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백기를 거쳐 GIST에 새로운 총장이 온 지도 한 달이 지났다. <지스트신문>은 임기철 신임 총장을 만나 현재 GIST가 당면한 과제와 미래 성장동력에 대해 질문했다. 임 신임 총장은 산학 협력, 기업가 정신을 강조하며 미래 30년 혁신 전략을 설명했다.
총장으로 선임된 소회와 포부가 궁금하다.
지난 10년은 내부 교수가 총장을 역임했는데, ‘일부에서는 제가 외부에서 왔다고 해서 학교 사정을 잘 모르는데 과연 경영을 원만하게 할 수 있을까’하고 우려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렇지만 저는 과학기술 정책 분야에 공학도로서는 국내 최초로 뛰어들었다. 이후에 경제학도 공부하며 정책, 전략 분야에 거의 30년 동안 몸담았다. 요즘 대학에서 ‘핫 이슈’ 내지는 인기 있는 분야가 되는 기술경영 분야에서 교수로서 4년 이상 재직했기 때문에 우리 GIST의 미흡했던 부분과 취약했던 부분을 보완하면서 충분히 과거의 영광을 되돌릴 수 있는 소임을 충분히 해내리라고 생각한다.
화려한 약력이 눈에 띄는데, 어쩌다 경제학 석사를 따게 됐나?
말씀드렸듯이 공학 박사로서는 대한민국 최초로 과학기술 정책에 뛰어들었다. 공공재인 국가연구개발 사업비를 연구비에 투입하면 민간에서 혁신이 일어나게 된다. 연구비 투입 과정을 어떻게 관리하고 생산성과 효율성을 높일 것인가를 연구하려면 경제학, 특히 공공경제학 개념이 필요하다. 경제학 개념이 반영된 정책을 만들고 연구계와 산업계로 확산시키는 전략은 경제학의 영역이기 때문에, 과학기술을 연구한 다음 경제학까지 공부하게 됐다.
전문 분야인 기술 정책 분야에 어떤 철학을 가지고 있는가?
과학기술 정책은 공공재와 같은 성격을 띤다. 우리는 과학기술 연구를 통해 지식을 끊임없이 창출하는데, 그 지식이 과연 경제적 성과로 얼마나 연결될지 깊이 생각해 봐야 한다. GIST에서도 학생과 졸업생 여러분이 창업하고 있는데, 실제로 창업 이후 성공에 이르는 기업은 10%에서 20% 정도에 불과하다. 따라서 제한된 연구비를 어떻게 생산적으로 사용할지 살피는 전략이 필요하다.
전략에는 반드시 시장 조사와 평가가 우선돼야 한다. 미래에 어떤 문제가 닥칠 것이고 해당 문제가 시장에는 어떤 영향을 가져올 것인지, 과학기술이 이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를 먼저 연구해야 한다. 그런 뒤에 연구비를 어떤 분야에 어떻게 배분할 것인지 결정하면 그 이후 현장에서 연구가 시작된다. ‘연구 성과가 시장에서 어떤 형식, 형태로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을까?’ 이것이 사업을 하는 데에 핵심이고, 그렇기에 우리 학생들도 위 과정을 기업가 정신과 연계해서 공부해야 한다.
기술 혁신의 전체 과정, 미래 예측도 연구를 많이 했다. 난제, 문제를 해결하려면 어떤 연구를 해야 하는지에 대한 미래 예측, 연구비 자원의 배분 과정, 성과를 평가하는 메커니즘 등을 실제로 연구해 본 경험이 있다. 이를 토대로 우리 GIST에서 교육·연구 과정을 거쳐서 실제 창업에 이르는 길을 단단히 마련하고, 실질적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경영할 생각이다.
GIST가 당면한 문제가 무엇이라 보는가?
2010년대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GIST가 세계적인 연구 역량을 가지고 있고, 국내에서는 KAIST와 우열을 가리기 힘들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지난 10년을 거쳐오는 동안 우리의 역량이 퇴보하거나 내지는 답보 상태에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그 원인은 학교 내부의 불미스러운 일과 직원들의 실망감 등이며, 이는 곧 연구에서의 동기부여와 학교의 미래를 기획하고 함께하는 데 있어서 걸림돌이 됐다.
임기 내 목표가 궁금하다.
