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 속 스콜과 유사한 소나기 빈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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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여름 광주 지역에서 일명 '스콜성 강우'가 관찰됐다

아열대 기후에 접어든 광주전남 기후

최근 들어 소나기를 피해 뛰어간 경험이 한 번쯤은 있었을 것이다. 올여름 광주에서는 폭염이 이어지는 날씨 속 짧은 시간 강한 소나기(국지성 호우)가 내렸다 그치는 현상이 유독 잦았다. 폭염에 주기적으로 내리는 강한 소나기는 열대 기후에서 보이는 ‘스콜’ 현상을 연상케 한다.

 

뜨거웠던 광프리카의 여름

올여름은 광주·전남 여름철 평균 기온과 열대야 발생 일수 역대 최고 기록을 갈아치웠다. 지난 5일 광주기상청이 발표한 ‘2024년 여름철(6~8월) 기후특성’에 따르면 광주·전남 평균기온은 26도로 평년(24.2도)보다 1.8도 높았다. 전국적으로 기상관측을 시작한 1973년 이후 역대 가장 높은 수치다. 습하고 더운 공기가 지속해 유입되면서 열대야 발생 일수도 역대 가장 많았다. 올해 열대야 일수는 29.1일로 평년(11.1일) 대비 2.6배에 달했다. 일 최고기온이 33도 이상인 폭염일수는 광주·전남에서 평년(7.3일)보다 3배 많은 24.2일로 집계됐다. 2018년(25.9일)과 1994년(24.3일)에 이어 역대 3번째다.

폭염이 밤낮 구분 없이 맹위를 떨치면서 무더위로 인한 피해도 잇따랐다. 9월 4일까지 지역에선 온열질환자가 광주 62명(사망 1명), 전남 367명(사망 3명) 등 총 424명 발생했다. 더위로 인한 가축·수산 피해도 잇따랐다. 폐사 가축은 21만 3천 마리에 달해 37억 원의 재산피해가 발생했다. 수산 분야에서는 어류 총 627만 8천 마리가 폐사했다. 9월 4일까지 추산된 피해액은 171억 원에 달한다.

 

스콜닮은 소나기 잦아져

스콜은 뜨거워진 공기가 상승하다가 대기 중 수분이 포화 상태에 이르러 순간 폭발하는 것으로 낮 동안 강한 햇볕으로 지표 수분이 증발해 오후쯤 한번에 퍼붓는 강수 현상이다. 올여름 폭염 속 갑작스럽게 내린 짧고 강한 소나기는 열대 기후에서 보이는 ‘스콜’ 현상을 연상케 한다.

기상청은 현재 국내에서 발생하는 국지성 호우를 스콜로 보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스콜은 열대 지역에서 낮 시간대 지표면의 가열로 공기가 빠르게 상승하면서 정체된 채 그 지역에서만 쏟아진다. 반면, 소나기는 비구름 크기, 바람의 방향 등 외부 비구름 유입의 영향을 받아 비가 그친 뒤에도 사라지지 않고 다른 지역으로 이동한다. 또한 스콜은 낮에만 발생하는 반면, 소나기는 새벽이나 아침에도 내릴 수 있다는 시간적 차이도 있다. 최근 들어 초단기 장맛비가 반복되는 이유는 비구름이 폭발적으로 발달하는 대기 불안정이 심해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번 여름 광주 지역에서 일명 ‘스콜성 강우’가 관찰됐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런 소나기는 스콜은 아니지만 스콜과 닮아 있다고 해서 스콜성 강우라고도 부른다. 일반적으로 건조한 공기가 원인인 소나기는 강수 이후 날씨가 선선해지는 특징이 있지만 최근 광주·전남에서는 주기적으로 소나기가 내린 후에도 급격한 온도변화는 없다. 오히려 습도만 올라가 체감온도만 치솟고 있다. 이러한 스콜성 강우는 한반도가 남부지방을 중심으로 아열대 기후에 접어들고 있다는 분석과 맞물려 있다. 트레와다의 기후 구분에 따르면 아열대 기후는 온대기후(최한월 기온 0도~18도) 중 월평균 기온이 섭씨 10도 이상인 달이 연중 8개월 이상인 기후다. 최근 10년(2014~2023년) 광주 지역에서 연중 8개월 이상 월평균 기온이 10도를 넘은 해가 10년 중 절반 이상인 7년에 달했다. 사실상 광주는 이미 아열대 기후라는 것이다.

남부지방이 이미 아열대 기후 특성을 보이면서 여름철 비 피해는 장마나 태풍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우려도 나온다. 그동안 7월 장마와 8~10월까지 각종 태풍이 접근하며 비 피해가 발생했지만 ‘스콜성 강우’가 끼면서 언제든 물폭탄을 맞을 가능성이 커졌다는 예상이다.

 

한반도가 아열대 기후로 바뀌는 건 시간 문제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 2022년 기준 아열대 기후 지역으로 분류되는 곳은 전국 45곳으로 이는 불과 1년 전인 2021년의 29곳과 비교해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는 걸 확인할 수 있다. 이르면 2050년에 고지대를 제외한 한반도 남부지방 대부분이 아열대 기후로 변할 것으로 전망했다. 21세기 후반기(2081~2100년)에는 우리나라 전역이 아열대 기후로 변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아열대 기후가 되면 1년 중 9개월 이상 기온이 영상 10도 이상으로 올라가고, 한 해 강수량이 2,000㎜ 정도로 늘어난다. 이는 우리나라 평년(1991~2020년) 연 강수량(1,306.3㎜)의 거의 2배에 가까운 수치다.

 

기후-변화로 인해 기상 패턴은 분명히 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새로운 기상 관측 시스템과 대비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으며, 전문가들은 기후 변화에 대한 선제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