 간다. 이 둘은 헤어진 지 3년여 된 커플로 보인다. 남자5호는 길에서 여자5호를 우연히 보게 되고, 그는 그녀를 바라보며 한 통의 전화를 건다. “나, 나야. 잘 지냈어?”란 말로 시작된 3분가량의 전화는 헤어진 연인의 서로에 대한 그리움을 드러낸다. 커플은 많은 대화를 나누지 않는다. 그저 날씨가 춥다는 등 일상에 관한 이야기를 건넨다. 남자5호는 여자5호에게 말을 건넨다. “그냥. 그냥 그래. 생각 많이 했어. 너랑 나. 나랑 너. 그동안 아무 일도 없었던 건 아니었다고. 그리고 앞으로도 아무 일도 없진 않을 거라고” 그리고 남자5호는 전화기를 내려놓는다. “사랑해” 그때서야 여자5호는 남자5호를 알아차리고 옆을 바라본다. 암전이 됨과 함께 그 장면은 끝이 난다.
뮤지컬 연출을 맡은 서지수(화학,13) 학생은 학내 연극동아리 지대로의 뮤지컬 <사랑에 관한 다섯 가지 소묘>에서 위 장면이 소설로 따지면 절정과 결말에 해당하는 극중 가장 중요한 장면이라고 말했다. 남자5호를 맡았던 박희원 학생은 이 장면은 헤어진 두 연인이 다시 사랑해나갈 수 있다는 메시지를 담겨 있다고 말했다. “복합적인 감정을 담고자 했어요. 헤어지고 마음 정리를 다 한 줄 알았는데 막상 얼굴을 보니까 보고 싶었던 감정이 폭발하는 거죠”
<지스트신문>은 지난 11월 14일과 16일에 열린 뮤지컬 <사랑에 관한 다섯 가지 소묘>에서 연출을 맡은 서지수 학생과 지대로 동아리 회장을 맡은 박희원 학생을 인터뷰했다.
– 연출을 맡은 서지수(왼쪽) 학생과 지대로 동아리 회장을 맡고 있는 박희원(오른쪽) 학생
지대로가 뮤지컬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시도했다. 뮤지컬을 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서지수 :‘한 번 시도해 보자’라는 마음가짐이었다. 그래서 뮤지컬을 지대로에게 알려주기 위해 저번 학기 때 휴학을 하고 서울에 있는 아마추어 극단에 들어가 뮤지컬을 배워왔다. 뮤지컬은 지대로에 있어서 머나먼 꿈이었는데, 지대로가 그 꿈에 가까워지길 바랐다.
뮤지컬과 연극이라는 장르는 어떤 차이점이 있나?
서지수:필수 요소들이 뮤지컬이 더 많다. 연극은 배우 자체만 있어도 성립되는 반면에, 뮤지컬은 배경음악, 조명 등이 필요하다. 연극은 극 중 상황을 전개하는 방법으로 오로지 배우의 연기만을 이용한다. 그 때문에 배우가 하고 싶은 대로, 주어진 대사 안에서 배우는 자신의 감정을 느끼는 그대로 무대에서 폭발시켜도 된다. 그러나 뮤지컬은 이야기를 전개하는 방법으로 노래, 춤, 대사 등을 필수적으로 가미시켜야 한다. 뮤지컬은 감정을 노래로써 표현해야 한다. 그 때문에 대사를 할 때 배우는 스스로 감정 절제를 해야 한다는 차이가 있다.
뮤지컬의 대본선정 등 연출은 어떻게 했나?
서지수:대본은 원래 있는 대본을 가져다가 썼고, 노래는 <지킬앤하이드>의 <지금 이 순간> 등 유명한 뮤지컬의 유명한 노래들을 가져다가 썼다. 또한 지대로의 상황에 맞게 각색하기도 했고, 가요나OST로 노래를 대체할 수 있는지도 판단했다. 대본과 캐스팅은 전적으로 내가 선택했다. 서울에서 배워왔던 것을 동아리원에게 알려주고 싶었다.
