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IST, ‘반데르발스 물질’의 대칭 조절 가능성 최초로 밝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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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IST 물리‧광과학과 이종석 교수와 서울대학교 물리천문학부 박제근 교수 연구팀이 스스로 자성을 띠면서 위상학적 특성을 갖는 반데르발스 물질인 ‘Fe3GeTe2’에서 원자의 빈자리를 이용해 물질의 대칭 조절이 가능하다는 것을 밝혀냈다.

자성 반데르발스 물질

반데르발스 물질은 분자가 이온 결합이나 공유 결합이 아닌, 정전기적 상호작용으로 발생하는 반데르발스 힘으로 결합한 고체를 말한다.

물질의 자성은 전자의 운동 방향을 의미하는 스핀에 따라 결정된다. 스핀이 모두 한 방향으로 정렬되면 철 등과 같은 강자성체가 되는데, 강자성체는 외부에서 자기장을 걸면 자화하고 자기장이 사라져도 자화가 남아 있는 물질이다. 이에 반해 스핀이 서로 반대 방향으로 정렬되면 자석에 붙지 않는 물질인 반강자성체가 된다. 하지만 자화된 철이 실온에서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자성이 사라지는 ‘자성 상전이’ 현상 등의 이유로 자성을 지닌 물질을 만드는 것은 어려웠다. 더욱이 그래핀 같은 2차원으로 자성을 띤 물질을 만드는 것은 불가능해 보였다. 최근 들어 반데르발스 자성체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이루어지면서 자성을 띠는 반데르발스 물질들이 발견됐고, 자성 반데르발스 물질은 다른 2차원 물질((수 나노미터의 원자가 한 겹으로 배열돼있는 물질이다. 대표적 2차원 물질로 그래핀이 있다. 얇고 잘 휘면서 단단한 특성을 갖고 있어 반도체는 물론 태양전지, 디스플레이 등에 적용하기 위한 연구가 이어지고 있다.))과의 조합을 통해 기존에 없던 완전히 새로운 소재로 바뀔 수 있어 그 쓰임이 무궁무진하다고 평가받고 있다.

 

대칭성

물리학에서 말하는 대칭이란, 일상적으로 통용되는 의미보다 훨씬 더 광범위하고 전문화된 용어이기 때문에 우선 그 의미부터 분명하게 짚고 넘어가고자 한다. 과연 어떤 대상에 대하여 대칭이라는 단어를 사용할 수 있는가? 어떤 그림을 놓고 대칭적이라고 하면, 대부분 가운데를 중심으로 좌우가 똑같이 그려진 그림을 떠올릴 것이다. 물론 이것도 틀린 생각은 아니지만, 물리학에서의 대칭성은 이보다 훨씬 더 넓은 의미를 담고 있다. 헤르만 바일(Hermann Weyl) 교수는 대칭을 다음과 같이 정의했다. “임의의 대상에 어떤 조작이나 변형을 가했을 때 변형 후에도 변하지 않는 성질이 있다면, 이 성질은 그 변형 과정에 대해 대칭이다.” 지금까지 알려진 바에 의하면 ▲공간의 평행이동 ▲시간의 평행이동 ▲일정한 각만큼의 회전 이동 ▲등속 직선 운동 ▲시간 반전 ▲공간 반전 ▲동일한 입자나 원자의 맞바꾸기 ▲양자적 위상▲물질-반물질, 전하 반전은 물리적 현상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

양자 역학의 세계로 접어들면 대칭성의 엄청난 위력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지금 단계에서 자세히 설명하긴 어렵지만, 물리학자들은 ”하나의 대칭성에는 하나의 보존 법칙이 대응된다.”라는 놀라운 사실을 알아냈다. 이를 바탕으로 양자 역학을 연구하는 물리학자들은 지금도 물리 법칙의 대칭성과 보존법칙 사이의 긴밀한 상호 관계에 관한 놀라운 사실들을 연일 밝혀내고 있다. 예를 들어, 공간을 평행 이동시켜도 물리 법칙이 변하지 않는다는 사실에 양자 역학의 원리를 추가하면 운동량 보존법칙이 자연스럽게 유도된다. 또한, 물리 법칙이 시간의 평행이동에 대하여 불변이라는 사실에 양자 역학의 원리를 적용하면 에너지 보존 법칙이 얻어진다. 그리고 공간을 임의의 각도만큼 회전시켜도 물리 법칙이 불변이라는 사실로부터는 각운동량 보존법칙이 유도된다.

