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홀 그림자 관측, 천문학 새로운 지평 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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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HT(Event Horizon Telescope)로 관측한 블랙홀의 실제 구조
EHT(Event Horizon Telescope)로 관측한 블랙홀의 실제 구조
EHT(Event Horizon Telescope)로 관측한 블랙홀의 실제 구조

지난 4월 10일 EHT(Event Horizon Telescope) 연구진은 사상 최초로 블랙홀의 그림자 관측 사진을 발표했다. 빛조차 빨아들여 지금껏 볼 수 없었던 블랙홀의 실제 관측에 성공한 것이다. 상대성이론을 바탕으로 예측했던 블랙홀의 구조를 실제로 확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론적인 블랙홀 구조:
강착원반, 에너지 제트,
중력렌즈, 도플러 효과

블랙홀은 매우 높은 밀도와 강력한 중력을 가져 빛조차도 탈출할 수 없는 시공간 영역을 뜻한다. 일반상대성이론을 통해 블랙홀 존재 가능성은 충분히 예측됐다. 하지만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의 특성상 블랙홀을 직접 관측하기는 어렵다. 관측에 필수적인 빛조차 블랙홀이 빨아들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는 과학자들이 블랙홀을 직접 관측하지 못했지만, 다른 물질이 블랙홀에 빨려 들어가면서 발생하는 에너지를 분석해 블랙홀의 구조를 예측했다.

허블 우주 망원경으로 관측한 M87 블랙홀이다. 블랙홀의 오른쪽으로 방출된 에너지 제트가 관측된다.
허블 우주 망원경으로 관측한 M87 블랙홀이다. 블랙홀의 오른쪽으로 방출된 에너지 제트가 관측된다.

현대 천문학과 상대성이론을 통해 예상한 블랙홀의 특징에는 강착원반과 에너지 제트(energy jet)가 있다. 강착원반은 블랙홀 주위의 물질이 블랙홀 중력에 의해 중심부로 빨려 들어가며 형성되는 원반 형태의 구조다. 블랙홀의 강한 중력에 의해 강착원반은 매우 빠르게 회전하는데, 이때 높은 마찰열과 함께 강력한 열복사가 나타난다. 이러한 복사 에너지는 블랙홀 중심축의 양극 방향으로 뿜어져 나온다. 이를 에너지 제트라고 부른다.

과학자들은 중력 렌즈와 도플러 효과 등 다양한 물리적 현상을 분석하며 실제로 대칭적인 블랙홀이 비대칭적으로 보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중력 렌즈 효과로 인해 원래 보이지 않는 뒤쪽의 강착원반이 앞쪽의 강착원반과 함께 나타나기 때문이다. 또한 도플러 효과로 인해 블랙홀 회전축에 수직인 양극단의 밝기는 다르게 관찰된다. 관측자 방향으로 가까워지는 회전일수록 더 밝게 보이므로 블랙홀의 한쪽이 상대적으로 밝게 관측되는 것이다.

기존의 간접적 블랙홀 분석 방법:
중력파, 항성 고유 운동,
강착원반 복사선 분석

과학자들이 블랙홀의 위치를 특정할 수 있는 간접적인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먼저 중력파의 검출을 통해 블랙홀이 존재함을 확인할 수 있다. LIGO 연구팀은 검출된 중력파를 분석했다. 이는 태양 질량의 30배에 달하는 두 천체가 약 350킬로미터의 거리에서 충돌하면서 발생했을 것이라고 분석됐다. LIGO 연구팀은 이러한 질량을 가진 천체가 충돌할 정도로 가깝게 붙어있기 위해선 두 천체가 블랙홀이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다음으로 블랙홀이 존재할 것으로 추측되는 위치의 항성들을 분석하면 블랙홀의 존재와 특성을 예측할 수 있다. 현대 천문학 이론에 따르면 대부분의 거대 은하 중심부에는 블랙홀이 존재해야 한다. 그래서 과학자들은 우리 은하의 중심부인 궁수자리에 블랙홀이 있을 것으로 예상해왔다. 그러나 블랙홀을 직접 관찰하기는 어려워 주변 항성들의 고유운동을 분석함으로써 그 특징을 파악할 수 있었다. 그 결과 우리 은하 중심부에는 태양의 430만 배 질량을 가진 거대 블랙홀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아냈다.

