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스트에 자리 잡은 다섯 개의 돌 – 1기 입학생에서 1기 졸업생으로
[기사입력=2015.05.21 18:47]
“대학을 졸업하고 나서는 뭐하지…?” 많은 학우들이 한 번쯤은 이런 생각을 해보았을 겁니다. “그냥 대학원 가서 석박사 하면 되겠지…” 정형화된 진로방향에 휩쓸려가는 느낌이 들지는 않으신가요? 그렇지만 진로에 관한 정보를 얻기란 쉽지만은 않습니다. 이번 <지스트 사람들>은 졸업생들이 선택한 다양한 진로들에 대해 알아보고, 학우 여러분들의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 기획되었습니다.
<지스트 사람들> 두 번째 주인공은 10학번 오왕석 학우입니다. 현재 지스트 신소재공학부 Soft Nanomaterals and Energy 연구실에서 석∙박사 통합과정을 밟고 있는 오왕석 학우를 만나 그가 겪었던 지스트에서 4년에 대해 들어보았습니다. 먼저 졸업한 선배의 경험이 우리들의 대학생활에 참고서가 될 수 있지 않을까요?
<연구실에서 오왕석 학우 /사진제공 = 김기용 miraculum7@gist.ac.kr>
대구 토박이가 광주로 오기까지
Q. 태어나서 대구에서 스무 살까지 살았던 대구 토박이다. 어떻게 광주에 있는 대학의 첫 입학생이 될 수 있었나?
A. 재수를 시작할 때 쯤 우연히 집에 굴러다니던 과학동아를 본적이 있다. 그 과학동아 광고에 지스트대학이 소개 되어있었는데, 과학뿐만 아니라 인문까지 폭넓게 가르치겠다는 교육철학을 보고 참 괜찮다고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그 뿐이었고 재수하는 내내 기억에서 사라져 있었다.
그러다 수능 뒤에 원서를 다 쓰고 나서 쉬고 있는 어떤 날이었는데, 아버지께서 지스트라는 대학이 있다고 군외모집이니까 갑자기 써보자고 하셨다. 원래 그런 쪽에 관심 있는 분이 아니신데 어떻게 참 신기하게 그런 정보를 알아오셨다. 마침 원서접수 마지막 날이라 급하게 다른 대학 지원할 때 썼던 자기소개서를 고쳐서 원서접수를 마쳤다.
원서접수를 마치고 지스트대학에 대해 알아보니 처음 가졌던 인상처럼 좋은 대학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원래 과학자가 꿈이긴 했지만 인문학에도 관심이 많았고, 서울의 종합대가 얼마나 좋은 교육환경이 갖추고 있는지 의구심을 가지고 있었다. 지스트대학은 그런 나에게 맞는 교육 환경을 제공해 줄 수 있을 것 같았다.
눈으로 직접 확인해보기 위해 합격발표 전에 아버지와 함께 광주를 방문했었다. 전라도지역 자체가 처음이었는데 막상 와보니 캠퍼스가 외국 분위기도 나면서 멋있고 마음에 들었다. 나중에 합격한 이후 합격자 초청행사에서는 교직원 분들과 교수님들의 열정을 느낄 수 있었고 지스트대학에 진학해야겠다고 마음먹게 되었다.
위업달성! 숨마쿰라우데 졸업
Q. 1기 졸업식에 갔다가 숨마쿰라우데(졸업 GPA 4.3 이상)로 졸업하는 걸 보고 깜짝 놀랐다. 본 기자의 두뇌로는 어떻게 그런 일이 가능한 것인지 상상조차 가지 않는데 어떻게 된 일인가?(호들갑)
A.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처음부터 조기졸업이나 숨마쿰라우데를 노린 것은 아니다. (웃음) 사실 1학년 1학기 때는 ‘생존’을 목표로 공부했다. 아무래도 주위 친구들은 상당수가 과고 출신이고, 나는 재수한 일반고 출신 이었다. 절박한 마음으로 공부했다. 학기가 끝나고 결과를 보니 안심이 되면서, 열심히 하면 되는 구나를 느꼈다.