조직 내 불협화음을 안정시키고, 화합이 무엇보다 중요하지 않은가 생각해서 3대 경영 전략 중 하나로 ‘하모니 업’을 제시했다. 화합이 먼저 이루어져야 한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는 동력이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3대 경영 전략 중 ‘포텐셜 업’과 ‘벨류 업’은 현 조직 체계를 가치 창출형으로 혁신하고, 지식 창출 메커니즘의 잠재력을 키우자는 얘기다. 연구 성과를 구슬이라고 생각하면 실로 잘 꿰어서 하나의 목걸이를 만들 때 더욱 의미 있는 성과를 내고, 시장에서 선택될 수 있다. 결국 시장에서 거래될 수 있는 지식을 창출해서 우리 GIST 가족 모두가 높이 평가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서 학교 발전에 기여하고 싶다. 4년 후에는 100위권 내로 분명히 끌어올릴수 있다.
시장에서 원하는 창업 등으로 우리연구 성과의 가치를 높이려면 무엇보다 발전기금이 필요하다. 그래서 발전기금을 혁신기금으로 활용해서 새로운 산업까지 일으킬 포부를 가지고 있는데, 발전기금을 현재 90억 원 수준에서 임기 내에 200억 원 규모로 확대하려고 한다.
좀 더 포부를 밝힌다면 국내 또는 해외에 GIST 분원을 설립하는 것이다. 우리 GIST 식구들이 해외로도 나가서 연구하고, 개도국들에 우리의 연구 경험, 경제적으로 발전한 성취 성공 경험을 확산하는 계기도 만들고자 한다. 특히 아프리카 지역은 앞으로 미래 세대들이 활동해야 할 무대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아프리카 쪽에 우리 ODA 자금으로 해외에 지원하는데, GIST가 그 연구비나 자금을 가지고 아프리카 지역에 진출할 수 있도록 제가 기초를 다져놓겠다.
총장 첫 행보로 산학협력협의체를 개최했는데, 어떤 목적을 가지고 있나?
우리가 창출한 지식 가치를 실제 시장에서 거래할 수 있는 비즈니스 가치로 환원 전환을 한다고 하면 결국 산업체, 기업을 통해서 이루어지게 된다. 특히 지역 내 기업과의 협업이 매우 중요하다. 이를테면 외부 기업과 우리 연구팀, 1대 1 결속체를 통해서 우리의 지식을 이전하는 게 필수적이다. 그런 의미에서 요즘도 산업계 인사들을 계속 만나고 있다.
광주·전남 지역에서 광기술, 광산업을 처음 시작했고, 그 성과가 많이 축적돼 있다고 본다. 취임사에서도 말씀드린 것처럼 연구 장비, 의료 장비 산업을 광주·전남 지역에서 꽃피우려고 한다. 사업 추진단이 학교 내에 구성될 것이고, 부총장이 직접 추진단장을 직접 맡을 예정이다. 그렇게 해서 지역의 부품 소재와 장비, 이른바 소·부·장 업체들과의 네트워크를 통해 연구 의료 장비 산업을 기획 추진해서 일자리 창출도 해내리라 본다. 그런 일환으로 산학협력에 계속 중점을 두어 경영할 생각이다.
GIST 구성원 간 갈등 관리 방안이 궁금하다.
화합, 말로는 참 쉽다. 실질적으로 어떻게 하느냐가 중요하다. 이번에 팀장급 인사를 하면서 각 팀장에게 우리 학교의 문제점과 ‘나를 미래에 어떻게 맞춰 갈 것인가?’라는 설문을 한 적이 있다. 팀장마다 15분간 자기 진단과 우리 학교를 진단하며 문제점도 찾고 어떻게 문제를 풀어나갈지 이야기를 나눴다. 이른바 쿼터 인터뷰다. 이런 과정을 거쳐 팀장을 임명했고, 일반 직원들에게도 GIST에 대한 SWOT 분석, 강점과 약점, 그리고 기회는 무엇이고 위기는 무엇인가. 이런 분석과 자기 진단을 요청했다.
문제가 많다, 화합이 안 된다, 우리 미래가 불투명하다, 이렇게 막연하게 말할 것이 아니라 스스로 우리 조직과 자신을 진단해보고 어떤 전략을 통해서 무엇을 개선해 나아갈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구성원이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찾고, 가장 적합한 곳에 인재를 등용하면 훨씬 화합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된다. 좋은 분위기로 생기는 에너지를 향후 우리의 미래 발전의 동력으로 활용한다면 분명히 우리의 불안과 내부의 문제점들, 불미스러운 일이 줄어들고 각자 맡은 바에 충실하게 될 것이다.