이번 뮤지컬의 주제를 사랑으로 선택한 이유가 무엇인가?
서지수:‘사랑’은 사람들에게 다가가기 쉬운 소재라고 생각했다. 연극 등 공연을 하는 이유는 사람들에게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함을 목적으로 삼는데, 사랑이란 소재는 공감을 사기 쉬운 소재다. 배우들에게도 스스로 공감이 잘 되는 소재였고.
<사랑에 관한 다섯 가지 소묘>는 무한도전 프로젝트 중 하나로 진행됐다. 지대로에서 무한도전에 참여한 목적이 무엇이었나?
박희원:‘지금까지 지대로 공연들이 학내 구성원들만을 대상으로 해왔는데, 지역 주민들에게도 보여주면 어떨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주민들도 초청해서 많은 사람에게 제공하는 공연이 되고자 해서 무한도전에 참여했다. 광주 첨단 주민들 입장에서는 연극과 같은 공연을 보기 위해서 기분좋은 극장, 유스퀘어 문화관까지 가야 하니까 힘들 것 같기도 했다. 이번 뮤지컬은 무료 매표를 했다. 매표 이후로도 관객들이 좀 많이 들어오셔서 정확히는 집계되지 않았지만, 주민들은 40~50명 정도 온 것 같다.
서지수: 사실 뮤지컬보단 연극을 무한도전 프로젝트로 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뮤지컬을 준비하다가, 뮤지컬은 예산이 많이 든다는 것을 깨달았다. 특히 마이크 대여는 배경음악과 함께 노래해야 하는 뮤지컬의 특성상 필수적이었는데, 그 예산이 도저히 동아리 자비로 해결이 되지 않았다. 그래서 재정적 지원을 받을 수 있는 무한도전 프로젝트로 뮤지컬을 진행했다. 또한 주민들에겐 연극보단 뮤지컬이 더 친숙한 소재인 것 같아 무한도전의 목적과 잘 맞아 떨어졌다고 생각한다.
뮤지컬 준비 과정에서 어려웠던 점을 꼽자면?
서지수: 뮤지컬이다 보니까 노래가 중요하다. 노래 점검에 있어서 어려움이 있었다. 연출할 때 엄격하게 했고, 성실하게 하지 않는 사람은 빼기로 했다. 그런데 노래는 가르치면 해결될 것이라고 예상했는데 그걸로 안 되더라. 그런데 우리 배우들이 열심히 하지 않는 것도 아니고.. 노래 부분이 제일 어려웠다.
박희원 : 나는 대사가 많진 않지만 복잡한 감정을 나타내야 하는 장면을 맡았다. 대사가 많았다면 대사로 감정을 표현할 수 있었겠지만, 그 장면에서 대사는 3~4줄밖에 없다 보니까, 표정과 목소리 톤으로 감정을 전달할 수밖에 없었다. 무대에서 많이 긴장하기도 했다.
뮤지컬에 대한 이번 시도에 대해서 만족하는가?
서지수: 연출을 하면서 당연히 힘든 일이 있었다. 그런데 배우들이 연출을 안 따라주거나 그런 문제들은 없었다. 배우들이 연출을 잘 믿고 따라와 즐겁게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지대로 배우들도 흥이 많아서 뮤지컬 노래들을 연습하다가도 처음부터 끝까지 부르는 걸 즐겨 하더라. 지대로 안에서는 농담 삼아 뮤지컬 안 했으면 큰일 날 뻔했다고 말하기도 한다. 나는 연출을 담당했고 음향까지 총 감독을 했기 때문에 실제 공연을 소리를 들으면서 보지는 못했지만, 관객들께서 좋은 반응들을 보여주셨다. 이번 뮤지컬 만족한다.
박희원: 뮤지컬을 처음 도전하기도 했고, 주민들을 초청하는 것도 처음 도전한 것이다. 저희와 일면식도 없는 주민들이 오셨다. 잘 보고 갔다고 말도 해주셔서 보람도 많이 느꼈다. 관객들에게 감사하다.
전준렬 기자 dynamic98@gist.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