이후로도 위기는 많았다. 하지만 점차 대학교에서 시간관리 하는 법을 터득하면서 잘 극복할 수 있었던 것 같다. 1학년 때는 모르지만 나중에는 이정도 숙제량이면 어느 정도 시간 투자를 해야 하는지 알게 되지 않나? 2학년 때 총학생회 부회장으로 활동하면서 유기화학 같은 시간투자가 많이 필요한 과목을 공부하면서 힘들었지만 시간관리를 잘 했기 때문에 계속해서 성적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 같다.
3학년이 되어서는 서지원 교수님 연구실에 있었는데 막연했던 공부가 실제 연구현장에서 어떻게 쓰이는지 알게 되면서 학교에서 배우는 교과목들에 대해 더욱 더 흥미를 가지게 되었고 전공에 진입해서도 계속 공부를 열심히 하게 되는 원동력이 되었던 것 같다.
물론 모든 과목이 재밌었던 것은 아니고 하기 싫은 과목도 있었지만 성격자체가 하기 싫다고 미뤄두기보단 하기 싫다는 생각이 강해지기 전에 빨리 행동을 시작해버리는 성격인 것도 어느정도 도움이 되었다. 1학년 2학기 때 송계휴교수님의 고급물리과목을 들을 때가 특히 그랬던 것 같다. 또 운이 좋게도 수강신청을 실패한 적이 없어 항상 듣고 싶었던 과목을 들었던 것도 도움이 되었던 것 같다.
1기 졸업생이 되기까지
Q. 요즘 대학생들 중에 4년 만에 졸업하는 경우는 흔치 않다. 많은 학생들이 다양한 이유로 휴학을 선택한다. 어떻게 1기 졸업생이 되었는가?
A. 3학년을 마치고 휴학을 하느냐 마느냐를 진지하게 고민했다. 휴학을 하고 뭔가 장기적인 활동들을 꾸준히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다. 꾸준한 봉사활동이나 해외경험등을 통해 새로운 것을 배울 수 있겠다고 생각을 했다. 그 때까지 공부를 쉰 적 없이 많이 하긴 했는데 막상 돌이켜 보면 가물가물했기 때문에 학업을 쉬면서 지금까지 배운 것들을 돌아보는 기회를 가지고 싶었다.
그런데 4학년 1학기를 SAP를 통해 UC Berkeley에서 보내게 되면서 뭔가 기분 전환하는 계기가 되었다. 미국에서의 학업량이 엄청났지만, 새로운 환경에 있다는 것이 새로운 원동력을 제공해 주었다. 특히 SAP 기간 중에 미국대학의 봄방학 기간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이 때 미국을 여유롭게 둘러볼 수 있었다. 이런 경험이 나에게는 힐링의 시간이었고 계속해서 쉬지 않고 공부를 할 수 있게 해주었다. 그러다보니 1기 졸업생이라는 타이틀도 얻게 되었다.
만약에 이 때 미국을 가지 않았다면 휴학을 했을 것 같다. 휴학을 했다면 뭔가 또 다른 경험을 할 수 있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그 때 휴학을 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 후회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의 상황도 굉장히 만족하고 있다. 그 당시 뭔가에 떠밀려서 선택한 길이 아니라 내 스스로 선택했던 길이기 때문이다. 만약에 휴학을 생각하는 후배들이 있다면 뚜렷한 목표의식 없이 학업을 도피하는 형식의 휴학이 아니라 새로움을 찾아나서는 휴학을 권하고 싶다.
