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은 검보다 강하다’라는 말로 언론이 가지고 있는 영향력은 쉽게 설명될 듯하다. 그러나 때로 언론은 가지고 있는 힘을 이용해 문제를 개혁하는 임무를 수행하기 보다는 권력과 ‘더러운 영합’을 하고 문제를 외면해 스스로 문제화되기도 한다.
특히 특정 공영방송사가 정치 권력에 부역해 부당노동행위를 저질렀다는 범죄혐의의 대상이 되는 등, 우리는 기존의 언론이 문제 제기와 해결의 주체가 아니라 문제의 대상으로 전락하는 과정을 생생하게 지켜보고 있다.
지난 1년 반 동안 <지스트신문>은 문제 제기의 주체가 되었나. 그럴 때도 있었고, 의무수행을 외면한 경우도 있다. 떠나는 자리의 지면을 빌어 사죄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 언론의 의무수행을 외면한 경우의 이유는 대부분 비겁한 이유였다.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힌 사항을 취재원이 밝혀주길 꺼려서’, ‘취재력이 부족한 학보사라서’, 때로는 학생 개개인이 할 수 없는 민감한 취재를 수행해야 할 <지스트신문>이 ‘민감한 사항이라서’라는 이유로 취재를 포기하는 모순적인 일도 있었다.
우선 기자단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드린다. 기사 기획과정이나 취재 과정에서 학생기자단이 스스로 비겁하다고 느끼거나 비참함을 느끼게 했다면 그것은 당시의 편집을 맡은 내가 가장 비겁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독자들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드리고 싶다. 가장 순수하고 활발해야 할 학생신문이 그렇지 않다고 느꼈다면 이 사회에 대해 드는 절망감의 정도는 상상할 수조차 없다. 독자들이 ‘비겁한’ 신문을 읽으면서 혹시 허탈감이나 모욕감을 느끼시진 않을지가 나의 가장 큰 부끄러움이었다. 신문을 읽으며 그렇게 느끼셨다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
이제 <지스트신문>은 스스로 역할을 다했는지, 구차하게 이전의 방식을 그대로 답습하면서 자족해오지는 않았는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해야 할 때다. 기자단과 편집부는 독자들께서 <지스트신문>이 주신 따끔한 비판과 질책을 깊이 받아들이길 바란다. 진실을 외면하지 않고 문제에 대해 지적하는 것만이 옳다는 것을 믿고, 기존의 <지스트신문>보다는 나은 모습이 되는 길이 <지스트신문>이 개혁의 대상이 되지 않을 유일한 길이다.
“지스트가 경장(更張)할 때를 대비하기 위해 개혁에 앞장서거나 개혁을 도울 언론이 필요하다” 내가 2015년, <지스트신문>의 전신인 독립언론 ‘지스캐치’ 논술에서 적었던 내용이다. 제도가 낡고 느슨해지면 늘어난 거문고 줄을 바꾸어 매듯이(解弦更張) 개혁해야 한다는 율곡 이이의 말이 언론의 역할과 바르다고 생각하여 적은 내용이다.
나는 몇 년 전 신입생의 내가 했던 말과 그 이후의 내가 일치되어 살아가지 못했다는 자책감을 가지고 떠난다. 앞으로 기자단은 이와 같은 실패를 하지 않기를 바란다. 성공의 사례를 물려주지 못한 미안함을 마음 한쪽에 항상 짊어지고 있을 것이다. 나라는 실패의 사례를 가지고 더 나아지도록 노력해주길 바란다.
독자님들에게도, 지난 1년보다 더 나은 신문사를 곧 볼 수 있으실 것이란 말씀을 드린다. 기대해주시고, 기대에 못 미친다면 따끔히 지적해주시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