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하기 위한 철학적 기반을 연구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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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저는 GIST 1기 졸업생이자 물리 학술 동아리 ‘Holics’의 창립 멤버입니다. GIST 물리학과 졸업 이후에는 기업의 연구 개발 부서에 취직한 상태였습니다. 동양 철학과 대학원에 합격했지만 집안의 반대로 가지 못했고요. 그러다 최근 영국 대학의 국제정치경제학과 대학원에 합격해서 지금은 9월 출국을 준비 중입니다.

현재에 이르기까지 과정을 알고 싶어요.
학부 때는 철학에 관심이 많았어요. 아마 제 전공 수업보다 철학이나 인문사회 계열의 수업을 더 많이 들었을 거예요. 제가 지원한 동양 철학과 대학원이 저를 합격시킨 이유도 그거였을 것 같네요. 진학을 포기하고 일을 시작하면서는 환경 쪽, 특히 사회 생태주의를 공부하고 싶어졌어요. 사회 생태주의란 자본가-노동자로 계급을 나눴던 기본 사회주의와 달리, 앞으로의 사회는 도시-시골로 계급이 나뉠 거라고 설명하는 철학 사상이에요. 이런 식으로 철학 자체를 깊이 배우는 것도 좋지만 철학과를 나온 사람이 법을 개정하거나 실무적인 일을 하기는 어렵잖아요? 그래서 제가 그동안 배웠던 철학은 ‘통찰’로 두고, 그 통찰들이 좀 더 실무적인 일에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국제정치경제학과에 지원해 합격했습니다. 정권을 잡고 정치를 하겠단 말은 아니고요(웃음), 정치하기 위한 철학적 기반을 연구하는 일을 하고 싶어요.

국제정치경제학과에 들어가시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게 되시나요?
예를 하나 들어 볼게요. 다가오는 4차 산업 혁명 시대의 핵심적 문제는 지금 일을 하고 있는 많은 사람들이 사회적 변동 속에 일자리를 잃게 되리라는 거예요. 이게 어떤 사람들에겐 독이 되기도 하고 기회가 되기도 하겠죠? 그런 사람들 간에 빈부격차가 얼마나 날지, 국가가 어떤 대비를 해야 하는지 등을 연구하는 게 제 일이 될 거예요.
GIST 출신이었기 때문에 진로 선택에서 어려운 점이 있었나요?

다른 종합대학 같은 경우에는 인문사회 분야 강의도 듣고 싶은 게 있으면 청강할 수 있어요. GIST가 과기원 중에서 교양 쪽이 특화되어 있다지만 종합대학에 비해서는 많이 부족했던 게 사실이죠. KAIST 같은 경우엔 경영대학원이 있더라고요. 우리 학교도 과학 철학, 과학 정책 대학원 같은 사회과학 분야의 대학원이 생기면 좋을 것 같아요.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내가 이걸 해야만 하겠다’고 하는 소명이 중요한 것 같아요. 그게 전략적으로 돈벌이가 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그런 소명이 있으면 그 안에서 일자리를 창출해낼 수 있어요. 그리고 처한 환경을 낯설게 해보겠다는 욕심을 가지면 좋을 것 같아요. 저는 색다른 경험을 많이 해보고 싶어요. 거기서 더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나올 수도 있는 거니까요. 우리가 주어진 환경에 지배받는다는 말에 대해서는 아무도 이의가 없잖아요?

공감 능력을 키우는 것도 중요한 것 같아요. 공감도 인간 본질의 일부지만, 중요한 건 과학만 공부하다 보면 그게 표상세계를 장악해버릴 수 있다는 거죠. 그렇게 제한적인 시선으로 공부를 하게 되면 인간과 인간 사이의 공감에 대해 둔해져 버리기 쉬워요. 저는 공감 능력도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10년 후의 나는?
일단 영국에서 석사 과정을 마친 후에 독일에서 박사 과정을 밟을 계획이에요. 미리 독일의 대학교수님과 컨택을 해놓은 상태입니다. 저희가 공부하는 대부분의 정치, 경제학 연구는 영미권의 학자들이 한 것이지만, 유럽의 정치나 경제를 보면 영미권과 아주 다르거든요. 저는 그 쪽이 궁금해요. 박사 과정을 마친 후에는 아직 딱히 계획이 없네요. 하지만 제 소명을 알고 묵묵히 일하다 보면 길을 잃진 않겠죠?(웃음)

추성윤 기자 atom7958@gist.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