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자문위원 칼럼] 제로 웨이스트를 향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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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소정(전컴,16)

코로나19의 확산에 따라 지난 2월부터 카페나 식당 내부에서 사용이 금지되었던 일회용품의 사용이 한시적으로 허용되었다. 식당에서는 종이컵, 일회용 수저와 비닐로 만들어진 일회용 앞치마가 사용되고 있다. 또한 비대면 방식을 권장함에 따라 배달과 포장 판매가 늘어났고, 택배량 역시 함께 증가했다. 이와 함께 배달이나 포장을 위해 사용되는 일회용 용기나 수저, 택배 박스와 포장지의 사용도 함께 증가하며 버려지는 쓰레기가 불어나기 시작했다. 광주에서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에 준하는 집합금지 행정명령이 발동된 지난 27일 이후로 대학기숙사에서 발생하는 쓰레기의 양 역시 꽤 많아졌다. 토요일임에도 이미 대학기숙사의 쓰레기장은 입구까지 발 디딜 틈 없이 쓰레기가 가득 차 있다. 기숙사 방 이동 기간인 것을 고려해도, 이전보다 기숙사에 새로 입주하는 학생 수가 한참 줄어든 것을 생각하면 정말 많은 양이다.

이전에도 감염병 유행으로 인해 일회용품, 플라스틱, 비닐 사용은 일시적으로 증가한 적이 있으나, 이번 코로나 사태는 진정되는 듯 보이다가도 여러 차례 재확산되기를 반복하며 오랜 기간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사회적 거리 두기가 종료된 이후에도 습관처럼 굳어진 일회용품의 사용을 단기간에 다시 줄이는 것은 더욱더 어려운 일이 될 것이다. 그렇기에 이런 상황에서도 많은 사람이 쓰레기 없는 삶, 제로 웨이스트를 실천하기 위해 큰 노력을 하고 있다.

온라인으로 생필품이나 식자재를 받아보면 상품을 개별로 포장하는 데부터 많은 쓰레기가 발생함을 알 수 있다. 이를 줄이기 위해 장바구니를 들고 마트에 도착해도 진열대에 놓인 상품이 개별 플라스틱 용기나 비닐에 담겨 있는 것을 보면 낭비되고 있는 포장지가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사람들의 요구에 롯데마트가 수도권을 중심으로 ‘1일 1그린 용기내 캠페인’을 시작했다. 반찬 판매대에 개인 용기를 가져가면 20% 할인해주는 캠페인으로, 올해 말까지 전 지점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한다. 카페에서 텀블러를 사용하듯 마트에서도 개인 용기를 사용하여 비닐이나 플라스틱을 줄이고자 하는 것이 목표이다. 마트가 아닌 빵집이나 반찬가게에서 음식을 사거나 식당에서 음식을 포장할 때 다회용 용기를 이용하면 음식도 새지 않게 포장할 수 있고 더불어 쓰레기도 줄일 수 있다.

꼭 이렇게 캠페인의 이름으로 진행되는 거창한 일이 아니라도 주변에서 발생하는 쓰레기를 줄일 수 있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텀블러나 손수건을 이용하여 일회용품의 소비를 줄이거나 분리수거를 철저히 하여 재활용률을 높이는 방법도 있지만, 가장 간단하게 실천할 방법은 ‘더 사지 않는 것’이다. 텀블러, 노트, 필기구, 컵, 그릇, 가방 등 사용할 수 있는 것들을 아껴 오래 사용하고, 주기적으로 입을 수 있는 옷과 입을 수 없는 옷을 분류하고, 특히 이미 있는 물건을 더 사지 않으면 자연스럽게 쓰레기는 줄어든다. 새로운 생활 습관을 실천할 때 대부분 새로운 제품을 구매하는 것으로 습관을 시작하려 하지만, 사실 제로 웨이스트의 핵심은 재사용하기, 사용 가능한 물건을 버리지 않기에 있다. 이런 생활을 반복하면 새로운 물건을 살 때도 정말 필요한지, 대체 가능한 물건은 없는지 고민하는 단계를 오래 거치게 되고 결과적으로 자원의 소비를 줄일 수 있다.

현재 삶의 방식에서 최선을 다하더라도 모든 쓰레기를 없앨 수가 없기에, 인간의 생존과 환경의 보존이 완벽한 공존을 이루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가끔은 환경을 보호하기 위해 하는 행동이 자신의 다른 신념과 대치되는 딜레마에 빠지기도 하고, 현재의 생활에서는 도저히 없앨 수 없는 쓰레기를 보며 좌절할 수도 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내가 할 수 없는 일들을 뒤돌아보며 아쉬워하기보단, 당장 할 수 있는 일들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환경을 바꾸는 거창한 일이라는 생각보다, 나의 습관을 가꾸는 과정이라고 생각하며 작은 것부터 실천해 보자. 불편해지는 것이 아니라 부지런해지고, 섬세해지고, 나 자신과 주변을 의식적으로 돌아보는 습관을 형성한다고 생각하며 바뀌어나가는 모습들로 환경과 인간이 오래 공존할 수 있기를 바란다.

황소정(전컴,16)
황소정(전컴,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