또한 강착원반에서 발생하는 복사선은 블랙홀의 강력한 증거다. 블랙홀 주변의 물질은 블랙홀의 강한 중력 때문에 블랙홀 중심부로 떨어지게 된다. 이때 각운동량 보존으로 인해 블랙홀 중심부로 갈수록 물질의 속력은 더 빨라진다. 그래서 중심부에 가까운 물질은 더 큰 마찰력을 받게 되고, X선을 방출할 정도로 뜨거워지게 된다. 여기서 방출된 X선을 관측함으로써 간접적으로 블랙홀의 존재를 예상할 수 있다.

EHT 연구팀 블랙홀 그림자 관측 성공
전파의 간섭 원리 이용해

EHT 연구팀은 전파 망원경을 연결해 관측하는 방식으로 블랙홀을 직접 확인했다. 기존의 천문 망원경으로는 거대한 블랙홀이라 할지라도 명확한 사진을 얻기 어려웠다. 연구팀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전파의 간섭 원리를 응용했다. 먼저, 서로 떨어져 있는 전파 망원경으로 블랙홀을 관측했다. 이때 발생하는 시간 차이를 이용해 블랙홀에서 방출된 빛을 분석했다. 이를 통해 지구 크기의 가상 망원경과 같은 효과를 낼 수 있었다. 비유하자면 파리의 에펠탑에서 뉴욕의 사과를 명확하게 구별할 정도다.

찬드라 X선 망원경으로 관측한 M87 은하이다. 하얀 사각형 부분은 중심부의 블랙홀을 나타낸다.
찬드라 X선 망원경으로 관측한 M87 은하이다. 하얀 사각형 부분은 중심부의 블랙홀을 나타낸다.

EHT 연구팀은 지구로부터 5,500만 광년 떨어져 있는 M87 블랙홀에 주목했다. 거리가 멀수록 빛과 물질 간의 상호작용이 많아짐에 따라 더 큰 잡음이 검출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M87 블랙홀에 관심을 가진 이유는 그 질량이 태양의 65억 배에 달하기 때문이다. 블랙홀의 질량이 클수록 강한 빛이 방출돼 천체의 정보를 얻기 쉽다. 그래서 연구팀은 적절한 크기를 가진 M87 블랙홀을 선택했다. 현대의 간섭 분석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잡음을 효과적으로 줄일 수 있게 된 것도 이 선택에 영향을 줬다.

이론적 모델과 실제 구조 비교
EHT로 관측한 블랙홀의 모습은 이론적으로만 예측해왔던 모델과 상당히 유사했다. 일반적인 블랙홀 모델에서 예상한 강착원반과 에너지 제트, 도플러 효과가 실제로 관측됐다. 또한 이전의 연구를 통해 에너지 제트가 우리의 시선 방향에서 오른쪽으로 약 17도 정도 기울고, 도플러 효과에 의해 더 멀리 떨어진 제트일수록 밝게 관측되는 것이 예측됐다. EHT 연구팀은 위의 가설을 입증해냈다. 특히 제트는 강착원반의 회전 축 방향으로 방출되므로 원반이 오른쪽으로 기울어져 있는데, 이를 실제로 확인했다.

중요한 점은 블랙홀 관측 사진에서 원반 아랫부분이 윗부분보다 비교적 밝게 보인다는 점이다. 이는 블랙홀이 매우 빠르게 회전하며 나타나는 도플러 효과 때문이다. 관측자를 향해 다가오는 모서리는 관측자로부터 멀어지는 모서리보다 밝게 관찰된다. 이를 통해 블랙홀의 아랫부분이 지구 방향으로 다가옴을 알 수 있다. 즉, 블랙홀이 시계 방향으로 회전한다는 의미다.

또한 블랙홀의 그림자가 약 천억 킬로미터로 약 4백억 킬로미터의 사건의 지평선보다 2.5배 크다는 것을 확인했다. 이렇게 거대한 그림자의 크기는 연구팀이 계산한 블랙홀 모델과 상당 부분 일치한다.

EHT를 통해 관측한 M87 블랙홀에서 강착원반과 에너지 제트가 존재한다는 점은 큰 의의가 있다. 실제 구조가 이론적 모형과 대부분 일치한다는 사실만으로도 중요한 성과를 거두었다고 할 수 있다. 100여 년 전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이 결국은 옳았음을 증명하는 강력한 증거이기도 하다. 블랙홀을 단순히 관측하는 것을 넘어 특징을 분석하는 것은 은하와 은하군의 성장, 더 나아가 우주의 진화를 이해하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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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임기자] 강대연 (19, 물리전공)
경력:
2019년 1학기 입사
2019년 2학기~ 정기자
2020년 1학기~ 책임기자
주요기사:
[20.03.18]“GIST 종합청렴도 5등급… 여전히 제자리걸음”
[19.11.08]“융합 강의, GIST 융합 교육의 새로운 화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