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내가 한국에 처음 도착했을 당시로 돌아간다. 2011년 8월 26일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해 입국 절차를 빠르게 마치며 수월한 한국에서의 생활을 시작하는 듯했으나, 광주로 가는 버스를 타는 것부터 난관이었다. 우선 아무도 나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심지어 안내대에 계신 분들도 나를 이해하지 못했다. 공항에서 지스트로 가는 안내 책자를 이용해 나는 겨우 광주로 가는 버스를 타고, 우여곡절 끝에 지스트에 도착할 수 있었다.
처음 연구실에 인사를 하러 갔을 때 황당한 일들이 있었다. 연구실 사람들과 서로 인사를 나누고 있을 때 “이 분이 우리 연구실 장(lab captain)입니다. 이름은 서명국이에요”라는 소개와 함께 한 분을 뵙게 되었다. 한국 이름이 낯설고 이곳 연구실 문화에 대해서도 전혀 몰랐던 나는 그분께 “제 지도교수님이신가요?”라고 물었고, 방 안에 있던 모두가 웃음을 터뜨렸다. 연구실 장이 지도교수님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나는 미처 알지 못했다.
시간이 흐르며 나는 이곳에 적응하기 위해 굉장히 노력했지만 쉽지 않았다. 내가 자의적으로 한국어를 배우기 시작하기 전까지는 한국어를 전혀 익힐 수 없었다. 내가 한국에 와서 겪은 이런 어려움은 대다수의 외국인 학생들도 마찬가지로 겪는 종류의 문제일 것이다. 의사소통의 단절이 가장 주요하고 기본적인 문제이다. 적절한 표현을 사용하지 못하거나, 적합하지 않은 표현의 사용으로 문제가 생기기도 한다. 한국어를 배우자 더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었고 생활에 더 만족할 수 있게 되었다.
<지스트신문>에서 진행한 인권실태에 대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외국인 학생들은 지스트의 전반적 인권에 대해서는 평균 3.57점을 주었지만, 외국인 인권에 대해서는 평균 3.19점을 주었다. (매우 좋음 5점부터 매우 나쁨 1점) 한편, “지난 한 해 고민거리가 무엇이었습니까?”라는 질문에는 65.9%의 외국인 학생이 ‘연구’를 가장 큰 고민거리로 꼽았다. 그 뒤로는 ‘금전적 문제’와 ‘진로·적성 및 취업’을 꼽았다. 42.5%의 외국인 응답자는 “지스트의 문제가 무엇입니까?”라는 질문에 ‘불합리한 사회적 시선, 복지, 봉급’이라고 답했다.
(이 설문조사 결과에 대해) 외국인 학생들에게 내가 전하고 싶은 말은 그들이 더는 고향에 있지 않다는 것을 인식하라는 것이다. 그들은 다가올 수 있는 위기 상황들에 준비해야 하고, 적절하게 대처할 줄 알아야 한다. 개인적으로 외국인 학생들이 겪는 대다수 문제들은 그들이 부적절한 태도를 보여 한국어를 배우거나 한국 문화에 적응하는 것에 실패했을 때 나타난다고 생각한다.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내 의견이 완전히 바르다고는 할 수 없겠지만, 외국인 학생이 직면하는 문제들은 의사소통 어려움으로부터 일어나는 것으로 생각한다. (다른 언어 사용자와의) 의사소통이 쉽지 않은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한국어를 배우려고 노력하는 태도를 보이면, 어렵지 않게 극복할 수 있는 문제이다. 실제로 내 주위에는 금방 한국어를 배운 학생들이 많다. 한국어는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 나는 아직 경험해보지 못했지만, 설문조사에서 나온 연구 관련 어려움이나 경력 관련 문제도 잘못된 소통으로 인해 야기되었을지도 모른다.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부당한 처우를 받고 있다고 생각하는 학생들이 있을지도 모른다. 지극히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그런 생각을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 적어도 나는 부당한 처우를 받고 있다고 느껴본 적이 없다.
어쩌면 내가 훌륭한 연구실 동료들을 만나게 되어서 그런 문제를 겪어보지 않았을 수도 있다. 지스트에서 외국인 학생들이 겪는 문제가 아예 없지도 않을 것이다. 그러나 문제를 겪고 있다면 어떠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외국인 학생으로서 생기는 문제들을 겪어본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을 모두 다 아는 관점에서 말하자면, (물론 지극히 개인의 경험에 기초한 생각이다) 적절한 태도가 있다면 큰 어려움 없이 문제를 헤쳐 나갈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꼭 해주고 싶은 조언은 연구실에 가까운 친구들을 두라는 것이다. 그들과 본인이 경험하는 한계 혹은 문제들에 대해 대화를 나눠보면 도움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