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5 총선이 30여 일 앞으로 다가왔다. 광주·전남지역 주요 정당의 경선이 대부분 막바지에 이른 가운데 주요 공약도 속속 발표되며 총선 열기가 달아오르고 있다. 하지만 20대 청년들만이 총선이란 축제에서 소외되고 있다. 광주·전남지역에서 20대 예비후보들은 한 명도 없으며, 이들을 위한 실효성 있는 공약도 전혀 없다.
20대는 정치에 관심 없다는 인식이 있다. 실제 역대 선거에서도 20대 투표율은 하위에 머물렀다. 따라서 20대를 위한 공약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있다. 하지만 20대 청년들은 항변한다. 애초에 20대가 주인공이 아닌 정치판에 우리가 끼어들 자리가 있냐고 되묻는다.
광주과학기술원·광주교대·광주대·전남대·조선대 5개 대학 학보사와 무등일보 공동기획으로 앞으로 3차례에 걸쳐 기획보도를 이어나간다.
기획보도를 통해 20대에게 정치인식 나아가 4·15총선에 관해 묻고, 이들이 정치에 참여하기 힘든 구조·환경적 문제를 분석한다. 마지막으로 20대와 기존 정치와의 간극을 좁히기 위한 방안을 고민해본다.
5개 대학 학보사와 무등일보는 21대 총선에 관한 20대 청년들의 생각을 조사하고자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설문조사는 3월 1일부터 5일까지 광주과학기술원, 광주교육대학교, 광주대학교, 전남대학교, 조선대학교 재학생을 대상으로 진행됐으며 총 512명의 표본을 얻었다. 본 설문조사는 신뢰수준 95%에서 ±4.31%의 오차범위를 가진다.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 중 491명(95.9%)이 정치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실제 정치에 관심이 있다고 답한 응답자는 321명(62.7%)이었다. 특히 정치적 문제와 관련한 시위나 집회, 캠페인에 자주 참여한다는 응답자는 38명(7.4%)에 불과했다.
투표를 통해 사회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응답자는 358명(69.9%)이었으며 오는 총선에 관심이 있다고 답한 응답자는 410명(80.1%)이었다. 그러나 ‘총선 예비후보들이 어떤 공약을 발표하였는지 모른다’고 답한 응답자가 291명(56.8%)에 달했다.
정치, 관심 없으나 필요는 하다?
설문조사 결과, 20대가 느끼는 정치참여에 대한 필요성이 꼭 정치에 관한 관심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정치에 관심이 없다고 답한 191명(37.3%)에게 그 이유를 묻자(복수 응답 포함) 대체로 ‘정치가 내 생활에 직접적인 도움을 주지 않아서’(39.4%) 또는 ‘정치를 불신하기 때문’(33.8%)이라고 답했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공진성 조선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투입대비 산출 효과가 없으니 생기는 당연한 결과”라고 말했다. 변화의 핵심이 정치에 있다는 사실은 알지만, 당장 선거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이익이 없으니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는 뜻이다. 더불어 “지역유지의 영향력이 절대적으로 미치는 지역구 선거에서 20대가 할 수 있는 건 거의 없다. 선거제도가 전반적으로 바뀌지 않는다면 젊은 세대들이 정치에 참여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온라인 정치 담론, 아직은 거북한 장소
청년들은 주로 온라인을 통해 정치에 접근하지만, SNS에서 정치 성향을 드러내지는 않았다. 정치와 관련된 정보를 얻기 위해 어떤 매체를 이용하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약 77%가 온라인을 이용한다고 답했다. 주로 이용하는 매체로는 인터넷 뉴스, SNS, 인터넷 커뮤니티를 꼽았다.
하지만 온라인에서 얼마나 의견을 표현하냐는 질문에는 484명(94.6%)이 SNS상에서 의견을 표현하지 않는 편이라 말했다. 그 이유를 물어보자(복수 응답 포함) ‘SNS에 정치 관련 게시물을 다는 것이 부적절하다고 생각해서’, ‘정치성향을 드러내는 데 부담을 느껴서’라는 응답자가 각각 257명(50.2%), 244명(47.7%)이었다.
설문조사에 참여한 대학생 A씨는 온라인에서 정치 이야기를 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정치사상으로 사람의 관념을 파악하려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한, “반대의 의견을 가진 사람들과 생길 논란을 피하고자 글을 올리지 않는다”고 밝혔다.
21대 총선, 청년들의 관심도는?
20대는 청년 정치참여가 필요하다는 맥락에서 이번 총선에 관심이 있지만, 지역구 후보자와 총선 공약을 아느냐와 같은 질문에는 과반수가 모른다고 답했다.
‘4.15 총선에 대해 얼마나 관심이 있는지’ 묻자 408명(80.1%)이 ‘관심을 가지는 편’이라 말했다. 하지만, ‘자신의 지역구 후보에 대해 알고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는 320명(62.5%)이 ‘알지 못하는 편’이라고 답했다. 특히, 전체 응답자 중 291명(56.8%)이 이번 총선 공약을 잘 모른다고 응답했다.
청년들이 이번 총선에서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정책을 묻자(복수 응답 포함) ‘취업 정책’(71.7%), ‘주거 및 생활 정책’(59%), ‘교육 정책’(34.8%)과 ‘소득 정책’(34.8%), ‘학자금 대출 등 학자금 정책’(19.5%) 그리고 ‘다양한 내외활동과 관련한 정책’(12.7%) 순이었다.
정치가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을까?
20대는 기성세대의 정치를 부정적으로 생각하며 정치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려는 태도를 보였다. 투표를 통해 사회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하냐는 질문에 358명(69.9%)이 긍정적으로 답했다. 전체 응답자 중 330명(64.4%)은 ‘부당한 일을 해결하기 위해 시위나 집회에 참여하겠다’고 답했다. ‘지금의 정치는 청년을 신경 쓰지 않는다’고 답한 사람은 420명(82.0%)이었다.
대다수 청년은 ‘정치’라는 단어를 들으면 부정적 이미지가 연상된다고 답했다. 부패 관련 이미지(부패, 부정부패, 적폐, 비리 등)를 떠올린 사람이 48명, 싸움 관련 이미지(싸움, 대립, 편 가르기, 이권 싸움, 진영의 전쟁터 등)를 떠올린 사람이 33명이었다. 이외에도 연극, 코미디, 위선, 탁상공론 등 부정적인 응답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20대는 정치참여의 필요성을 알고 있고, 불합리한 일을 해결하고자 적극적으로 참여하려는 태도를 보인다. 하지만 응답자 대부분이 ‘기성세대의 정치는 청년을 고려하지 않는다’라고 말하거나 ‘정치’라는 단어를 부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결국, 기존의 정치 현실 아래서 20대가 느낀 무기력함을 해소할 수 없다면, 앞으로도 청년의 정치참여는 힘들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