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부터 약 2달간 방영한 tvN <알쓸신잡> 프로그램이 높은 시청률로 시즌을 마감했다.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은 <알쓸신잡>은 ‘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잡학사전’의 줄임말로, 방송 전부터 TV판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이하 지대넓얕)>이라는 별명을 얻었던 프로그램이다. <알쓸신잡>이나 <지대넓얕>, 이 둘의 공통점은 제목에서 드러나듯 넓은 분야의 다양한 지식을 부담 없이 전달한다는 데에 있다. 전공에 대한 깊고 전문적인 지식은 당연하고 필수적으로 여겨지는 요즘, 이런 콘텐츠가 인기를 끄는 이유는 자신의 전문 분야 외에 얕더라도 넓은 지식이 개인의 경쟁력을 갖추는 데 중요하다고 여겨지기 때문일 것이다.
<지대넓얕>은 두 권짜리 책으로, 1권은 역사·경제·정치·사회·윤리 분야를, 2권은 철학·과학·예술·종교·신비 분야를 다룬다. 지나치게 광범위하다 싶은 분야를 아우르는데도 불구하고 이 책이 쉽게 읽히는 이유는 각 분야의 개념을 이론적으로 서술하는 것에 그치지 않기 때문이다. 정치의 진보/보수를 축구경기에 비유하기도 하고, 경제체제·언론·방송·사회집단을 끌어와 현실과 연결해서 설명하기도 한다. 딱딱한 정보전달 대신 반복과 적용을 적절하게 이용함으로써, <지대넓얕>은 개인의 흥미 분야 밖일지도 모르는 다양한 지식이 원래 가지고 있던 것과 자연스럽게 연결되고 흡수되도록 한다.
예를 들어 책의 후반부인 사회·윤리 부분에서 독자는 과학자 혹은 연구자로서의 윤리를 되새겨 볼 수 있다. 개인주의와 집단주의의 비교를 다루는 사회 부분의 경우, 연구의 목적이 전체주의에 가려져 개인을 무시하는 일이 없어야 함을 상기시킨다. 윤리 부분에서의 의무론과 목적론의 비교는 연구자로서 가져야 할 가치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의무론은 의무와 도덕 법칙을 준수하는 것이 윤리라는 입장, 목적론은 행위의 결과가 이익과 행복을 창출하면 그것이 윤리라는 입장이다. 이 둘의 비교를 통해 연구자가 의무나 도덕, 연구 결과에서 파생되는 이익과 행복 중 어느 것을 우선시해야 할지, 도덕이라면 어떤 종류의 도덕일 것이며 이익이라면 누구의 이익을 고려해야 할지 등을 고민해볼 수 있다. 책을 읽으며 얻은 넓은 지식만큼 생각은 뻗어 나간다.
17학년도 2학기부터 과학기술원인 지스트에 융합형 인재 육성을 목적으로 인문학·사회과학 부전공이 설치됐다. 4차 산업과 융합인재 교육을 중요시하는 사회적 흐름을 따라가는 것이다. 정보가 폐품처럼 쌓여가는 시대, 정보의 부족이 아니라 과잉이 오히려 개인의 행동을 제약하는 시대라지만 여전히 배울 것이 많다. 이 책은 널려 있는 많은 정보 중에서 반드시 알아야 할 가치 있는 지식만을 선별해 쉽고 단순하게 표현했다. 과학기술원 구성원으로서 과학 분야에 관심을 가지고 그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을 가지는 것은 분명 중요한 일이지만 책을 통해 그간 생각해보지 않았던 분야로까지 지식을 뻗어보는 것은 어떨까. 책을 덮을 때쯤에는 두 번의 세계대전이나 경제 대공황, 현대의 정치적 이슈 등 개별적 사건들이 머릿속에서 자연스럽게 의미를 갖고 자리를 찾아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김한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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