Q. 1기 입학생이자 1기 졸업생이라는 타이틀에 느끼는 감정이 있다면?
A. 1기 졸업생이라는 건 나름 의미 있는 일이긴 했지만 특별한 감정은 들지 않는 것 같다. 하지만 ‘1기 입학생’이라는 타이틀에는 책임감이나 부담감을 느낀다. 지스트대학이 처음으로 하는 여러 활동들을 많이 했기 때문에 나를 포함한 1기생들의 노력으로 지스트 전체가 잘됐으면 하는 생각을 많이 했다. 이러한 감정들이 대학생활에 어려움을 느낄 때 이겨낼 수 있는 원동력으로 작용하기도 했다. 이제는 대학을 졸업했지만 1기생으로서 느끼는 이런 감정들은 앞으로도 내 인생에 큰 영향을 미칠거라 생각한다.
Q. 학교의 초창기에 들어왔기 때문에 겪었던 에피소드 같은 것들이 있다면?
A. 여러 가지가 생각이 난다. 일단 1기생들은 1학년을 대학원기숙사 8동에서 보냈는데 침대가 이층침대였다. 또 제 2 학생회관이 없었던 시절이라, 모두 제 1학생회관에서 밥을 먹었는데 1층 식당이 리모델링을 할 때가 있었다. 그래서 1학생회관 옆에 대형컨테이너를 설치하고 거기서 밥을 먹었다. 조금 처량한 느낌도 들었었다. 요즘 입학한 후배들은 아마 상상하기 어려울 것 같다.
1 기들끼리 처음 기획했던 축제도 생각이 난다. 100명밖에 없는 1기생들끼리 엄청난 축제를 할 수도 없고…… 우리끼리 음식 만들어서 팔고 먹고 동아리들 공연 구경하는 작은 축제였다. 작은 축제였지만 1기생들끼리 직접 기획하고 준비했던 게 의미가 있었던 것 같다.
Q, 대학 4년 생활동안 기억에 남는 좋았던 일이나 아쉬운 일이 있다면?
A. 2학년 때 학술 동아리 홀릭스에서 갔던 술 없는 엠티가 기억이 난다. 밤새 마피아도 하고 족구도 하고 소소한 게임도 했는데 술 안마시고도 엠티가 이렇게 재밌을 수 있다는 걸 느꼈던 시간이다. 버클리에 여름학기를 갔을 때 학장님이 오셔서 피자도 사주시고 동기들과 다같이 메모리얼 가든 잔디밭에 앉아서 이야기 나눴던 것도 생각이 난다. 학장님과 학생들끼리 굉장히 편하게 이야기 했었던 것 같다.
아쉬운 일은 아무래도 2학년 때 학생회 활동이다. 하우스 제도를 처음으로 추진하는 과정에서 생긴 어려움이나 매년 반복되는 이슈들을 해결하지 못한 것에 책임감을 느꼈다. 그래도 열정을 가진 후배들이 있으니까 앞으로 시간이 지나면서 좋은 방향으로 발전할 거라는 믿음이 있다. 후배들과도 좀 더 친하게 지냈었더라면 하는 아쉬움도 있다. 누구나 마찬가지이겠지만 대학원생이 되고 보니 대학생 때 좀 더 여행을 많이 다니지 않은 것도 아쉽다. 여러분은 지금부터라도 여름 방학 여행 계획을 세우시라!
이제는 지스트대학원생으로
Q. 대학원을 선택할 때 해외유학이나 타 대학원진학 그리고 자대진학 정도로 경우의 수를 나룰 수 있을 것 같은데, 자대진학을 선택했던 과정은?
A. 해외유학은 아무래도 병역문제 때문에 부담이 있었다. 물론 조금 무리를 하면 유학을 마치고 병역을 해결하는 방법도 있지만 나에게 해외유학이 그만큼 매력적으로 느껴지지는 않았다. 대학원 연구실을 선택할 때, 연구주제가 무엇인지? 교수님은 어떤 분이신지? 경제적인 지원은 어떤지? 등을 주제로 다양한 경우의 수를 고민했었다. 자대 대학원은 아무래도 이런 정보를 얻는데 있어서 편리했다. 이런 정보들이 직접 경험해보기 전에는 알기 어려운데 인턴과 G-SURF를 통해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지금 나의 지도교수님은 면담을 했을 때, 나와 잘 맞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연구주제도 내가 원하던 것이었고 그래서 석∙박사 통합과정으로 진학하게 되었다.
