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5일 월요일 2시, 국회 의원회관 제9 간담 회의실에서 ‘전문연구요원 정책 어떻게 발전시켜야 하나?’란 주제로 토론회가 열렸다. 이번 토론회는 오세정 국회의원이 주최하고 전국 이공계 학생 전문연구요원 특별대책위원회가 주관했다. 오세정 의원이 개회식을 열었고 안철수 국회의원·김학용 국회 국방위원장 등이 서면으로 축사를 보냈다. 토론회는 개회식 이후 발제-토론-질의응답 순으로 진행됐다.
발제를 맡은 엄미정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현재 전문연구요원제도는 우리 사회에 다양한 경제적, 사회적 이익을 창출해내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동시에 이를 정당화하기 위해서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 내고 공감대를 형성하는 과정이 필수 불가결함을 강조했다. 또, “개인적으로 전문연구요원제도는 제도가 창출하는 여러 긍정적 효과로 기대어 봤을 때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자꾸 축소하려고 해서 안타깝다”며 자신의 의견을 드러내기도 했다.
과학기술이 국가경쟁력인 시대
“전문연구요원제도 필수적이다”
발제 이후 본격적인 토론이 시작됐다. 김보원 KAIST 기획처장은 전문연구요원제도의 존폐를 결정하기 위해 두 가지 문제에 대한 깊은 고찰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먼저, 전문연구요원제도에 대한 국민적 공감을 형성하여 존재의 당위성을 입증하는 일이다. 이에 대해, 그는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들에 비해 자원이 풍부한 것도 아니고, 과학 연구에 필요한 여러 기기도 부족한 편이다. 이 차이는 인적 자원으로 극복해 나갈 수밖에 없는데, 여기서 전문연구요원제도가 큰 역할을 한다. 과학기술 경쟁력이 국가경쟁력인 시대에, 전문연구요원제도는 필수적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답했다.
다음으로 전문연구요원제도를 모두가 같은 형태의 군 복무를 이행하는 공평성의 문제로 쳐다볼 것인지, 개인이 가지고 있는 능력을 이용해 국가 발전에 최대로 기여할 수 있게 하는 문제로 쳐다봐야 하는 것인지 생각해 봐야 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후, 전문연구요원제도가 가진 여러 문제점을 어떤 방향으로 해결해 나갈 것인지에 대해 고민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대 재료공학부 박사과정에 재학 중인 정준호 학생이 말을 이었다. 그는 최근 서울대 학생회가 주도하여 실시한 여러 설문조사 결과들을 보여주며, 전문연구요원제도가 이공계 기피 현상을 해결하는 주요한 역할을 하고 있음을 밝혔다. 그는 “대학원 교수들 또한 전문연구요원제도 폐지를 원하지 않고 있다. 전문연구요원제도가 폐지된다면 국내 이공계 대학원에 진학하는 학생 수가 줄어들 것이고 이에 따라 연구실에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일이 쉽지 않아지기 때문이다”라고 보충했다.
제도 개선 및 사회적 합의 필요
해외 유출 인력 막는 효과도…
정준호 학생은 전문연구요원을 선출하는 과정에서의 여러 문제점에 대해 지적했다. 일례로, 전문연구요원을 선발하는 데 사실상 TEPS 점수가 매우 큰 영향을 미치는데, 전문연구요원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합격 기준이 되는 TEPS 점수가 필요 이상으로 오르고 있다는 것이다. 또, “전문연구요원제도와 관련된 여러 문제는 현재 한국 사회의 유연하지 못한 제도 운용에서 기인했다”며 탄력적인 제도 운영의 필요성에 관해 이야기하기도 했다.
이번 토론회의 색다른 점은 전문연구요원들이 현재 복무 중이거나 과거에 거쳐 간 회사가 토론회에 참가했다는 것이다. ㈜에프앤자산평가 김주환 경영지원팀장은 “전문연구요원제도는 현재 국가에서 중소기업에 제공하는 가장 큰 혜택이다. 전문연구요원들이 중소기업을 유지하고 발전시키는 데 막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말했다. 또, 그는 전문연구요원제도가 국내에서 해외로 수출된 고급 이공계 인력들이 다시 국내로 들어올 수 있게 하는 기회를 제공한다고 했다. 실제로, 현재 당사에 복무 중인 6명의 전문연구요원들 중 3명이 해외에서 석사 과정을 마치고 국내로 들어와 전문연구요원제도를 통해 군 복무를 하는 중이다. 덧붙여, 전문연구요원을 준비하고 있는 여러 대학원생에게 산업체 쪽의 전문연구요원에 많은 관심을 두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상희 국방부 인사정책과 중령은 “전문연구요원제도가 여러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데 큰 도움을 주는 것에는 의심할 여지가 없다. 하지만 국가적인 차원에서 봤을 때 중요하지 않은 대체복무 제도는 없고 그 중, 전문연구요원제도만 그대로 존속시키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반박했다. 이어, 국방부가 여러 다른 기관 부처들과 협의 없이 단독적으로 전문연구요원제도 개편을 진행한다는 루머에 대해 억울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인구절벽시대가 약 4년밖에 남지 않은 이 시점에서, 전문연구요원제도는 다른 대체 복무 제도와 동일 선상에서 결정이 나도록 하겠다는 것이 그의 입장이다.
전문연구요원제도 논쟁은 수년간 되풀이되어왔다. 이번 토론회에서도 확실한 결론은 내려지지 않았다. 전문연구요원 제도와 가장 가깝게 맞닿아있는 국내 이공계 대학생, 대학원생들은 기한 없는 논의에 여전히 불안에 떨고 있다.
신승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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