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의 봄은 5월 18일을 기억한다

0
161

 

2024년 올해로 5·18민주화운동은 44주년을 맞이했다. 5·18민주화운동은 신군부 세력을 거부하고 민주화를 요구하며 1980년 5월 18일에 일어났다. 수많은 시민이 죽은 정치적 비극이지만 지금의 대한민국 민주주의를 존재하게 한 역사이다. 한편,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는 광주시의원 8명이 ‘5·18정신 헌법전문 수록’이라는 팻말을 들고 침묵 시위했다.

 

19805, 열흘의 역사

1980년 5월 18일에 시작돼 27일에 막을 내린 5·18민주화운동은 신군부의 독재에 맞서 민주화를 요구한 정당한 시민 운동이었다. 그 과정에서 군대의 불법적인 시위 진압으로 참담한 비극이 일어났다. 5·18민주화운동 기록관은 당시 최소 163명의 민간인이 현장에서 사망했으며, 다친 이들을 포함하면 최소 3천여 명의 인명피해가 있었다고 밝혔다. 이러한 탄압에도 불구하고 항쟁했던 열흘의 역사는 당시 정권의 부당함을 부각하고 문민정부를 탄생시킨 계기이자 50년 만의 여야 정권교체를 이룩하는 결정적인 사건이 됐다.

사건 이후 5·18의 역사를 지우려는 시도는 계속됐다. 5·18 당시 정권은 광주시민을 폭도라고 보도하고 계엄군의 탄압은 정당했다고 주장했다. 그 외에도 광주의 교통을 폐쇄하는 등의 조치로 5·18의 역사를 감추려고 했다. 따라서 당시 죽고 다쳤던 피해자들에 대한 구제도 이뤄질 리 없을 것만 같았다.

그러나 2018년 ‘5·18민주화운동 진상규명 특별법’이 제정되고 다양한 진상규명 활동이 이어졌다. 또한 5월이 되면 광주 전남 지역에서는 매년 추모와 기념행사가 열린다. <지스트 신문>에서는 올해 5월, 5·18민주화운동을 기억하고 오월의 정신을 되새기기 위한 노력을 살펴보았다.

 

모두의 오월, 하나 되는 오월

제44주년 5·18민주화운동을 기념해 ‘모두의 오월, 하나 되는 오월’이라는 이름의 전야제가 열렸다. 지난 5월 17일 오전 10시 30분 국립5·18민주묘지에서는 유공자와 유가족, 시민 등이 참석해 5월 열사를 애도하는 추모제를 지냈고, 금남로 일대에서는 ‘해방광주’라는 행사를 열어 시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체험과 공연이 펼쳐졌다. 같은 날 오후 5시에는 2천여 명이 참가하는 민주평화 대행진이 있었다. 이 행진에는 ▲오월 ▲민족민주열사 ▲제주 4·3 ▲여순 ▲대구 2·28 ▲부마항쟁 ▲일제강점기 피해자 ▲세월호·이태원 참사 유가족 등 민주주의를 지켜낸 단체들과 다양한 시민들이 참여했다. 박찬대 원내대표 등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22대 총선 당선인 및 지방의원들과 행진에 함께 했고, 진보당도 대열에 합류해 금남로 거리를 걸은 것으로 알려졌다. 강기정 광주시장은 금남로 거리에 설치된 무대에 올라 “오월 정신은 불의에 맞서 저항하며 민주주의를 위해 희생한 숭고한 가치와 주먹밥과 헌혈로 대변되는 나눔과 대동정신에 있음을 확인한다”라며 ‘광주 선언 2024’를 선포했다.

 

5·18 정신, 헌법 전문에 담겠다는 약속은

지난 5월 18일 오전, 광주광역시 국립5·18민주묘지에서는 제44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이 열렸다. 윤석열 대통령은 기념식에 참석해 “5월 광주의 뜨거운 연대가 오늘 대한민국의 자유와 번영을 이룬 토대가 됐다”라고 연설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과거 대선 후보 시절 5·18정신 헌법전문 수록하겠다는 공약을 내건 적이 있었다. 당일 광주시의원 8명은 ‘5·18정신 헌법전문 수록’ 손팻말을 들고 침묵시위를 하기도 했으나 윤석열 대통령은 작년과 마찬가지로 개헌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대통령 경호처 직원들이 침묵 시위하는 시의원들을 둘러쌌지만 유공자와 유족의 만류에 행동을 제지당하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광주시는 다음날(19일) 낸 입장문에서 대통령의 5.18 기념사에 헌법전문 수록 관련 내용이 언급되지 않아 무척 아쉽다고 밝혔다. 올해는 개헌의 희망을 볼 수 있을까 기대했던 유족과 유공자들도 실망을 표했다. 출범 2년 차임에도 불구하고 공약을 지키지 않는 것에 대해 야당도 비판을 쏟아냈다.

 

5·18민주화운동에서 광주시민들은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 저항 정신과 시민 의식을 보여줬고, 이것이 지금의 대한민국을 있게 했다. 광주의 봄은 매년 5월 18일을 기억하고 희생자들을 애도한다. 또한 민주주의를 위해 힘써온 단체들과 다양한 시민들도 함께 오월 정신을 되새기고 있다.

겨우 44년밖에 지나지 않은 일임에도 오월이 가져다준 민주주의는 어느새 당연한 것이 되고 그날의 상흔은 잊히려고 한다. 이는 있을 수 없는 일이며, 우리는 100주년, 200주년이 되더라도 5월 18일을 기억해야 한다.

배연우 기자

bae-yeon-u@gm.gist.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