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동의 미국 대선, 모든 것이 다른 두 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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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총격 사건과 바이든 대통령의 건강 이상설로 승리가 확실해 보였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율이 민주당의 후보 교체로 흔들리고 있다. 성별, 연령대, 정치적 성향까지 모두 다른 두 후보의 한반도 및 기후 위기에 대한 상반된 정책을 살펴봤다.

 

주한미군 철수? 유지?

미국 대선의 결과가 한반도에 미칠 영향에 대한 관심과 걱정이 커짐과 동시에 ‘주한미군 철수론’이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오고 있다. 지난 5월, 수미 테리 미국 외교협회 선임 연구원은 트럼프가 대선에서 승리한다고 해도 주한미군이 바로 철수하거나 감축하는 것은 아니지만, 지금까지 트럼프의 주한미군에 대한 태도를 생각해 보면 현 규모를 유지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주한미군 유지 조건으로 방위비 분담금 인상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그는 지난 4월 ‘한국에서 군대를 철수할 것이냐?’는 질문에 “나는 한국이 우리를 제대로 대우하길 바란다”면서 위태로운 위치에 미군들이 있다고 말했다. 이 발언은 자신이 재집권에 성공했을 때 한미 간 주한미군 주둔 비용 분담 협상 등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주한미군 감축 또는 철수로 압박할 수 있음을 암시한다고 해석된다. 실제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임 동안 “부자인 한국이 방위비 분담금을 너무 적게 낸다”며 그 비용을 5배로 인상할 것을 주장했고 그렇게 하지 않으면 주한미군을 철수할 수 있다고 으름장을 내놓았다.

카멀라 해리스는, 기존 바이든 행정부의 정책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으므로 2023년 주한미군 유지 정책을 따를 것으로 보인다. 지난 8월 18일 미국 민주당이 발표한 새 정강 정책에는 주한미군 철수 등 공화당 대선 후보인 트럼프 전 대통령의 한반도 정책 비판과 한미 동맹을 강조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해리스, 바이든 대북 정책 계승… 트럼프는 3차 회담 진행

트럼프는 유세 현장에서 북한을 자주 언급했다. 재임 당시 자신이 북미회담을 두 차례 개최하며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한 덕분에 미국에 북한발 위협이 없었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지난 8월 12일 SNS 플랫폼 ‘X’에서 일론 머스크와 담론을 나눌 때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little rocket man’이라고 칭하며 친분을 과시했다. 임성남 전 외교부 차관은 BBC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가 재임 당시 회담을 성사한 업적이 있으니, 추가 회담을 통해 그 업적을 발전시키고 싶어 할 것”이라며 3차 북미정상회담이 열릴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또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두 번의 북미정상회담에서 재미를 봤기 때문에 3차 회담을 통해 성과를 내려 한다는 분석도 있다.

미국 민주당은 전당대회를 앞두고 발표한 새 정강 정책에서 한반도 관련 내용을 14차례 언급했다. 정강 정책은 “트럼프가 김정은에게 아첨하는 러브레터를 주고받으며 세계 무대에서 미국을 당황스럽게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또한 “트럼프가 주한미군 철수로 동맹국인 한국을 위협했다”며 트럼프 대통령 재임 시절 한반도 정책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어서 “북한의 도발에 맞서 한국 편에 서 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며 동맹국을 지키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미국 민주당은 이번 정강 정책에서 2020년에 기술했던 ‘한반도 비핵화라는 장기적 목표’를 빼고 북한에 대응하는 동맹국과의 공조 노력 등만 기술했다. 위와 같은 지적에 “한반도 비핵화라는 목표에는 변함이 없다”고 단언했다. “한반도 비핵화는 조 바이든 행정부의 목표로 남아 있으며, 카멀라 해리스 행정부에서도 그럴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현지 언론에서는 새 정책내용의 변화가 대화를 통한 비핵화라는 목표가 현실적으로 이뤄지기 힘들다는 인식을 반영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극과 극의 에너지-기후 정책

‘drill baby drill’, 트럼프 전 대통령의 2기 에너지 정책의 핵심이다. 석유 시추 가능 지역의 규모를 늘려 화석연료 개발을 확대하고 이를 통해 유가를 낮춰 인플레이션도 잡겠다는 내용이다. 더불어 풍력발전 보조금을 중단하고 화석연료 생산업자에게 매기던 세금을 인하하겠다고 주장했다. 트럼프의 러닝메이트인 J.D 밴스 공화당 상원의원이 화석 연료 산업의 적극적인 지지자라는 것은 트럼프의 기후 위기 해결에 회의적인 태도를 다시 한번 보여준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집권 당시 탈퇴한 ‘파리 기후 협정’을 바이든 정권에서 다시 가입했지만 11월 재집권에 성공하면 파리협정을 재탈퇴할 계획임을 밝혔다. 바이든 정권이 도입한 자동차 배기가스 규제와 전기차 보조금도 없애겠다고 말했다. 또한 파리 기후 협정뿐만 아니라 바이든 행정부의 핵심 경제 정책이었던 IRA(Inflation Reduction Act)*를 ‘new green scam’으로 부르며 폐지 의지를 보였다.

