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틀그라운드 게임은 100명의 플레이어가 혼자 혹은 팀(최대 4명)을 이뤄 정해진 지역에서 살아남는 서바이벌 게임이다. 비행기에서 내린 100명의 플레이어들은 낙하산을 타고 각자 원하는 지역에 내린다. 이후 좁아지는 자기장 시스템 아래 최종적으로 한 명 혹은 한 팀만이 살아남을 때까지 싸움을 계속한다. 보통 대회에서는 네 명이 한 팀(스쿼드)을 이뤄 경기가 진행된다. 경기마다 생존 순위에 따라 점수가 차등 지급되고, 상대편을 한 명 죽일 때마다 10pt가 지급된다. 이를 서너 판 진행해 합산된 점수에 따라 순위를 정하고 본선, 결승에 진출할 팀을 선정한다.
‘PUBG 서바이벌 시리즈 유니버시티(이하 PSSU)’ 대회에서 GIST대학 ‘GRP’팀이 패자부활전에서 1등을 거머쥐고, 결승에 진출해 경기를 치렀다. 아쉽게도 7등을 했지만, 큰 인기를 끌었던 GRP 팀의 주역 팀장 신건호(전전컴, 13) 학생을 만났다.
대회에 참가하게 된 계기와 팀원 구성은 어떻게 되었는지 궁금합니다.
PSSU 대회 공지를 보고 재미로 백태승(기계, 15)이라는 친구와 참가하기로 하고, 인원이 부족해서 팀원 모집 글을 지스트 대학생 페이지에 올렸어요. 그때 연락이 온 게 노현석(기계, 16) 친구인데, 실력을 보니 우승의 희망이 있는 거예요? 그래서 진지하게 해보자고 셋이서 의기투합을 했죠. 네 명이 한 팀인데 한 명이 여전히 부족해서 현석이의 추천으로 김유진(기초, 17) 친구가 합류했어요.
그렇다면, 대회 참가 당시 게임 실력은 어느 수준이었는지.
보통 배틀그라운드 실력이라고 하면 시즌 최고 성적을 말해요. 저 같은 경우는 스쿼드(4명이 한 팀) 기준으로 전국 40등 정도 했던 것 같아요. 태승이는 듀오(2명이 한 팀) 기준으로 전국 10등 권, 현석이는 스쿼드 기준으로 전국 한자리 등수권이었던 거 같네요.
대회 참가 전까지 다들 아마추어 실력이었는데, 저 같은 경우 2부 프로리그에 입단할 수 있는 정도까지 실력이 많이 향상됐어요. 팀원 전체가 안 하던 것을 진지하게 연습하고 준비하다 보니 대회가 끝날 때 즈음엔 실력이 비약적으로 향상됐어요.
대회 준비는 어떻게 하셨나요?
저희 팀은 특이한 편이었어요. 보통은 팀원들이 각자 스타일이 있어서 다 같이 상의하고 피드백을 주고받으면서 서로의 스타일에 녹아들어요. 하지만 저희는 배린이(배틀그라운드 어린이, 초보를 말함)친구도 있었고, 진지하게 대회 준비를 해본 적 없던 사람들끼리 모인 거라 각자의 스타일도 애매하고 그걸 설명하고 맞추기도 어려웠어요. 저희 개개인 실력이 부족했다는 거죠. 그래서 제가 아는 배그(배틀그라운드 준말) 프로팀 형들에게서 프로의 방식을 배워오기로 했죠.
2주 동안 프로 형들이랑 같이 게임하면서 프로들이 하는 오더나 플레이 스타일을 급하게 제 스타일로 만들었어요. 그리고 팀원 간 상의 끝에 그런 방식을 저희 팀에 입혔죠. 처음엔 평소 하던 방식이 아니라 다들 적응하기를 엄청 힘들어했어요. 연습게임에서 우승도 한 번 못하고 팀 분위기도 안 좋았죠. 그러다 예선전 경기를 이틀 남겨두고 갑자기 합이 맞더라고요.(웃음)
본선에서 탈락하고 패자부활전에서 1등으로 결승에 진출했는데, 그때 당시 심정은?
패자부활전에서 1등하고 나서 팀원 모두가 하나같이 “이럴 줄 알았다. 이게 원래 우리지”라고 했어요. 프로 대회를 준비하는 아마추어 팀들이나 PSSU 같이 대회에 참가하는 팀들이 참가해서 실제 대회처럼 진행하는 친선 경기를 ‘스크림’이라고 부르는데, 스크림에서 대부분 1등을 했거든요. PSSU에 참가하는 거의 모든 팀이 참가한 게임에서 매번 1등을 했는데, 패자부활전에서 1등은 당연한 결과죠.
패자부활전 관련 뒷이야기가 있나요?
본선 경기 같은 경우 종합 1등을 하면 결승 상금과 관계없이 상금이 있어요. 그런데 패자부활전에는 없다는 거예요. 패자부활전의 경우 1등에서 10등까지 결승진출을 하는데, 그러면 1등이나 10등이나 똑같은 거잖아요? 1라운드 때 1등을 해서 10등 밑으로 절대 떨어진 일이 없었기 때문에 2라운드 때는 긴장을 풀고 경기에 임했어요.