우리학교에는 대학원 진학을 생각하는 학생들이 많다. 그런데 그렇다보니 학생들이 너무 당연하게 대학원진학을 생각하는 경향도 있다. 자칫 잘못하면 진로에 대한 고민 없이 물 흐르듯 진로를 결정하게 될 수 도 있다. 후배들에게 이런 것은 조심하라고 말하고 싶다. 어떤 대학원의 어떤 연구실에 갈지 미리미리 고민하고 정보를 찾아봐야 한다. 컨택하지 않고 대학원에 진학하면 자신이 원하던 것과 다른 주제를 연구하게 될 수 도 있다. 대학원 진학을 위해서 발품을 많이 파는 것을 권유하고 싶다.
Q. 대학원생활을 시작한지 1년이 조금 넘었다. 어떻게 지내고 있는가?
A. 아직은 모르는 것들이 너무 많다(웃음). 만약 석사과정으로 진학했다면 석사논문 준비로 바빴겠지만 석∙박 통합으로 진학했기 때문에 길게 보고 배우는 과정이라고 생각하면서 지내고 있다. 박사토픽에 대해 생각하면 막막한 것은 사실이다. 그래도 책만 찾아보는 것보다 직접 실험해볼 수 있어서 좋고, 내 스스로 주도적으로 연구할 수 있다는 것이 학부 때와는 다른 점인 것 같다. 실험을 하면서 모르는 것이 많다는 것을 더욱 느끼고 있고, 앞으로 계속 공부를 하면 더 재미있는 일을 해볼 수 있다는 기대감도 있다.
Q. 앞으로 계획이나 꿈이 있다면?
A. 과학/공학을 주제로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는 직업을 갖고 싶다. 교수는 연구도 하면서 학생들과 서로 배우면서 지낼 수 있다는 것이 굉장히 매력적이라고 생각한다. 연구적인 측면에서는 새로운 과학적 현상을 밝히는 것도 흥미롭지 만 궁극적으로 인류에 도움이 되는 과학 기술을 개발하고 싶다. 그래서인지 최근에 적정 기술에 관심이 가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과학 교육, 대학 교육이 지향하는 바에 대해서 좀 더 공부를 해보고 싶다.
4년의 경험이 말하는 성공적인 대학생활을 위한 조언
Q. 현재 대학을 다니며 고군분투하는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A. 뭐든지 많이 해보라는 말을, ‘행동’하라는 말을 해주고 싶다. 사실 지금까지 내가 시도했던 것들이 아주 많은 것도 아니고 멋있어 보이는 일들은 별로 없다. 그래도 내 마음이 가는 일들을 이것저것 해봤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신생대학이라 해볼 수 있는 것도 많고 해야 하는 것도 많다. 어떤 문제가 발생했을 때 그 문제가 시간이 지나면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결국은 누군가의 행동에 의해서 해결된다. 우리 후배들 사이에서 으쌰으쌰 해서 ‘한번 해보자’ 하는 분위기가 형성되면 좋겠다. 공부도 그렇고 학생자치활동도 그렇고 어떤 것이든지 좋다. 그리고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친구를 위해 서로 격려를 해주었으면 한다.
지스트대학 학생으로서 우리가 가고 있는 길은 어디로 가는 길인지, 어디로 갈 수 있는 길인지 정해진 게 없다. 졸업생들도 후배들보다 한 발짝 조금 더 앞서서 그 길을 가고 있을 뿐이다. 하지만 누군가 하지 않았던 새로운 것을 시도해보는 것은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 길을 가는 데에 지스트 학생 모두가 서로에게 힘이 되었으면 좋겠다.
오왕석 학우는 혹시나 궁금한 게 있거나 이야기 나누고 싶은 게 있다면 언제든지 연락해 달라며 메일 주소를 남겼습니다. 편한 마음으로 연락해보세요~ wangsuk30000@gist.ac.kr
최철민 기자 ferror@gist.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