게다가 미래의 기후, 에너지 문제보다 핵보유국 간의 갈등이나 북한, 이란 등의 핵무기 개발 문제의 해결이 더욱 시급하다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발언이 논란이다. 지난 8월 12일에 이뤄진 일론 머스크와의 대담에서도 머스크는 기후 위기를 인정하는 방향으로 대화를 유도했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은 “화석연료 사용을 억제할 시급성이 별로 없다”고 말하며 기후 위기를 사실상 부정하는 주장을 다시 강조했다. 오히려 가장 큰 위협은 ‘핵 온난화’라고 말했다.

해리스의 기후 변화 대응 계획은 현재 바이든 대통령의 계획보다 규모가 크다고 평가받는다. 해리스는 2005년 검사 시절부터 ‘환경 정의’ 부서를 만들었을 만큼 환경 관련 활동에 관심을 계속 가져왔다. 2019년 민주당 경선 후보였을 때도 탄소중립을 위한 온실가스 배출량 감소 지원금, 프래킹 공법* 금지 등 다양한 환경 정책을 내세웠다. 또한 해리스의 러닝메이트인 팀 월즈 미네소타 주지사는 두 번의 주지사 임기 동안 미국에서 기후변화 대응을 가장 강력하게 지지하는 사람 중 하나로 꼽히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해리스의 기후 정책은 다른 정책들과 마찬가지로 뚜렷한 기후, 에너지 정책을 마련하지 않아 기존 바이든 행정부의 정책을 따를 것으로 보인다. 특히, IRA 정책을 고수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해리스 부통령은 IRA 입안 당시 찬반이 50:50인 상황에서 상원 의장으로서 법안을 통과시킨 바 있다. 하지만 그녀의 현재 태도는 과거에 비해 애매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현지 언론은 “해리스 캠프가 경합주인 펜실베니아가 미국에서 두 번째로 큰 천연가스 생산지인 점을 의식해 프래킹 공법* 금지를 지지하지 않는다고 전했다”며 해리스의 모호한 태도를 지적했다. 이런 문제에도 불구하고 기후 위기 대응 계획에 대한 두 후보의 극단적인 의견 차가 있기에 해당 정책이 대선의 결과를 결정지을 수 있는 안건으로 주목받는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후보 수락 연설과 7개의 경합주에서 무패를 기록한 해리스의 지지율이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9월 10일 두 후보의 첫 TV 대선 토론이 진행됐다. BBC는 이번 토론에 대해서 트럼프가 해리스에 비해 긍정적인 기분을 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경제, 현 행정부의 아프가니스탄 문제 대처, 불법 이민 등 해리스에게 실제 유권자들이 의문을 품는 약점들이 있었지만, 트럼프는 이를 잘 활용하지 못했고 스스로를 방어하고 옹호하는 데 몰두했다고 평가했다. 반면 해리스는 자신의 강점인 낙태 이슈에서 공세를 이어갔으며, 뉴욕 타임스에 따르면 해리스의 토론 공격 시간이 트럼프보다 5분가량 길었다. 보통은 현직에 있는 사람이 공격을 많이 받는 것이 보편적인데 이번 토론에서는 이례적인 결과가 나왔다. 토론 직후 진행된 CNN 여론조사 결과, 해리스가 트럼프보다 TV토론을 더 잘했다고 생각한 비율이 그렇지 않은 것보다 26% 더 높았다.

토론 후 진행된 여론조사에 따르면, 해리스와 트럼프의 지지율 격차는 점점 커져가고 있지만 해리스에게 낙관적이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경합주에서 해리스가 여전히 오차 범위 박스에 갇혀 있다고 평가했다. 또한, 미국 대선의 승패는 지지율이 높아도 ‘매직 넘버’로 불리는 선거인단 270명을 확보해야 당선을 확신할 수 있다. 8월 11일 기준 538명의 선거인단 중 해리스 캠프는 208명을, 트럼프 캠프는 219명을 확보했다. 2016년 대선 당시 트럼프보다 더 많은 표를 받았던 힐러리 클린턴 후보가 선거인단 확보 수에서 패해 당선되지 못한 것을 고려하면 남은 111명의 선거인단을 누가 먼저 확보하느냐가 대선의 승패를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 IRA : 인플레이션 감축법으로 7730억 달러 규모의 예산을 기후변화 대응, 보건 복지 개선, 기업 과세 개편 등에 투입하여 재정적자 해소 및 친환경 경제로의 전환을 통해 인플레이션 감축 효과를 목적으로 한다.

* 프래킹 공법 : ‘수압파쇄법’이라고도 불리며 지하에 매장된 석유, 가스를 추출하는 방법이다. 추출 과정에서 지하수 오염 및 지진의 우려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