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HANON의 박보배 사장을 만나다
한 카페에 그랜드 피아노가 놓여 있어 눈길을 사로잡았다. 카페 입구 위에는 ‘coffee & piano’라고 쓰여 있다. 그랜드피아노에 이끌려 카페에 들어섰다. “피아노도 직접 쳐주시나요?”라고 묻자 박보배 사장은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럼요. 들으면 분명 감동하실 거예요” 박 사장은 피아니스트 이루마의 I를 멋지게 연주했고 이야기를 나누던 손님들은 피아노의 선율에 귀를 기울였다. 연주가 끝나자 손님들의 박수가 뒤따랐다. 카페는 따뜻한 분위기였다. 박 사장은 카페가 단순히 커피를 마시는 곳이 아니라 특유의 감성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독특한 인테리어와 피아노가 사람들이 카페라는 공간을 어떻게 받아들였으면 하는지를 나타내고 있는 듯 보였다.
Q. 그랜드피아노를 두셨는데, 피아노가 카페에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 이유가 있나요?
제가 피아노를 칠 때, 그리고 이 문을 열고 들어왔을 때 그 특유의 감성이 있잖아요. 카페가 그런 감성을 공유할 수있는 장소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제가 피아노 연주를 시작하면, 처음에는 사람들이 신기해서 사진을 찍는데, 점점 핸드폰을 내려놓고 편하게 음악을 즐기시더라고요. 제가 좋아하는 음악을 사람들도 즐기게 되고, 피아노 연주를 즐기시는 분들이 점점 더 많이 찾아주시는 공간이 되면 좋겠습니다.
Q. ‘HANON’은 어떤 의미를 담고 있나요?
“기본에 충실하자”라는 의미죠. 항상 여유가 생기면 좀 나태해지잖아요. 피아노 전공자들은 곡을 연주하기 전에 ‘하농’이라는 단조로운 곡으로 손가락을 풀고 곡 연주를 시작해요. 그런데 나태해지면 하농을 건너뛰고 바로 곡 연습을 해요. 그러면 막상 곡 연주도 잘 안 되죠. 다른 일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기본에 항상 충실하기란 어렵죠. 하지만 놓치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런 의지를 담은 이름입니다.
Q. 손님들이 곡 연주를 요청하기도 하나요? 혹은 직접 연주하기도 하나요?
특정 곡 연주를 요청하는 경우도 많아요. 하지만 저는 제가 원하는 곡을 연주하는 것이 더 좋아요. 제가 좋아하고, 잘 치는 곡은 따로 있으니까요. 그리고 요청에 의한 곡을 연주하다 보면, 제가 추구하는 감성과 달라지고, 다른 카페와 구별되는 부분이 사라지게 될까 봐 더욱 그렇죠. 피아노를 쳐도 되냐고 묻는 분들은 많은데, 카페를 즐기러 오신 다른 손님들을 배려해야 하므로 한 곡을 완주할 수 있는 손님들께만 피아노를 쳐도 된다고 해요. 한 곡 완주가 가능한 손님들의 연주는 언제나 환영이죠. 연주하시고 나면 손님들도 박수를 보내고, 호응하잖아요. 제가 좋아하는 감성소통의 실현이죠.
박 사장은 카페의 감성적 공간성을 강조했지만 “맛있는 커피를 만드는 것은 당연하죠. 분위기만 좋고 커피 맛이 안 따라주면 실망스럽잖아요”라고 웃으며 말했다. 기본에 충실하면서도 피아노 연주를 즐기러 오시는 사람들에게 감성소통을 위한 ‘공간’을 제공하고 싶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