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과 삶의 질 위해 빠른 정상화 필요
서울·경기 지역으로부터 재확산한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이하 코로나19)의 여파로 2학기도 전면 온라인 강의 원칙을 유지한다. 이에 지난 학기 시행한 온라인 강의에서 겪은 시행착오를 바탕으로 얼마나 발전된 교육을 제공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 됐다. 교학처에서는 교육방향 개선을 위해 지난 6월 10일 온라인 교육 2차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학부생 351명을 대상으로 17일간 진행했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79%다.
온라인 강의 한계 불가피
온라인 강의의 만족도와 관련한 부분에서는 이전 설문보다 부정적인 결과가 나타났다. 온라인 강의가 원활히 진행된 정도를 1점(전혀 그렇지 않다)부터 7점(전적으로 그렇다)까지 1점 단위로 질문한 결과 평균 4.52점으로 나타났다. 지난 4월 시행된 온라인 교육 1차 설문조사에서 집계된 5.28점보다 0.76점 낮은 점수이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온라인 강의 수강의 어려움을 느낀 학생들이 많아진 것이다.
학생들이 생각하는 온라인 강의의 학습 효과도 대면 강의에 비해 적은 것으로 드러났다. 대면 강의와 비교한 온라인 강의의 학습 동기부여 정도를 묻는 문항에서 더 낮은 평가를 받았다. 1차에서 평균 3.08점을, 2차에서는 평균 2.88점을 기록하며 0.20점 하락했다. 두 결과 모두 4점(보통이다)보다 낮게 나타났다.
온라인 특성 잘 반영된 성적 평가 방식은
학생들은 봄학기 온라인 강의 성적 평가에서 실시간 오픈 북(Open-Book) 시험 형식을 가장 많이 경험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학부생들도 해당 방식을 가장 바람직한 방식이라고 평가했다.
이번학기 학부생들이 많이 경험한 평가 방식(복수응답 포함)은 ▲실시간 오픈 북(90.6%) ▲보고서(레포트) 평가(78.3%) ▲테이크 홈 방식 시험(Take-Home Exam, 66.7%) ▲실시간 클로즈 북(Closed-Book, 61.5%) ▲개인·조별 과제 평가(프로젝트, 54.1%)의 순이다. 주로 면밀한 시험 감독이 어려운 온라인 강의의 특성을 고려한 시험 방식이 많이 사용됐다. 공정성을 학생 개인의 양심에 맡기면서 학생의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하는 실시간 오픈 북 시험이 가장 많았다. 특히 대면 강의에서는 거의 이용하지 않던 테이크 홈 방식 시험을 세 번째로 많이 사용한 점이 눈에 띄는 변화다. 한편 온라인 구술시험(8.4%)이나 대면 시험(3.4%)을 치렀다는 응답도 있었지만 소수에 그쳤다.
학부생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는 평가 방식은 ▲실시간 오픈 북(38.2%) ▲테이크 홈 방식 시험(33.0%) ▲보고서 평가(14.8%) ▲실시간 클로즈 북(6.3%) ▲개인·조별 과제 평가(2.8%)의 순이다. 학부생들은 주로 실시간 오픈 북과 테이크 홈 방식 시험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험 중 학생의 자율이 최대로 보장되면서도 개인 역량에 따른 성취도를 평가할 수 있는 시험을 선호한 것이다. 온라인과 대면 강의 차이가 크지 않은 보고서 평가도 많은 학생이 희망했다. 한편 개인·조별 과제 평가는 상대적으로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조별 활동이 필요한 과제의 경우 조원과의 공간적 거리 탓에 상대적으로 소통이 어려운 점이 이에 영향을 끼쳤다.
한편, 지난 학기 공정한 성적 부가를 위해 절대평가 방식이 고려됐다. 온라인 평가에서 있을 수 있는 부정행위와 같은 변수로부터 성취한 만큼 평가를 받을 권리를 보호하자는 취지다.