 

약력은 반전성(parity)이 보존되지 않는다!

중력과 전자기력, 그리고 핵력에 관한 법칙들은 모두 반전 대칭(좌-우 대칭)의 원리를 만족한다.((강력에서도 어느 정도 위배된다.)) 그러나 자연에 존재하는 또 하나의 힘인 약력(베타붕괴, 또는 약한 붕괴라고도 함)은 아주 특이한 성질을 갖고 있다. 입자의 특성과 밀접하게 관련된 약력에서는 반전성이 보존되지 않는다. 이렇듯 반전 대칭성이 깨질 경우, 물질의 전자기적 그리고 광학적 특성이 외부 자극에 대해 비선형적으로 나타날 수 있다. 또한 극성이 유지되고 제어될 수 있는 강유전성이 확인되는 등 여러 가지 흥미로운 성질이 발현될 수 있다.

 

GIST, ‘반데르발스 물질의 대칭 조절 가능성 최초로 밝혀

연구팀은 강자성과 위상학적 전자상태((물질의 전자구조가 물질의 화학구조가 바뀌지 않는 한 계속 보존되는 것))를 동시에 갖는 대표적 반데르발스 자성체인 ‘Fe3GeTe2’에서 철 빈자리에 의해 반전 대칭성이 깨지는 것을 제2차 고조파 생성 기술을 사용해 검증하는 데 성공했다.

위상학적 특이점((위상물질의 전자구조에서는 물질이 가진 고유 대칭성 때문에 에너지-운동량 공간에서 전자띠가 서로 만나는 지점이 반드시 생기는데, 이 지점을 특이점이라고 한다.특이점은 외부변화에도 안정적인 특징을 갖는다.))을 보이는 동시에 강자성체이기도 한 2차원 반데르발스 물질 ‘Fe3GeTe2’는 미래 스핀트로닉스((기존의 반도체가 전자의 흐름 즉 전하만을 이용하는 반면 전자가 가진 전하와 스핀으로 인한 자성을 동시에 활용하는 기술이다.)) 소재의 후보 물질로서 활발히 연구되고 있다. 이와 함께 미래 스핀트로닉스 분야에서의 응용 가능성이 높은 큰 스핀-궤도 회전력(spin-orbit torque), 스커미온(skyrmion)의 형성 등의 특성 또한 확인됐다.

반전 대칭성이 깨지지 않으면 이러한 현상은 발현되기 힘든데 ‘Fe3GeTe2’에서는 반전 대칭성이 유지되고 있어 그 원인을 밝히는 것 역시 중요하다.

연구팀은 철 빈자리 양을 조절한 ‘Fe3GeTe2’에서 반전 대칭성 깨짐 정도에 비례하는 이차 고조파 신호가 철 빈자리 양이 증가함에 따라 크게 증가한다는 사실을 확인하였다. 이로써 철 빈자리에 의해 반전 대칭성이 깨질 수 있다는 것을 검증했다. 또한 공간군 분석을 통해 나사축 대칭성이 파괴되어 전체 구조의 반전 대칭성이 깨진다는 것을 규명했으며, 이러한 기작은 Fe3GeTe2와 유사한 층상 구조를 가지는 다양한 물질군에서 불순물을 통한 반전 대칭성 조절이 가능함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이종석 교수는 “이번 연구 성과는 원자 빈자리를 통해 물질의 반전 대칭성을 조절할 수 있다는 새로운 접근법을 제시했다.”라면서, “향후 물리학 및 스핀트로닉스 분야의 발전에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의 중견연구자사업, 나노 및 소재 기술개발사업 등의 지원을 받아 재료과학 기초 및 응용 연구 분야의 세계적인 학술지 ‘어드밴스트 머티리얼스(Advanced Materials)’에 2023년 12월 31일 온라인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