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월 21일 백악관 측은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에 참여한 인원이 역대 최다였다고 밝혔다.
그러나 CNN 등 외신이 오바마 전 대통령의 취임식 당시 인파와 비교했을 때 현저히 적은 숫자가 모였음을 사진 비교와 교통량 비교를 통해 전했고, 백악관 측이 거짓 발표를 한 것이 아니냐는 논란이 일었다. 다음 날인 22일 백악관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식 참여 인원이 역대 최대 인원이라는 발표는 ‘대안적 사실(alternative facts)’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오히려 언론을 ‘책임 있게 만들겠다’고 비판하는 태도와 합쳐져 ‘대안적 사실’이라는 말은 ‘거짓말’을 대체하는 어휘로 SNS상에서 유행을 탔다. 각종 단어 대신 ‘대안적’이라는 관형사와 합쳐진 신조어들이 유행하기도 했다.
삽화 = 채유정 디자인 기자
이후 조지오웰의 책 <1984>에서 ‘대안적 사실’이라는 어휘가 처음 등장했으며, 모순된 어휘로 연상 작 중 독재 당인 영국 사회주의가 국민에게 거짓말을 사실처럼 전하기 위해 사용한 어휘라는 것이 알려졌다. 그러자 미국에서는 출간된 지 67년이 지난 <1984>가 아마존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르는 웃지 못할 현상이 일어났다.
<1984>의 주인공인 윈스턴은 기록관리국에서 <타임즈>의 잘못된 예측과 소식을 지우는 일을 한다. 예를 들어 초콜릿 배급량이 30g에서 20g로 줄어들면 윈스턴은 초콜릿 배급량을 줄이지 않겠다고 당이 약속한 발표기록을 지우는 작업을 한다. 당은 틀리거나 잘못을 저지를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 작업을 수행하던 중, 윈스턴은 우연히 들린 암시장에서 금지된 개인용 펜과 노트를 사게 되면서 인생의 전환점을 맞게 된다. 당을 위해서만 글을 쓰고 수정하던 윈스턴은 처음으로 자신만의 글을 쓰면서 당에 대한 반감이 생겨난다. 윈스턴은 당원이 아닌 인간으로 살기 위해 당에 저항하기로 하지만, 사상경찰의 함정에 빠져 결국 그의 저항은 실패한다.
작중 영국사회주의당은 ‘대안적 사실’과 같은 신어를 만들며 신어의 사용은 사고의 폭을 좁히며, 사람들이 사상죄를 범하지 않게 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말한다. 신어의 규칙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 진다. 첫째는 기존 어휘의 수를 줄이는 것, 예를 들어 ‘많다’의 반대말로 ‘적다’가 아닌 ‘많지 않다’를 사용한다. ‘좋다’라는 말로 기존의 훌륭한, 뛰어난 등을 ‘더 좋다’나 ‘더더 좋다’로 대체한다. 또한, 명사인 ‘칼’로 칼의 속성, 즉 동사인 ‘자르다’를 대체하며, 파생형이나 어미의 변형은 인정하지 않는다. 둘째는 줄여서 부르는 것이다.
진리부은 진부으로, 평화부은 평부등으로 줄여서 사용한다. 당, 즉 영사는 이 신어의 사용과 기록관리국을 통한 정보 조작을 통해 사람들이 당을 사랑하도록 만든다. (->대안적 사실과 이중사고의 관계)
비록 오웰이 예측한 1984년의 모습은 오지 않았고, 그럼에도 백악관에서 언급한 ‘대안적 사실’이라는 단어와 언론을 대하는 태도는 오웰이 예측한 미래가 다가올 수도 있다는 점을 떠올리기에 충분했다.
박주성 기자 pjschemian@gist.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