사실 그 전까지 제가 너무 성적에만 목매서 무조건 이 악물고 경기를 하게 만든 것 같아 반성을 많이 했어요. 개개인한테 추억거리가 될 텐데 힘들었던 기억으로만 남겨주기 싫어서 어차피 결승 올라가는데 즐기자고 했죠. 그랬더니 2라운드 때 15등으로 종합 3등을 하더라고요. 이대로 하다간 더 떨어질 것 같아서 다시 제대로 했죠. 스크림에서 항상 1등을 했었는데 4~5등 하면 쪽팔리잖아요? (웃음)
3라운드 때 1등하고 종합 1등을 했는데 정말 1등까지 할 줄은 몰랐어요. 패자부활전이 끝나고 인터뷰를 했었는데, 방송을 보셨으면 아시겠지만 제 모습이 엄청 초췌해요. 1등 할 생각이 없었기 때문에 면도도 안 하고 간 상태였거든요. (웃음) 인터뷰해야 한다고 했을 때 팀원들 보고 “이거 해야 하냐” 했는데 애들이 “그래도 팀장이 해야지” 해서 어쩔 수 없이 했네요.
경기별 전략이 따로 있었나요?
패자부활전 2라운드를 제외하고는 항상 최소한의 파밍(총이나 가방 같은 것들을 구하는 행위) 후에 먼저 움직여서 좋은 자리를 선점하려고 노력했어요. 주변 시야가 잘 확보되는 자리에 있어야 다음 자기장 지역에서도 다시 좋은 자리를 먼저 차지할 수 있거든요. 그리고 네 번째 자기장 전까지는 상대편이 죽으려고 오지 않는 이상 절대로 싸움을 안 걸었어요. 그 외의 돌발 상황에 대해서는 제가 다 지시를 했고요.
사실 팀원들의 희생이 많았어요. 제가 아무래도 나이가 제일 많다 보니 팀장의 역할을 하면서 팀원들이 모두 제 지시에 따르도록 했죠. 그래서 부작용도 있었는데, 스크림을 할 때 제 컨디션이 좋지 않으면 제 입이 굳어서 지시를 제대로 못 했어요. 그럴 때는 성적이 18등. 19등으로 완전 바닥을 쳤죠.
결승에서 최종적으로 7등을 했는데, 아쉬움이 많이 남을 것 같아요.
운이 많이 안 따라줬어요. 첫 자기장 지역은 완전 랜덤으로 설정되고 다음은 그 자기장 내 사람이 제일 적은 쪽으로 설정돼요. 그렇게 플레이어들 간 싸움을 유발하죠. 저희는 사람이 많이 없을 만한 지역을 선점하고 다음 자기장이 저희가 있는 쪽으로 설정되게 해서 유리한 자리에서 싸울 수 있었죠.
프로 경기를 보면 여러 지역 중에 개별 팀마다 파밍을 하는 장소가 정해져 있어요. 배그하는 사람들끼리는 이걸 ‘랜드마크’라고 해요. 저희 랜드마크 지역은 비행기를 타고 가는 마지막 지점에 있어요. 그런데 첫 자기장이 네 경기 모두 비행기 출발 지점 근처에 설정된 거예요. 그러면 비행기 출발 지점 근처에서 내린 팀들이 좋은 자리는 모두 먼저 차지해버리죠. 그래서 경기를 진행하는 게 많이 힘들었어요.
1라운드에서 19등을 했는데, 이게 팀원들의 사소한 실수가 쌓인 게 눈덩이가 돼서 나온 결과였어요. 19등한테는 생존 점수를 60점 정도밖에 안 주는데 10등부터는 200점 이상을 줘요. 최종 점수를 보면 저희랑 2등인 팀이랑 200점 정도밖에 차이가 안 나는데, 1라운드만 10등 안에 들었으면 최소 2등을 했을 것 같아 아쉬움이 크네요.
운을 배제하려면 경기를 많이 하는 수밖에 없어요. 그런데 대학생 대회다 보니 타지역에서 온 친구들이 많아 저녁에 시작한 경기를 너무 늦은 시간까지 할 수는 없어 어쩔 수 없다고 주최 측이 말하더라고요. 근데 뭐, 사실 이런 게 배그의 묘미긴 해요.
뛰어난 실력을 보여줘서 프로팀에서 입단 제의가 많을 것 같은데, 실제로 그런가요?
진지하게 2부 프로팀 활동 혹은 1부 프로팀 연습생 제의가 들어오기도 했어요. 하고 싶은 마음이 아직도 있죠. 그런데 스스로를 평가했을 때 성장 가능성까지 가늠해도 프로 중위권 실력 이상은 힘들 것 같은 거예요. 그러면 밥 먹고 살기는 힘들잖아요? 그래서 그냥 원래 계획대로 군대를 다녀와서 경영 대학원에 입학하려고요.
끝으로 대회에 참가한 소감을 말씀해주신다면?
성적이 조금 아쉽지만 정말 재미있었어요. 게임을 마냥 취미로만 즐기기엔 실력이 그 이상인 것을 알고 있었는데, 게임을 좋아하는 입장에서 그걸 인정받고 타이틀이 하나 생겼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경험이었네요.
장원식 기자 wonsicjang@gist.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