학생들은 절대평가가 상대평가보다 공정성과 교육적 효과 측면에서 우수하다고 답했다. 조사는 1점(상대평가가 좋다)부터 7점(절대평가가 좋다)까지 응답자가 더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쪽으로 점수를 매기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공정성(평균 5.23점)과 교육적 효과(평균 4.72점) 모두 중간 지점인 4점을 초과했다. 학생들이 해당 두 요소에서 절대평가가 더 우수하다고 판단했다.
대면 진행이 시급한 실험 강의
학생들이 수강한 실험 강의들은 대체로 온라인으로 이루어졌다. 하지만 학생들 대다수는 실험 강의 자체가 온라인으로는 대체 불가능하다 판단하고 있다.
봄학기를 전면 온라인으로 전환하면서 학생 대다수는 실험을 직접 진행해보지 못했다. 실험 강의를 수강한 학생 214명을 대상으로 설문(복수 응답 포함)한 결과 이번 학기 온라인 실험 강의는 대체로 실험 녹화 강의 시청(57.5%)이나 실시간 실험 강의 시청(50.9%)을 통해 이루어졌다. 직접 경험이 강조되는 실험 강의를 모두 간접 체험 수준으로 수강한 것이다.
학부생들은 실험 강의가 대면으로 전환되기를 바라고 있다. 가장 적합한 온라인 실험 강의 방식을 묻는 문항에서 67.8%의 학생이 실험 강의를 온라인으로 대체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응답했다. 봄학기 때 많이 시행된 실험 녹화 강의 시청(12.5%)이나 실시간 실험 강의(7.4%)를 선택한 학생들은 소수에 그쳤다.
8월 27일 우리 원은 실험 강의를 포함해 전면 온라인 강의를 시행하기로 방침을 바꿨다. 하지만 온라인으로는 어떤 방식으로도 학생들의 요구를 충족시키기 어렵다. 코로나19 확산 상황을 지속해서 모니터링하면서 실험 강의 수강생들의 학습권을 보장할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코로나 블루, 학생들 삶에 켜진 빨간 불
코로나19로 인해 학생들 사이의 교류가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대인 접촉이 감소하면서 많은 학생들이 우울감 등의 부정적 감정을 느낀 것으로 드러났다.
학부생들이 봄학기 동안 강의를 통해 새로 친해진 사람의 수(연락처를 교환한 수준의 관계)는 평균 1.11명이었다. 전면 온라인 강의 방침에 따라 대면 접촉이 부족해 유의미한 대인관계 형성이 이루어지기 어려웠다.
이에 따라 외로움을 느낀 학생들도 적지 않다. 온라인 강의와 사회적 거리두기를 겪으며 경험한 고독감, 불안, 우울감 등의 빈도를 묻는 문항에서 20.8%의 학생이 ‘자주 느꼈다’고 응답했다. 지속적인 온라인 강의 시행과 사회적 교류 결핍이 학생들의 삶의 질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다.
비디오·오디오 꺼리는 학생… 편한 모습으로 있길 원한다
학부생 대부분이 온라인 강의에서 시청각 매체를 사용하기를 원치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이유로 학생들은 본인의 편한 차림을 타인에게 공개하는 점이나 감시받는 느낌이 드는 점 등을 꼽았다. 하지만 교육적 측면에서 시청각 매체 활용이 필요하다는 점에 공감하는 학생들도 적지 않았다.
