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6년, 중학교 3년, 고등학교 3년 동안 한 학기에 한 번씩 중간고사와 기말고사가 치러진다. 선생님들은 학생이 작성한 답안지를 기준에 맞춰 채점하며, 학생의 채점 결과에 대한 이의제기 과정을 거쳐 성적을 확정 짓는다. 한국인이라면 87%의 사람들은 12년가량 위의 내용을 겪는다. 또한, 근 15년 동안 교육부에서 창의력, 사고력을 끌어내기 위한 취지로 서술형 문제의 비중을 높이면서 현 20대들은 채점에 대한 이의제기가 많아짐을 직・간접적으로 느꼈을 것이다.
그러나 교육부와 같은 취지로 학생들에게 시험을 보도록 하지만 오히려 이전 12년의 시험들보다 이의제기가 줄어드는 곳이 있다. 바로 대학이다. 대학과 이전 학교들은 채점 결과에 대한 학생들의 접근성부터 확연히 다르다. 선생님께는 학교 일과 중이라면 언제든 이의제기할 수 있지만, 조교님 또는 교수님께는 개인적으로 연락을 취해 일과 시간 이후 약속을 잡아야 한다.
특히 기말고사 이후라면 상황은 더욱 어려워진다. 일반적으로 학생들은 종강 후 학교를 찾지 않는다. ‘GIST대학 2017 고교별 등록자 상황’에 따르면 GIST의 광주, 호남지역 출신 학생은 전체의 10~20%로, 나머지 80%가량은 GIST에서 최소 3시간에서 최대 8시간 거리에 있는 곳으로 흩어지게 된다. 기말고사 채점 결과에 대한 이의제기를 하기 위해선 왕복으로 최대 16시간을 소요해야 한다는 이야기이다.
물론 학생 중에는 종강 이후 계절학기 때 기숙사에 잔류하는 학생도 있지만, 이는 대략 500명 정도로 전체의 60% 정도에 불과하다. 이처럼 적지 않은 비중의 학생들은 오프라인으로 이의제기를 하기 힘든 상황에 처해있다.
그렇다면 온라인으로 이의제기를 할 수는 없을까? 조교님이나 교수님께서 이의제기한 학생의 시험지를 스캔해 이를 기반으로 이메일, google docs와 같은 온라인 매체를 통해 문제에 관해 의견을 주고받을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이와 같은 온라인 방법이 적용된다면 자료가 데이터화됨으로 인해 복제될 수 있다는 가능성 즉, 시험지 유출이 발생할 수 있다. 이는 온라인 이의제기 실행의 큰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시험지 유출은 일부 사람들끼리만 공유하는 시험문제, 즉 족보를 생성한다는 문제를 야기한다. 하지만 필자는 기존에도 존재하던 족보 문제가 심화하는 것보단, 이의제기를 하지 못함으로 인해 생기는 문제가 더 심각하다고 생각한다. 또한, 족보 생성의 문제는 시험지 전체공개라는 방법을 이용해 해결 할 수 있다. 이는 족보로 인한 정보의 불균형을 해소함과 더불어 온라인 이의제기의 문제점 역시 해결할 수 있기에 시도해볼 만하다고 생각한다.
이외에도 온라인으로 시험문제가 퍼질 경우, 그에 대한 저작권 침해 가능성이 증가한다는 측면이 존재한다. MOOC 강의 역시 저작권 침해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지만, GIST를 포함한 여러 대학에서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는 여러 대학들이 저작권 침해 가능성을 상정하고서도 MOOC가 주는 이득을 더 크게 본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런 맥락에서 온라인 이의제기의 저작권 침해 가능성 역시 정상참작 될 수 있으리라 본다.
전체적으로 봤을 때, 온라인 이의제기 시행 시 발생하는 장점과 단점을 비교해 봤을 때, 장점이 월등하기에 시도해볼 만하다고 생각한다.
대한민국에서 제일 많이 공부하는 재수생들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하는 공부법은 오답노트다. 아예 모르는 것보다 절반만 알고 있는 것이 위험하다는 말처럼, 자신이 어떤 점을 잘못 알고 있는지 짚어볼 수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GIST의 학생들도 자신이 틀린 부분을 알고, 이를 고칠 수 있는 오답노트를 적을 기회를 갖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