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조건 규제 개선 외치기보다 연구역량 발전하면 규제 따라올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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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산제어 및 자동화 연구실 안 효 성 (기계공학부) 교수

드론으로 보는 연구 발전과 규제 간 균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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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 = 안효성 교수가 연구실에서 제작한 드론 중 하나를 들고 있다.

‘4차 산업혁명 핵심기술 이러다간 다 뺏긴다. 드론 각종 규제에 서울선 사실상 못 날려’, 지난 2월 서울경제의 기사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기술 중 하나인 드론의 국내 발전이 더딘 이유가 각종 법적 규제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연구현장에서 직접 규제를 겪고 있는 연구진들의 생각은 어떨까? 드론의 무인제어, 군집비행에 관한 연구를 하고 있는 지스트 기계공학부 분산제어 및 자동화 연구실의 안효성 교수를 만났다.

Q: 드론 연구를 하고 있다고 들었다. 구체적으로 어떤 연구를 하고 있는지 소개해달라.

A: 드론 연구는 범위가 아주 넓다. ‘드론 연구’로 묶어서 이야기할 수 있는 범위가 아니다. 기계공학, 전자공학, 신소재공학, 환경공학 등 다양한 분야의 연구자들이 드론을 연구하고 있다. 내 연구실인 분산제어 및 자동화 연구실에서는 드론 제어에 관련된 연구를 하고 있고, 특정한 상황마다 드론이 어떻게 판단해야 할지를 결정하는 처리 과정을 만들고 있다. 그중에서도 드론 한 대가 아닌 여러 대를 한꺼번에 제어하는 군집 비행, 협업 제어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실제로 편대비행을 통한 드론 LED 쇼를 충청남도에 있는 계룡대 등에서 진행한 적도 있다.

Q: 최근 언론이나 정치권에서는 드론 기술을 4차 산업혁명의 주요 기술 중 하나로 주목하고 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A: 사실 드론 기술은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할 주요 기술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드론 기술이 언론에서 과대 포장되어 거품이 껴있는 면이 없지 않다. 그러나 드론이 인간에게 유용한 면이 명확히 보이고 기술적 기반이 제대로 마련된다면, 컴퓨터 과학이나 AI 등 4차 산업혁명의 열쇠가 될 수 있는 기술들을 바탕으로 응용분야가 드론으로 확장될 수는 있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드론은 다양한 분야에서 기본적인 기술들을 응용한 형태로 사용되고 있다. 직접 수집한 위치와 영상정보 등 3차원 정보를 실시간으로 전송할 수 있기 때문에, 사람이 직접 관측할 수 없는 넓은 범위의 도로나 지형을 관측하는 데 이용된다. 온라인쇼핑 중개회사인 ‘아마존’과 ‘알리바바’에서는 드론을 이용한 택배를 상용화하기 위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LTE 등의 통신을 지원하는 드론, 조난용 드론 등 여러 분야의 드론 산업이 주목받고 있기도 하다.

Q: 미국, 중국 등 타 여러 나라에 비해 한국의 드론 관련 규제가 심해 드론 관련 연구, 산업 발전 등이 더디다는 비판이 있다. 규제에 대해 연구자로서 느끼는 바가 있나?

A: 최근 몇 년간 드론이 화제가 되면서, 드론에 대해 전문적인 지식을 가지지 않은 사람이 드론을 이용하려고 하는 일도 늘어났다. 그러나 드론은 대부분의 사람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위험하다. 드론은 사람이 타고 있지 않은 무인기이고, 사고가 일어날 확률도 높다. 프로토콜의 표준화뿐 아니라 안전문제에 필요한 비행고도제한, 일몰 이후의 비행제한 등의 규제는 꼭 필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규제를 해소하는 것은 당장 산업 발전에 도움이 될지라도 쉽게 결정할 문제가 아니다. 구체적인 기술적 고민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

또한, 규제가 있어서 산업이 제대로 발달하지 못한다는 것은 어느 정도 어불성설인 면이 있다. 타 여러 나라에 비해 한국 드론 산업의 발전이 느린 것은 규제뿐 아니라 드론 기술의 필요성이 상대적으로 크지 않고, 기술력 역시 부족하다. 미국이나 중국에 비해 한국의 드론 산업은 창의적인 연구가 부족할 뿐 아니라 드론 시장의 크기 자체도 작다. 세계 1위 민간 드론 회사로 주목받고 있는 중국의 DJI(Da Jiang Innovation) 등에 비교하면 충분한 기술력 역시 보유하고 있지 않다. 결론적으로 규제가 많아 기술이나 산업이 발전하지 못한다는 것은 사실과 거리가 있다는 것이다. 성숙한 기술력을 가진다면 규제도 그에 맞춰서 함께 성숙해질 것으로 생각한다.

Q: 드론의 규제 문제에 더불어서, 드론의 주요 기능 중 하나인 영상촬영기능이 사생활 침해의 문제를 가지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A: 그런 문제 때문이라도 적절한 규제가 꼭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드론의 영상촬영기능은 인간이 직접 갈 수 없는 지역을 볼 수 있게 해주는 드론의 가장 중요한 기능 중 하나이다. 이 때문에 드론의 촬영 자체를 완전히 제한할 수는 없다. 사회적, 기술적 합의로 정해지는 규제가 이러한 부분을 해결해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Q: 마지막으로, 한국에서 드론 연구를 하면서 특별히 힘들었던 점은 없었는가?

A: 크게 힘든 점은 없었다. 내가 국내에서는 같은 분야의 연구에서 선두주자였고, 연구의 연속성도 어느 정도 보장되었다. 그러나 드론을 직접 비행시키면서 연구할 만한 전용 연구 공간이 마련되기 어려웠던 것이 아쉬웠다.

드론 기술이 많은 언론에서 제시하는 것처럼 4차 산업혁명의 주요 기술까지는 아니더라도, 주목받고 있는 미래기술 중 하나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충분한 기술력과 사회적 합의가 뒷받침되지 않은 무조건적인 규제 완화는 문제를 해결하기보다 부작용을 유발하기도 한다. 건전한 기술 발전을 위해서는 기술력과 법적 규제, 사회적 합의 간의 적절한 균형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박정기 기자(ssagage08@gist.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