학생들은 대체로 시청각 매체 참여를 반기지 않는 분위기이다. 실시간 화상 강의에서 비디오와 오디오를 모두 켜고 참가하길 원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88.3%를 차지했다. 그 이유로 학생들은(복수 응답 포함) ▲본인의 편한 차림을 공개해야 해서(57.0%) ▲감시받는 느낌이 들어서(37.3%) ▲강의 중 대체로 상호작용이 없어서(29.6%) 등을 꼽았다. 개인적인 공간에서 원격으로 강의가 이루어져 보이고 싶지 않은 사적인 모습을 노출할 수 있는 점이 주원인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교수자의 입장에서는 시청각 매체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길 원할 것이라는 점에 학생들도 어느 정도 공감하고 있다. 본인이 교수자라면 학생들이 비디오와 오디오를 모두 켜고 참여하길 원할 것이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응답한 학생은 45%로 적지 않은 수치를 기록했다. 매체를 활용한 활발한 질문과 토론 등을 강의자가 원할 것이라는 점에 동의하는 학생이 적지 않은 것이다.
늘어난 부정행위 적발… 근본적으로 탈 온라인 필요
지난 학기 온라인 매체를 이용한 성적 평가에 부정행위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그리고 실제로 부정행위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저번 학기 부정행위에 연루된 과목은 세 과목이고, 부정행위가 적발돼 처벌을 받은 학부생은 총 5명이다. 당사자는 전원 징계위원회에 회부돼 해당과목 근신부터 정학 2~6개월의 징계를 받았다. 해당 과목은 F처리됐다. 김강욱 교학처장은 “온라인 이전에 비해 부정행위 신고 건수와 징계 건수가 모두 늘어났다. 학교는 이번 부정행위를 엄중한 건으로 인식했다. 학생의 제보와 자체 파악한 증거를 바탕으로 진상조사 및 징계심의절차를 면밀히 진행했다. 많은 학생들이 걱정하시던 사건들도 철저히 조치했다”고 밝혔다.
교학처에서는 지난 학기 온라인 시험 중 부정행위 발생 가능성을 인지하고 교수에게 온라인 시험 가이드라인을 서면으로 제시했다. 그리고 학생들에게 부정행위 방지에 자율적으로 참여해달라고 수차례 당부했다. 김 처장은 “학생분들께 GIST 구성원으로서 품위와 윤리의식에 따르며 양심적으로 행동하기를 호소했다. 하지만 온라인 성적 평가 자체가 가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높아진 부정행위 가능성에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지난 학기 생화학Ⅱ 과목의 기말평가 과정에서는 시험을 같은 공간에서 치른 두 학생이 목격됐다. 이에 진상조사위원회가 열려 두 학생의 답안을 대조하고 학생 소환 조사하는 등 사건 경위를 조사했다. 위원회는 해당 학생들이 같은 공간에서 시험을 치른 것이 부정행위를 시도할 목적이 아니었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두 학생에게 부정행위 징계 대신 재시험 처분을 내렸다.
이 결정이 학생들에게 알려지자 논란이 일었다. 몇몇 학생들은 “같은 공간에서 시험을 본 행위 자체를 부정행위 시도로 판단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진상조사위원회의 결정을 비판했다. 이에 화학과에서는 자체적으로 화상 참여를 지원하는 대면 회의를 열어 해당 결정의 이유를 설명했다. 같은 공간에서 시험 보는 것 자체를 부정행위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설명도 포함됐다. 하지만 몇몇 학생은 “시험을 볼 땐 부정행위로 오해를 살 가능성을 학생 스스로 차단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학교 측에 기존 결정보다 더욱 강경한 대응을 요청하기도 했다.
부정행위 처벌과 관련해 김 처장은 “부정행위에 대해서는 과거 처벌 사례와 학생의 반성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일관적으로 처벌하고 있다. 온라인 평가 상황에서의 양심을 저버린 점에 평상시보다 강한 처벌을 내리길 바라시는 분들도 있다. 하지만 너무 가벼운 징계만큼이나 부당하게 과한 징계도 지양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국내에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상륙한 지 7개월이 지났다. 온라인 매체가 가진 교육적·사회적 한계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대면 강의로 복귀가 필수적이다. 모두가 사회적 거리두기에 동참해 하루빨리 잃어버린 강의실을 되찾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