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질적 타 전공수업 의무수강 정말 ‘융합교육’에 도움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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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전공과목, 타 전공생에게 이수표기 방식 허용하지 않아 논란

“혹시 S/U로 신청한 학생 있나요?” 2017년 봄학기 전공과목의 첫 강의, 한 교수가 수강생들에게 질문했다. 교수는 이어 해당 과목에서 이수표기(S, U) 방식을 허용하지 않는 이유를 설명하며, 타 전공 수강생들에게 성적부가 방식(A+,A0,…,F)으로 수강해야 함을 공지했다. 이수표기방식은 타 학부(과, 전공) 수업을 들을 때 선택할 수 있는 제도로, C+ 이상의 성적을 받으면 합격으로 표기하며 성적 평균에 반영하지 않는다.

이번 학기 일부 전공과목에서 이수표기 방식을 허용하지 않아 일부 학생들 간에 논란이 일었다. 현재 기초구조 생물학, 생화학 2, 환경공학, 물리화학 2, 이동현상 과목에서는 이수표기 방식을 허용하지 않는다. 해양학 과목의 경우 성적부가 방식을 권고하되 면담을 통해 교수에게 허가받은 일부에게만 이수표기를 허용한다.

이미 이수표기 방식으로 수강신청을 한 학생들은 당혹스럽다는 반응이다. 익명의 한 학생은 “전공 필수 과목인데 해당 전공의 학생들과 경쟁하는 것은 불리하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학생은 “타전공 과목은 이수표기 방식을 통해 비교적 수월하게 듣고, 전공과목이나 대외활동에 좀 더 집중하고 싶었는데 힘들어졌다”며 학업 부담의 증가를 지적했다.

교수 측에서 이수 표기 방식을 허용하지 않는 이유로는 학생들의 불성실한 태도가 주로 지적됐다. 지구환경 이동현상 과목을 가르치는 지구환경공학부 김준하 교수는 “이동현상은 (환경) 공학의 정수와 같은 과목이다. 최선을 다해 공부해야만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중요한 과목에서 일부 타 전공 수강생이 패스만 받으면 된다는 생각으로 느슨히 공부할 경우, 강의 전체의 분위기를 흐릴 수 있다”며 “어떠한 과목이 이수표기로 듣기에 적절한 과목인지 판단하는 것은 교수의 재량이다”라고 말했다. 정준형 학생(15, 생명)은 “이수표기방식을 선택한 학생들 중 C+만 받으면 된다는 생각에 성실히 듣지 않는 경우가 있다. 과제도 잘 제출하지 않고, 시험에도 최선을 다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지스트 예규 『교과과정 운영지침』 21조 3항에 따르면, 타 학부 교과과목을 수강할 경우에는 담당 교수의 승인을 받아 이수와 성적부가 중 등급 표기 방식을 선택할 수 있다. 학생들이 다양한 분야의 타전공 과목을 성적에 대한 부담 없이 들을 수 있도록 한 제도이다. 학사지원팀 김미애 행정원은 “융합형 과학·기술인재 양성을 위하여 전공과목 외 타 분야 과목의 수강을 독려하기 위하여 만들어진 제도”라고 말했다.

전공과목 학점 제한으로 타전공 수강 필수적

지스트대학에서 졸업을 위한 타전공 학점 이수는 필수적이다. 전공과목을 12과목(36학점) 이상 수강해도 학점은 36학점밖에 인정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13~14학번은 15학점 이상, 15학번부터는 39학점 이상 자유선택 학점을 이수해야 한다. 자유선택 학점에는 전공 선수과목, 타 전공과목 및 대학원 교과목 등이 포함된다. 그러나 전공 선수과목은 전공별로 두, 세 개에 불과하다. 정준형 학생은 “대학원 강의는 학부생에게는 난이도가 높아 수강이 어렵다. 거기에 전공 과목과 시간표가 겹치는 과목들을 제외하면 들을 수 있는 강의가 몇 남지 않는다”며 타전공 과목을 들을 수밖에 없는 이유를 설명했다.

김준하 교수는 “진정한 융합과목이란 깊이 있게 서로 다른 과목에 대해 이해하는 것이다. 단순히 졸업을 위해 수강하는 것보다 해당 학문에 대한 진심 어린 열정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김 교수는 “(현재 상황에서는)타전공 학생에게는 학업 부담이 가중되고 전공 학생은 분위기를 흐리는 일부 학생으로 인해 정말 중요한 전공과목을 배울 기회를 놓칠 수 있다. 이는 해당 전공생과 타전공 수강생 모두에게 손해다”고 말했다.

 

김예인 기자 smu04018@gist.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