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기숙사 내 게임 규제,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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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숙사 인터넷으로 접속한 화면, 리그 오브 레전드 접속이 안 된다…?

포스텍(POSTECH)이 새벽 2시부터 7시까지 다섯 시간 동안 게임 접속을 차단하는 셧다운제도를 다음 달 1일부터 시행하겠다고 밝혀 논란이 되고 있다. 학생들은 건물마다 대자보를 붙이며 이에 반발하고 있다. 포스텍 측은 학생들의 도가 넘은 게임 시간과 룸메이트의 수면권 문제 등을 들어 게임 접속을 제한하겠다는 입장이며 학생들은 기본권 침해라며 반대하고 있다.

반면 24시간 동안 게임이 차단되어있는 우리 학교의 사정은 어떨까? 이에 대해 우리 학교 전산팀은 기숙사에서 국가과학기술연구망을 사용하고 있어 차단이 불가피하다라고 밝혔다.

현재 우리 학교는 국제관, 교수 아파트와 기혼자 아파트를 제외하고 모두 국가과학기술연구망(이하 연구망)KREONET을 인터넷망으로 이용하고 있다. 때문에 현재 우리 대학 기숙사 및 대학원 기숙사는 학교 인터넷을 통한 각종 게임 사이트 및 P2P 사이트의 접근이 항시 차단되어있다.

이는 국가정보원에서 중앙행정기관 및 산하기관을 대상으로 배포하는 정보보안 기본지침’(이하 기본지침)과 관련이 있다. 우리 학교는 미래부 소속으로서 이 지침에 따라 게임, 증권사, P2P, 음란물 사이트 등 업무, 교육 및 연구와 무관한 사이트들의 접근을 통제하게 되어있다. 뿐만 아니라, 원내 대학원 5개 학과 학부장 및 도서관장, GIST 대학장을 위원으로 하는 전산망 보안 및 운영위원회에서도 기본지침에 따를 것을 내규로 정했다.

 

다른 과기원들은 어떤가?

우리 학교와 같이 미래부 산하 과학기술원인 DGISTKAIST의 경우 기숙사에서 연구망이 아닌 상업망을 사용하고 있어 정부의 직접적인 통제를 받지 않고 있다. 이는 기본지침이 원 내에서 주거 공간에 상업망을 이용할 경우는 예외적이기 때문이다.

DGIST 학술정보팀은 생활관은 연구와 관련성이 낮아 상업망을 이용한다.”라며 다만 토렌트 등 P2P사이트는 트래픽을 많이 사용해 다른 학생들의 인터넷 사용에 피해를 줄 수 있어 제한 한다라고 밝혔다. KAIST 정보통신팀은 기숙사는 상업망을 쓰고 있으며 연구망은 학교에서도 일부만 사용한다고 전했다. , 두 학교 모두 처음부터 기숙사에 상업망을 사용했기 때문에 우리 학교와 같은 규제는 적용되지 않은 것이다.

왜 우리는 연구망인가?

우리 학교도 2002년부터 2004년에 걸쳐 상업망을 이용했다. 하지만 구성원들로부터 인터넷이 느리다는 불만이 폭주하면서 연구망 유치에 나서게 되었다. 그 결과 우리 원에서는 ‘국과과학기술연구망 광주지역센터’를 운영하게 되었으며, 그 공로로 연구망 사용료를 면제 받고 있다. 뿐만 아니라 다른 기관이나 학교들에 비해 상당히 큰 트래픽의 연구망을 지원 받게 되어 인터넷 속도 문제가 해소되었다.

실제로 많은 대학의 기숙사 내 인터넷 속도가 원활하지 못한데, 이는 한정된 트래픽을 많은 사람들이 한꺼번에 쓰기 때문이다. 일례로, KAIST측은 “학생들이 게임과 P2P 사이트를 많이 이용하면서 트래픽 사용량이 늘어, 금년 들어 1Gbps 대역에서 2Gbps 대역으로 교체했다라고 전했다. 그러나 이마저도 넉넉치 못한 상황이다.

