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연구 현장 고려하는 실속 있는 정책 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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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스트신문>은 지난 17호, 또 이번호 2면을 통해 학생연구원 근로자계약 관련 내용이 담긴 기사를 보도했다. 그간 대학, 대학원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지적되어 온 학생연구원의 처우 문제는 과학기술원인 GIST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근로자계약은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할 방안 중 하나로 꼽힌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통령 후보이던 지난 2017년 4월 ‘학생연구원의 고용계약 의무화’가 포함된 과학기술인 정책을 발표했다. 학생연구원의 고용계약 의무화는 학생과 연구원 사이의 애매한 위치에서 학생연구원들이 겪는 다양한 문제들, 즉 학생이라기엔 과한 업무량, 연구원이라기에는 적은 임금과 보장되지 않는 출퇴근 시간 등을 해결해줄 수 있는 정책이다. 그러나 정책의 세부내용이 연구 현장에 적합한지를 제대로 고려하여 검토하지 않으면 유명무실한 정책이 될 수 있다. 또 고용계약을 의무화하는 것이 학생연구원 처우 개선에 가장 적절한 방법인지에 대한 논의도 충분히 이루어져야 한다.

특히 학생연구원의 경우 완전히 근로자라고 보기에는 어려운 점이 많기 때문에 일반적인 근로자계약과 같은 형식을 따르기에는 여러 가지 제약이 따른다. 일반적인 근로자계약에 포함되는 항목인 일 근로시간 제한이나 최저 임금 등은 학생연구원을 대상으로는 기준을 세우기 쉽지 않다. 학생으로서 학업에 투자하는 시간과 그 외 노동에 투자하는 시간이 명확히 구분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또 근로시간 제한은 매일 투자해야 하는 시간이 달라지는 연구자들에게는 오히려 배려보다는 의미 없는 규칙이 될 확률이 높다. 연구 현장에는 오랜 시간을 대기해야 하는 실험 등 정해진 시간동안만 근무하는 것이 불가능한 환경이 많은 것이 그 이유다.

임금이나 연구, 업무 등에 직접 관여하는 교수와 학생연구원 전체가 소속된 학교 중 어느 쪽이 학생연구원을 고용하는 고용주인지 역시 까다로운 문제다. 뿐만 아니라 일반적인 회사와 달리 학생연구원들은 졸업이나 진로 등 미래가 걸린 문제가 교수에게 달려있기 때문에 제대로 된 규칙이 마련되더라도 목소리를 내기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이렇게 다양한 문제들이 있기 때문인지, 정책 도입에 대한 논의는 난항을 겪고 있다. 지난해부터 지속적으로 정부-대학뿐 아니라 학생까지 논의에 참여했지만 적절한 합의점을 도출해내지 못했다. 연구 현장에 대한 자세한 이해 없이 정책의 기틀이 마련되었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형태의 고용계약이 학생연구원에 적용될 수 없다는 점을 고려하지 않은 것이다. 따라서 논의가 좀 더 건설적인 방향으로 진전되기 위해서는 앞서 언급한 것처럼 연구 현장에 대한 이해가 꼭 필요하다. 학생연구원 처우 개선에 가장 적합한, 또 꼭 필요한 변화가 무엇인지부터 다시 논의해야한다는 뜻이다.

연구 현장이 제대로 고려되지 않은 정책은 비단 학생연구자 고용계약의무화뿐이 아니다. 정부 등 정책을 직접 심의하거나 시행하는 곳에 연구 현장을 경험한 사람이 거의 없기 때문에 현장에 대한 이해도가 낮은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보다 ‘실속 있는 정부’가 되기 위해서는 정책이 영향을 끼치는 현장에 대한 적절한 이해가 동반되는 ‘실속 있는 정책’이 꼭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