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3년 전만 해도 주말, 평일 관계없이 한 편에 8000원이던 영화 값이 좌석이나 시간대에 따라 가격을 달리하더니 어느새 11000원까지 올랐다. 친한 친구와 둘이 만나 인당 만 원이면 작은 팝콘까지 나눠 먹던 시절은 지나버린 지 오래다. 갑자기 훅 오른 영화표 가격에 영화관들은 최저임금 상승으로 인한 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같은 이유로 음식값을 올리는 식당들도 적지 않다. 그렇다면 최저임금은 왜 올랐고 우리 생활에 어떤 영향을 주고 있는 걸까?
최저임금 인상 배경은?
올해 최저임금은 작년 6470원에서 16.4% 인상된 7530원으로, 문재인 정부는 임기가 끝나는 2020년까지 최저임금을 만 원까지 올리는 것을 목표로 하겠다고 밝혔다.
정부가 설명하는 최저임금 인상의 직접적 명목은 실질임금 증가를 통한 소득분배개선이다. 일반적으로 임금수준이 높아지면 근로자들의 가계소득이 증가하는데, 이는 민간소비의 활성화와 경제성장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역시 지난 10년간 최저임금은 꾸준히 인상돼왔다. 그러나 함께 상승하는 소비자 물가에 노동자들이 임금상승을 체감하기는 어려운 구조였다. 이에 정부는 근로자들이 받는 임금의 상승률을 물가 상승률보다 높게 책정, 최저시급에 직격으로 영향받는 저소득층의 실질 소득을 늘리고 삶의 질을 개선하겠다는 선순환을 목표로 최저임금 인상 정책을 내놨다.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 법안 통과
그러나 최저임금의 대폭 인상이 정부의 바람대로 긍정적인 효과를 불러올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지난 5월 25일 국회에서는 상여금과 복리 후생적 급여가 각각 최저임금의 25%와 7%를 초과할 경우 해당 급여형태를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포함하는 개정안을 의결했다. 임금 인상으로 물가가 상승해 오히려 실업률이 증가하는 결과를 가져왔다는 주장이 지속되면서 인상 5개월 만에 회사에서 제공하는 복지형태까지 임금으로 계산하는 방향으로 최저임금법이 개정된 것이다. 그렇다면 정말 최저임금의 변동이 실업률과 물가인상에 큰 영향을 미쳤을까?
최저임금 인상 → 물가 상승?
최저임금 인상 → 실업률 증가?
임금 인상과 물가 변동의 상관관계에 대해서는 학계에서도 쉬이 결론을 내리지 못하는 상태다. 소비자 물가는 특별한 변동 없이도 항상 조금씩 상승하고, 경제 상황에 따라 여러 요인에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실제로 2000년부터 2018년에 통계청에서 시행한 생활물가 상승률에 관련 조사 결과에서는 생활물가와 최저임금 간 직접적인 비례관계를 찾아보기 어려웠다. 최저 임금이 크게 상승했는데 생활물가는 그렇지 경우도 있었고, 반대로 생활물가만 비교적 큰 폭 상승한 경우도 확인 가능했다.
최저임금 인상이 실업률을 증가시켰다는 주장 역시 근거가 미약하다. 실업률의 변동도 여러 요인에 영향을 받으며, 우리나라의 경우 실업률이 잠시 올랐다가도 다시 원래대로 돌아가는 경향을 보여왔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저임금을 대폭 인상한 올해와 2001년에는 실업률이 각각 4.5%, 5.5%로 17년만의 최고치, 당대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으나, 이런 현상은 오래 지속되지 않고 실업률은 이내 정상범위로 낮아졌다. 이는 업주들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고용환경에 맞춰 적응해 나가기 때문으로 설명할 수 있다. 인상 초기에 인건비 부담이 커짐에 따라 고용 축소를 택하는 고용주들은 차차 판매가를 올리거나 등의 방법으로 상황에 맞게 운영 방식을 변화시킨다. 따라서 최저임금과 실업률이 직접적이고 지속적인 연관성을 갖는다고 보기는 어렵다.
내수활성화가 경제성장으로 이어질까?
가중되는 저소득 고용주의 부담
한편, 물가상승이나 실업률 문제와는 별개로 최저임금 인상 정책이 애초에 의도한 경제 성장과 소득분배 개선 효과를 가져올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된다.
수출에 의존하는 우리나라는 타 국가에 비해 최저시급 변동이 경제에 큰 비중을 차지할 수 없고, 따라서 처음부터 저소득 근로자들의 소득증가가 내수활성화로 이어져 경제성장을 기대하기는 어려웠다는 것이다. 통계청에서 실시한 최저임금 적용 효과 실태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에 최저임금 변동에 직접 영향받는 저임금 노동자는 463만 명에 달하지만, 이번 인상이 실제 경제성장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했다.
이번 정책이 역으로 저임금 노동자를 고용하는 저소득 고용주들에게 타격을 입혀 실질적으로 소득 분배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는 시선도 적지 않다. 2015년에 진행한 통계청의 사업체 노동실태조사에 따르면 최저임금 수준의 임금으로 노동자를 고용하는 업체 중 77%는 5인 미만으로 구성된 소규모 업체였다. 중소기업, 소상공인 등 영세업체들 역시 대부분 저임금 고용업체에 해당됐다. 저소득층의 소득 수준 향상을 목표로 했던 인상 정책이 소규모 저소득 자영업자들의 부담을 가중한 셈이다.
자영업자들이 느끼는 임금 지급 부담은 고용 및 근로시간 축소로 이어졌다. 당장 일이 급한 근로자와의 합의 하에 시간당 임금을 최저시급 미만으로 책정하는 일도 벌어진다. 고용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정부가 마련한 지원금 제도 역시 큰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다. 지원금을 받기 위해서는 4대 보험 가입, 기존 노동자 임금 수준 저하 금지 및 고용유지 노력의 의무가 주어지는데, 소득이 적은 자영업자들에게는 보험료 납부 등 추가적인 부담이 주어지기 때문이다.
최저임금 인상 정책의 취지는 실질 근로소득을 증가시키고 내수활성화를 통한 경제 선순환 이끌어 소득 불평등을 완화하는 데 있었다. 그러나 정책 시행 이후 실제로 가장 큰 영향을 받는 이들은 오히려 저소득자들이었고, 정확한 비례관계를 규정할 수는 없지만 물가 상승과 고용률 저하 등의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25일 의결된 개정안은 최저임금 산입범위를 확대해 이제는 본 정책으로 서민들이 실제로 손에 쥐게 되는 임금이 늘어났다고 말하기도 어렵게 만들었다. 현실에 기반해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소득 불평등 완화와 경제성장이라는 취지를 제대로 수행할 대안 마련이 필요해 보인다.
이경민 기자 wnals0129@gist.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