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IST 학사 1기 졸업생, 교단으로 돌아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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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상준 교수)
(사진=이상준 교수)

지난 7월, GIST 학부 졸업생이 처음으로 모교 교수로 부임했다. 이번에 GIST 의생명공학과로 부임한 이상준 교수를 만나 연구 계획과 교수가 되기까지의 과정, 후배들에게 조언을 물었다.

 

모교에 부임한 이상준 교수

이상준 교수는 GIST 10학번이자 1기 학사 졸업생으로, 생명과학부를 졸업한 후 Caltech(캘리포니아 공과대학교)에서 신경생물학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POSTECH에서 연구 생활을 거쳐 올해 GIST 의생명공학과 교수로 부임했다. 그는 ‘뇌-신체 상호작용’을 바탕으로 행위 중독 진단에 필요한 의료 기술을 연구한다. 주로 거식증, 탄수화물 중독 등의 섭식 장애와 마약 중독을 다룬다.

이 교수는 모교에 신임 교수로 부임한 포부로 “편안하지만, 한편으로는 책임감이 느껴진다”라고 밝혔다. 그는 “학사 과정 4년을 지낸 학교에 돌아와서 편안한 마음이 들면서도, 1기 졸업생 선배로서 좋은 본보기가 되고 싶어 책임감을 느낀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앞으로의 가장 큰 목표는 열심히, 좋은 연구를 지속하는 것이다”라고 밝히며 이를 이루기 위해 GIST에 부임했다고 말했다.

 

GIST에 받은 기회, 학생에게 베풀 것

이 교수는 부임 후의 계획으로 학부생 인턴을 적극 모집할 것을 밝혔다. 학부생 인턴 모집을 강조한 특별한 이유를 묻자, “GIST에 받은 기회를 다시 후배들에게 베풀고 싶다”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GIST에 학부생으로 재학 당시 Caltech SURF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등 많은 지원을 받았다. 학교의 지원에 대해 “현재까지도 이루어지는 해외 대학 여름학기 파견 등 다양한 기회는 학생들의 견문을 넓히고 값진 경험을 제공한다”라며 이 교수는 설명을 덧붙였다.

이 교수가 학부생 인턴 모집을 언급한 또 다른 이유로는 GIST 학생들이 매우 우수하다는 점이 있었다. “과학기술원만큼 연구 역량이 우수한 학교는 많지 않으며, GIST처럼 실제 실험실에서 실험 경험이 있는 학생은 드물다”라고 말했다. 연구실에 찾아가기를 망설이는 학생에게 그는 교수가 아닌 선배로서 학생들에게 다가가고자 하는 바람을 공유했다. “연구실에 찾아오기까지 주저함이 있을 수 있지만, 교수에게 메일을 보내거나 연구실을 찾아오는 것을 어렵게 생각하지 말아 달라”라고 부탁했다.

 

신체 상호작용을 통해 행동의 기전을 파악하는 연구

시스템 신경과학 분야에서 ‘뇌-신체 상호작용’을 연구하는 이 교수는 신경계 신호를 분석해 신체 행동을 이해한다. 섭식 장애와 마약 중독을 분석해 해당 행위 중독을 진단하고 치료하는 연구가 중점이다. 박사후연구원 당시에는 주로 약물이 신경 회로를 어떻게 변화시키는지를 중심으로 연구했지만, 현재는 조금 더 의학적인 연구를 계획 중이라고 한다. 그 예로, 쾌락적 요인에 의해 발생하는 식욕 연구를 들었다. 배고프지 않아도 무언가를 먹고 싶은 현상을 뇌과학적으로 분석하는 것이다. 또, 뇌의 변화를 측정하는 바이오 마커로 정신 질환을 진단하는 연구도 언급했다.

이 교수에게 가장 뜻깊은 연구는 2019년 국제 학술지 네이처(Nature)에 게재된 ‘Chemosensory modulation of neural circuits for sodium appetite’이다. 당시 실험실의 첫 구성원끼리 모두가 미숙한 상황에서 결과를 만들어낸 것이 값진 경험이었다고 밝혔다. 해당 논문은 그가 신경 회로에 따른 생물의 행동 변화를 처음 관측한 연구로, 소금 섭취 관련 신경 회로를 밝혀 학계의 주목을 받았다. 실험 과정에서 소금 섭취 욕구를 발생시키는 프로디노르핀을 발현하는 신경 회로를 발견하였고, 이 뉴런을 활성화해 소금이 결핍되지 않은 쥐도 소금을 먹으러 가는 것을 확인했다고 한다. 이 연구를 통해 이 교수는 소금이 체내에 흡수되기 전, 짠맛을 느끼는 것만으로도 소금 섭취 욕구가 충족됨을 밝혔다.

이 교수에게 현재 연구 분야를 결정한 계기를 묻자, “신경 회로에 따라 뚜렷한 행동 변화를 직접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을 느꼈다”라고 대답했다. “대학원에 처음 진학했을 당시에는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고 싶었지만, 여러 연구실을 경험하다 보니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그러던 중 신경 회로를 즉각 활성화할 수 있는 ‘광유전학’이라는 기술을 알게 되었고, 행동 변화를 눈으로 직접 볼 수 있다는 점이 재미있어 지금의 연구로 이어졌다”라고 이 교수는 설명했다.