우리 학교 전산팀은 학생 기숙사에 상업망이 아니라 연구망이 들어온 것도 인터넷 속도 문제가 주요했다라며 다만 국제관, 기혼자 아파트와 교수 아파트에서 상업망을 쓰는 것은 거주자가 소득이 있고, 학내 구성원 외에 그 가족에게도 연구망을 제공하는데 문제가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국제관, 기혼자아파트, 교수아파트 거주자들은 인터넷 요금을 따로 납부하고 있다.

현재 우리 기숙사는 10Gbps 대역폭의 속도로, 상업망을 이용할 경우 돈으로는 환산하기 힘들 정도의 빠른 속도의 망을 사용하고 있다. 전산팀은 기숙사에 KAIST와 같이 2Gbps의 상업망을 도입할 경우 매년 1~2억 원의 인터넷 사용료가 필요할 것으로 예상했다. 또한, 도입하려 한다 해도 예산 확보가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았다.

구성원들의 논의와 합의가 필요해

결국 대학 내에 게임이 차단되어 있어 많은 학우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 게임을 하기 위해 휴대폰 핫스팟을 이용하거나 PC방에 가는 학우도 적지 않으며 VPN(Virtual Private Network)을 통해 보안 시스템을 우회하는 경우도 있다. 인터넷 속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도입된 연구망 때문에 학생들이 게임을 못하게 되면서 지금의 특수한 상황에 놓이게 된 것이다.

이에 대해 이창석(13,화학) 학우는 과기원 중 게임을 차단하는 학교가 우리 학교 밖에 없어 우리도 당연히 기숙사에 상업망을 도입하는 것이 옳다고 보인다라며 연간 1억 원 정도의 금액이라면 우리 학교가 충분히 충당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현재 상황을 수용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신기연(14,기초교육) 학우는 우리가 사는 기숙사는 어떻게 보면 집이지만 우리는 많은 혜택을 받으며 기숙사에서 지낸다라며 연구망을 사용할 때 추가비용이 들지 않고 빠른 속도로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어 이 정도는 감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보안체계 자체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있다. 14학번의 한 학우는 보안상의 명목이라면 게임, P2P, 영화 등의 사이트를 접속했을 때보다는 VPN을 사용했을 때의 리스크가 더 클 것이라며 보안을 위한다는 이유로 게임, P2P를 막는 것이 과연 실효성이 있는 지 의구심이 든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대다수의 사설 VPN과 일부 게임 사이트는 기숙사 내에서 접속이 가능하다. 이에 담당 전산팀 소속 직원은 차단 할 사이트가 너무 많을 뿐 아니라 차단한 사이트가 도메인을 바꾸면 차단이 다시 풀린다라며 관리를 위한 소프트웨어를 이용하고 있지만 여전히 관련 사이트를 전부다 막는 것은 현실적으로 힘들다라고 전했다.

한편, 수면권 보장을 위해서 기본지침을 더욱 철저히 지키길 원하는 학생들도 있다. 룸메이트의 과도한 게임이용으로 자신의 수면과 학업이 방해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룸메이트가 하는 게임을 막아 달라는 민원이 2012년부터 매년 우리 학교 전산팀에 접수되어 왔다. 이에 대해 전산팀 이규대 팀장은 상호간 배려가 필요한 부분 이라며 유감을 표했다.

이 사안에 대해 차기 학생회장인 박수현(13,화학) 학우는 학생들이 이를 수긍하는 분위기도 있고 뚜렷한 여론이 형성되지 않아 당장은 학생회의 입장을 말하기가 곤란하다라며 학생들의 요구가 있다면 당연히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기초교육학부 장진호 교수는 재정적인 면 뿐만 아니라 학생들의 의견이 모아지는 방향 등 여러 가지 맥락에서 고려할 필요가 있다라며 다각적인 시각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김동욱 기자 (rainbluedw@naver.com)

심규대 기자 (dk2998@naver.com)

등록 : 2015.2.25.3:33

수정 : 2015.2.25.15: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