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종차별, 그리고 외국인 학부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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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부터 두 달 동안 시각장애인 학생의 영어 멘토링을 했다. 전맹이 아닌 저시력 학생이어서 수업 진행에 큰 문제는 없었지만 친구에게 상처가 되는 말을 하지 않을까 조심해야 했다. 화면을 공유하면서 “잘 보여요?” 대신 “잘 공유되고 있나요?”라고 물어봤다.

원래 타인이 기분 상하지 않게 조심하고 또 실수하면 사과하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그러나 최근 실수를 지적한 사람이 거꾸로 사과하는 일이 벌어졌다.

지난달 6일 가나 출신 방송인 샘 오취리가 흑인 분장을 한 의정부고 학생들의 졸업사진에 불쾌감을 드러냈다. 가나의 상여꾼들이 춤을 추는 영상이 유행해 이를 모방한 것인데 이를 인스타그램에 공유하며 “웃기지 않다”고 썼다.

19세기 중반 미국에서는 민스트럴쇼라는 코미디 공연이 있었다. 백인 광대가 얼굴을 검게 칠한 뒤 흑인 노예를 희화화했다. 서구에서는 얼굴을 검게 칠하는 것을 블랙페이스라고 하며 해서는 안 된다는 불문율이 있다.

그러나 한국의 많은 네티즌은 학생들의 행동에 문제가 없다는 반응을 드러냈다. 몇 년 전 호주 출신 백인 방송인 샘 해밍턴이 한 개그맨의 흑인 분장을 지적했을 때와는 사뭇 다른 반응이다.

“흑인이 검으니까 검게 칠한 것 아니냐”는 댓글이 있다. 그렇다면 동양인을 보고 눈을 찢는 것도 동양인의 눈이 작아서일까? “블랙페이스가 문제가 되는 건 외국의 문화고 국제 표준인 것처럼 따를 필요가 없다”는 주장도 있다. 그렇다면 눈을 찢는 인종차별은 우리 고유의 문화인가?

오취리가 과거 방송에서 눈을 찢으며 동양인을 비하했다는 것이 언급되기도 한다. 이는 오취리가 사과할 문제지 블랙페이스를 정당화하는 논리가 될 수 없다. 해당 상여꾼들이 직접 괜찮다고 한 것이 언급되기도 한다. 이 역시 학생들의 실수를 합리화하지 않는다.

학생들이 나쁜 의도로 블랙페이스를 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서울 사람을 깍쟁이, 시각장애인을 장님이라고 부르는 것이 잘못됐다고 배우는 것처럼 학교에서 블랙페이스에 관해 배워야 했다. GIST에 외국인 학부생이 입학했다. 다른 문화를 배워야 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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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임프로듀서] 고송주 (19, 기계공학전공)
경력:
2019년 1학기 입사
2019년 2학기 정기자
2020년 1학기 편집장
2021년 1학기~ 책임프로듀서
주요기사:
[20.03.18]“20대 청년, 총선을 말하다”
[19.12.02]“홍콩 시위와 청춘…대학생, 홍콩을 이야기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