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스트신문>은 구성원을 위한 대화의 장을 마련함으로써 학내 소통에 기여했다” 이런 하나 마나 한 이야기를 원했다면, 그들은 창간 1주년 축하 글을 나에게 부탁하지 않았을 것이다. 내게 이 지면을 맡긴 걸 보면 <지스트신문> 기자들은 영혼 없는 생일 축하 인사 대신 고언(苦言)을 듣기로 작정한 게 틀림없다. 이것은 내가 발견한 그들의 미덕 중 하나이다. <지스트신문> 기자들은 스스로 부족함을 알고 그것을 채우기 위해 노력해 왔다. 덕분에 이 신문은 지난 1년 ‘대학언론 불모지’ 지스트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다.
다른 대학 학보와 비교하면 <지스트신문>은 아이템의 다양성, 기사의 예리함 면에서 아직 부족하다. 규모가 크고 학내 구성원의 성격이 다양한 타 대학 신문과 비교하는 것이 억울할 수도 있다. 더구나 노하우를 물려줄 선배도, 의지할 만한 교수도 없는 처지다. 하지만 이런 조건은 이미 알고 시작한 일이다. 이해는 하지만 평가는 냉정해야 한다. 대학언론이 위기라는 말은 수 년 전부터 나왔지만, 어떤 학보사들은 적은 인원과 쪼그라든 예산으로 때로는 학교 측과 싸워가며 취재하고 기사를 쓰고 있다. <지스트신문>은 어떤가. 과제가 많다는 이유로, 다른 동아리 활동을 핑계로, 지면 채우는 데 급급하지는 않았는가. 기획-취재-기사작성-데스킹-교열-편집으로 이어지는 신문 제작 과정에서 편집국의 집중도는 얼마나 유지되고 있는가. 1년이면 이제 스스로 돌아볼 때가 되었다.
들쑥날쑥한 발행주기도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다. <지스트신문>은 홈페이지에 연간 여덟 번 발행하는 매체로 소개되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발행 횟수는 일곱 번이다. 2~3주 만에 나오기도 했고, 한 달 이상 가판대가 비어있을 정도로 깜깜무소식인 경우도 있었다. 독자들은 언제 이 신문이 나올지 예측할 수 없다. 한 호 부족할 뿐인데 야박하다거나 창간준비호를 포함하면 여덟 번 발행했다고 자위하지는 않았으면 한다.
스텝은 처음부터 꼬였다. <지스트신문>은 창간준비호(2016년 2월)를 통해 그해 3월 7일 창간호 발행을 예고했다.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편집장이 홈페이지를 통해 사과했다. 창간준비호에서 공언한 발행주기는 2주에 1회. 격주 발행을 약속했다. 이 역시 지켜지지 않았다. 격주에서 연간 8회 발행으로 왜 언제 바뀌었고 8회는 대체 언제 발행한다는 것인지 독자는 알지 못한다. <지스트신문>은 기자들이 내고 싶을 때, 아니면 여건이 될 때만 발행되는 매체인가. 그렇다면, 그렇다고 이야기해 달라. 손꼽아 기다릴 정도는 아니어도, <지스트신문>이 언제 무슨 내용으로 찾아올지 궁금한 독자들도 있으니까.
비정기적으로 발행되는 신문은 구문(舊聞)이 될 가능성이 높다. 기획성이 아닌 스트레이트 기사나 행사 관련 기사가 특히 그렇다. 누구나 알고 있는 1~2주 전 이야기로 지면의 상당 부분이 채워진다면 독자가 이 신문에 눈길 줄 이유가 없다. 인쇄된 지면이 갖는 힘을 아직 무시할 순 없지만, 뉴스 소비 습관의 변화를 고려해 SNS 같은 온라인‧모바일 플랫폼을 어떻게 활용할지 고민해야 한다. 기동성을 발휘해 시의성과 현장감을 살릴 수 있는 온라인 기사와 사진, 동영상 뉴스를 적극 발굴했으면 한다. 간단한 장비와 프로그램으로 누구나 뉴스를 생산할 수 있는 시대, 대학언론도 새로운 매체 환경에서 그들만의 뉴스 콘텐츠를 만들어낼 수 있음을 보여 달라.
기자가 고생해야 독자가 즐겁다는 말이 있다. 반대로 기자가 편하면 독자는 금세 등을 돌린다. 지스트 구성원들의 캠퍼스 생활이 <지스트신문> 덕분에 더 즐거워졌으면 좋겠다. 재미있고 의미 있는, 완성도 높은 기사들로 지면을 채워주기 바란다. ‘구성원을 위한 대화의 장을 마련함으로써 학내 소통에 기여했다’는 뻔한 창간 축하의 말에 진심을 담을 수 있도록.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겠다.
이석호 전 조선일보 기자, 현 지스트 기획혁신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