그는 연구 분야를 정할 때 유행이나 추세를 따라가기보다 자신이 재미있고 원하는 것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하며, 이를 위해 연구뿐만 아니라 많은 경험을 해볼 것을 권했다. 구체적으로, 학교에서 제공하는 여러 프로그램에 참여하거나 학생 자치회 활동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경험이 큰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해당 활동에서 아이디어를 실제로 내고 실현함으로써 자신감을 가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자신의 길을 개척한 선배의 조언, “하고 싶은 것을 찾아라

이 교수는 교수가 되기까지 자신의 길을 개척해 갔다. GIST 학부 첫 입학생이라는 점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는지 물었을 때, “과학기술원이 좋은 학교임을 알고 있어서 새로운 곳에서 시작하는 것에 두려움이 없었다”라고 설명하며, “오히려 새롭게 시작할 수 있는 것이 많다는 점이 흥미로웠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이 교수는 GIST의 선거 시행 세칙을 만들고, 전공 대표 제도를 처음 도입하기도 했다. 이러한 도전 정신이 이어져 이 교수는 GIST 학부 출신 중 최초로 유학을 간 졸업생이 됐다. 이 교수는 학부 4학년 때 Caltech SURF 프로그램에 참여했는데, 이는 연구자로서 시야를 넓히는 계기가 돼 유학을 선택했다고 한다.

유학에 관해 언급하면서 이 교수는 유학이 목적이 아닌 수단이 되어야 함을 강조했다. “당시 기술 개발 연구에 유학이 좋으리라 판단해 유학을 선택했지만, 모든 사람에게 추천하지는 않는다. 유학을 목적으로 생각하기보다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라고 설명했다. 해외 대학원 진학을 결정한 학생들에게도 같은 조언을 남겼다. 하고 싶은 분야를 명확히 찾는 것이 중요하며, 계획대로 진로가 펼쳐지지 않더라도 목표를 향한 준비 과정이 미래를 위한 밑거름이 된다는 것이다. 이에 더불어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아는 준비된 사람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또 다른 기회를 만들 수 있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이 교수는 Caltech SURF의 경험을 발판 삼아 Caltech에 진학하고, 이에 그치지 않고 좋은 논문을 출판함으로써 지금의 교수까지 될 수 있었다.

대학원에서 연구하려는 분야를 끝까지 수행할 수 있을지도 고민해야 한다는 조언을 덧붙이며 진로 탐색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언급했다. 대학원에서는 평점이 높은 사람이 아닌, 그 분야에 잘 맞는 사람을 선발하기 때문이다. 또한, 좋아하는 분야를 찾아 대학원에 진학했다면 연구 주제 선정을 위해 더 세부적으로 고민해야 하므로 그 분야의 논문을 많이 읽어야 한다고 전했다. 논문을 통해 해당 분야를 전반적으로 이해하고, 최근 흐름을 파악해야 한다는 것이다. 더불어, 질문하는 능력도 중요하다고 첨언했다. 교수나 동료 대학원생 등 해당 분야에 연구를 지속한 사람이라면 자신의 연구를 알리고 싶어할 것이므로 질문이 효과적이라고 설명했다.

 

후배들에게 남기는 말

Q: 연구가 뜻대로 풀리지 않는 경우도 많은데, 이런 상황을 어떻게 극복하는지?
A: 연구가 뜻대로 풀리지 않는 것은 모든 연구자가 겪는 상황이다. 여러 가지 방법을 사용할 수 있겠지만, 결국에는 주변에서 도움을 받아야 한다. 연구가 계속 풀리지 않는 것은 너무 몰입되어있기 때문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환기가 필요하다. 주변 연구자와 아이디어를 이야기하고 공유해 봐라.

그리고, 문제를 너무 복잡하게 생각하지 말아라. 과학자는 복잡한 문제를 간단하게 푸는 사람이므로, 연구가 막막할수록 간단하고 과감하게 생각해야 한다. 또한, 과학자는 기본적으로 연구가 안 풀리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았으면 좋겠다. 처음에 연구를 시작하면 본인의 기대와 다르게 실험이 너무 안 된다는 것을 가장 먼저 느낄 것이다. 본인뿐만 아니라 사실은 모두가 비슷한 고민을

한다. 이를 감내하고 끝까지 시도하다 보면 결국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다.

Q: GIST 학부 졸업 출신 처음으로 GIST 교수로 부임하면서 GIST 학생들에게도 무한한 기회가 있음을 보인 것 같다. 이 외에도 GIST 학부 출신으로 다양한 방면에서 성공한 사례를 알고 있는지.
A: GIST 학부 출신으로 성공한 사례는 너무 많다. 국내외 게임 회사, 의사, 벤처 투자 회사, 연구자, 교수 등 다양한 분야에서 성공하고 사회에서 뻗어나가고 있다. 대학원에서도 마찬가지다. GIST 학부 역사가 짧다고 걱정하지 말고, 학부생도 GIST 교육을 믿으며 자신감을 가지고 노력하면 좋겠다. 선배들은 시작에 불과하다. 후배들이 더 뛰어나게 성장하고 더 나아지리라 확신한다. 또한, 다방면으로 뻗어나간 선배들이 많은 분야에서 후배에게 도움을 줄 수도 있으리라 생각한다.

Q: 마지막으로 학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A: 뇌-신체 상호작용 연구실에 많이 지원해 줬으면 좋겠다. GIST 1기로서 후배들과 함께하고 싶다. 후배들이 연구실에서 기량을 펼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