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내 거버넌스 참여·노동권·인권 법제화해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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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공계 문제 논의 위해 9개 대학·대학원 총학생회 · 4개 정당이 한자리에

 

이번 20대 총선에서 여야 3당은 모두 비례대표 1번 후보로 과학기술인을 내세웠다. 알파고·중력파 쇼크로 과학기술정책의 중요성이 부각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작 과학기술을 직접 연구하는 이공계 학생들의 삶은 조명 받지 못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지난 4월 2일(토) 카이스트에서는 ‘이공계 대학생과 함께하는 20대 총선 정책토론회’가 열렸다. 이공계 학생들이 힘을 모아 개최된 이 행사에는 카이스트, 고려대 등 전국 9개 대학·대학원 총학생회와 4개 정당소속 정치인들이 참여했다. <관련기사 : 이공계 정책, 정당들의 생각은>

“학내참정권·노동권·인권 법제화해달라”

왼쪽부터 조명희(새누리당·비례19번), 문미옥(더민주당·비례7번), 신용현(국민의당·비례1번), 이성우(정의당·유성구을 국회의원 후보). 모두 과학기술계 출신 정당인으로 토론회의 패널로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는 ▲학생들의 학내 거버넌스 참여 필요성 ▲대학원생의 노동권 ▲이공계학생의 인권 및 정보권이 논의 됐다. 1부에서는 학생 대표가 발제한 내용에 대한 각 정당의 입장을 들었고, 2부에서는 각 정당의 이공계 공약 발표 후 정책에 관한 질의응답 및 자유토론이 진행됐다. 팟캐스트 <과학기술정책 읽어주는 남자들>을 진행하는 박대인, 정한별씨가 사회를 맡았다. 토론회 현장은 유튜브를 통해 생중계 됐으며 자리에는 50여 명이 참석했다.

카이스트, 포스텍, 유니스트 3개 과기원의 학생회가 행사에 참여한 가운데 지스트대학 총학생회는 참석하지 않았다. 지스트대학 총학생회는 지난달 24일 열린 전체학생대표자회의에서 ▲토론회가 특정 정치적 성향을 띄고 ▲사전 안내가 부족하며 ▲토론 주제가 우리 대학 현황과 맞지 않는다는 이유에서 만장일치로 참가하지 않기로 했다.

  학내 거버넌스에 학생도 참여하게 해야

1부에서 첫 번째로 발언한 카이스트 학부 박항 부총학생회장은 ‘과학기술원법은 과연 학생을 위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고등교육법의 재정위원회, 사립학교법의 대학평의원회는 학생 참여를 법적으로 보장하고 있지만, 특수법으로 운영되는 과학기술원의 경우 학생의 학내 참여를 위한 법적 근거가 마련돼 있지 않다. 과학기술원 중 유니스트의 경우 자체적으로 대학평의원회를 신설했으나, 이는 학내에서 결정된 사항으로 법적 근거는 없는 셈이다.

그는 “사학비리, 독단적 학사개편, 학내자치 탄압 등 학생이 배제된 학사운영의 폐해가 지속적으로 일어나고 있다”며 “이공계 학생들도 대학생이다. 과학기술원법 개정 등을 통해 학내 거버넌스에 학생참여를 실질적으로 보장하도록 법제화하는 등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학생들을 사회의 부속품 혹은 수동적 객체가 아닌, 참여의 주체, 공동체의 일원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점도 덧붙였다.

 

  졸업만이 살길? 연구실은 인권 사각지대

“자판기는 돈을 넣으면 음료수라도 토해내는데 넌 먹기만 하고 왜 뱉질 않냐”

카이스트 인권센터에 근무하는 대학원생 김찬훈 씨는 위와 같은 폭언을 들은 대학원생이 있다며 폭언, 폭행, 임금 및 연구실적 가로채기, 개인적인 심부름시키기 등 인권침해 사례가 많음을 지적했다.

대통령 직속 청년위원회와 14개 대학교의 대학원 총학생회가 2014년 실시한 ‘대학원생 연구환경에 대한 실태조사’에 따르면, 조사대상 대학원생 2,354명 중 자연계열 대학원생의 37%, 공학계열 대학원생의 32%가 교수로부터 신체적, 언어적, 성적 폭력을 많이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49.1% 학생들은 주 평균 6회 이상 출근하고 있었으며, 하루 10시간 이상 연구실에서 연구, 실험, 업무를 하는 대학원생의 비율은 57.3%로 절반이 넘었다.

그는 “연구지도를 받기보다 교수의 사적 심부름에 투입되는 경우는 다반사이고, 학생이 연구한 것을 교수의 이름으로 논문에 게재하거나 장학금이나 임금을 가로채는 경우도 있다”며 “그럼에도 교수가 졸업 뒤에도 대학원생의 진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큰 존재이기에 대학원생의 65.3%는 그냥 참고 넘어가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그는 인권의 사각지대에 놓인 대학원생들을 위해 모든 대학에 인권센터 설치를 의무화하고, 이 인권센터에 권한을 부여하는 법안이 마련되어야 할 것을 촉구했다. 그는 “원활한 연구를 진행할 수 있도록 부당한 대우를 받지 않고 기본적인 인권을 보장해야 한다”며 발언을 마쳤다.

이외에도 카이스트 대학원 조승희 학생회장은 연구도 노동임을 지적했다. 그녀는 “대학원생도 직장인과 다를 것이 없는 업무들을 수행하지만, 대학원생들에게는 노동자로서 당연히 받아야 할 권리들을 보장받고 있지 못하다”고 발언했다.

포스텍 김상수 총학생회장은 이공계 대학생이 연구실을 선택하는데 정보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는 대학 내 각 연구실의 연구 방향, 경제적 보상 등은 필수적으로 공지돼야 하며, 부가적으로 휴가 일수나 출퇴근 시간 등을 공개하게 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학생들의 발제에 대하여 각 정당 후보들은 당을 대표하여 발언했다. ▲새누리당 조명희 후보는 학내 거버넌스에 학생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하고 소통을 위한 시스템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더민주당 미옥 후보는 국회에서 계류된 법안을 계승·발전시키고 대학원생에 4대보험 적용, 대학원 취업률 공시제도 등의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국민의당 신용현 후보는 안전 문제를 해결하고 인권센터를 각 대학의 상위에 설치하겠다고 발언했다. ▲정의당 이성우 후보는 법에 따른 해결도 좋지만 학생들의 연대를 통한 정치적 역량 확보가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고 말했다.

<관련기사 : 이공계 정책, 정당들의 생각은>

백승혁 기자 bsh3681024@gist.ac.kr

서승우 기자 chrd5273@gist.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