우리 본관에 걸려있는 ‘GIST-Up&Together GO’ 플래카드는 함께 GIST의 품격을 높이자는 다짐이고, 이는 GIST 가족 전체가 함께 해야하는 일이다. 이는 일종의 혁신이라고 볼 수 있는데, 혁신이란 우리만의 새로운 길을 만들고 나아가는 것이다. GIST도 새로이 진취하자는 것이 제 소신이고, 그렇게 경영할 생각이다.
GIST의 연구 역량과 연구 강점 분야가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우리 연구 역량이 너무 과소평가 돼 있다고 본다. 평가자에게 우리가 가지고 있는 역량을 제대로 보여주어야 할 텐데 그러지 못했다. 평가에 임하는 우리의 전략적 실수가 있었지 않았나 생각한다. 따라서 우리가 만든 구슬을 잘 꿰어낸다면 QS 세계대학평가 200위 권으로는 분명히 올라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총장실에 미래전략실을 만들어 기관평가부터 시작해서 대외적인 명성 이런 부분도 충분히 관리할 것이다.
저는 무엇보다 GIST가 아시아의 AI 중추 기관으로 자리매김해야 하고, 그럴 수 있다고 믿는다. AI, 반도체, 광학 기술 분야, 그리고 소재. 생명과학 분야에서도 우리가 이미 연구 역량을 많이 축적했다. 우리 학교에 의사 출신 과학자와 함께 의과학 분야도 적극적으로 확충하면, 광주·전남 지역의 연구 의료 장비 산업을 일으키는데 중요한 동력원이 되리라 본다. AI, 반도체, 의·생명 분야는 우리가 앞으로도 지속해서 추진해야 할 강점 분야라고 생각한다.
공공기관 지정 해제로 이전보다 인재 유치가 자유로워졌다. 해외 스타 석학 유치 계획이 있는지 궁금하다.
GIST의 발전을 위해서는 인력 충원이 필수적이다. 현재 GIST 교수진은 200여 명 남짓이다. 총 교수 규모가 250명 정도는 돼야 중추 연구기관으로 기능할 수 있다고 본다. 가능하다면 석학 50명 정도를 더 모시고 싶다. 취임사에서 약속하기는 어려웠다. 교수 충원이라는 연구비뿐만 아니라 정부 정책 지원도 필요하다.
쉽지는 않지만, 정부로부터 새로운 사업 연구 분야를 제시하고 설득해서 재원을 마련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200억 원 발전기금을 혁신기금으로 만들겠다고 말한 바 있다. 발전기금이 마련된다면 기금 교수로서 10분 정도는 초빙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나아가 세계적인 분야에서 석학 초빙과 우리 GIST에서 스타 과학자 배출을 위해서도 기금을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이 부분은 자신 있게 말씀드리기 쉽지 않은데, 열심히 노력하고 있으니 기대하는 수준으로 생각했으면 좋겠다.
GIST 학부 총학생회에 기대하는 역할이 궁금하다.
20세기 후반, 과거의 총학생회는 주로 정치적인 성향 또는 이념을 갖고 활동을 많이 했다. 하지만 우리가 지향하는 21세기의 미래세대는 정치적 성향을 떠나서 ‘어떻게 하면 우리 학교를 발전시킬 수 있을까?’ 그리고 ‘내가 이 지역과 국가 발전에 어떻게 이바지할 것인가?’라는 원대한 목표를 가지고 활동해 주면 좋겠다.
학창 시절에 했던 총학생회 활동이 두고두고 의미 있는 경험이었다고 자긍심을 가질 수 있도록 운영됐으면 좋겠다. 학교도 총학생회를 이끄는 학생 간부에게 장학금 등 인센티브를 더 확대해서 상응하는 지원을 아끼지 않으려고 한다. 구체적인 지원 방식은 교수진과 상의하겠다.
지난번에 총학생회장단과 간담회를 했다. 총장실은 늘 열려 있다. 함께 논의할 수 있도록 열린 경영을 해나가겠다.
GIST 학생들에 한마디 부탁드린다.
청년기는 위대한 꿈을 실현할 수 있는 첫출발이다. 학생 여러분이 우리 학교에서 짧으면 4년, 길면 거의 10년 가까이 지내게 될 텐데, ‘청년기에 진정으로 의미 있었다’, ‘나의 인생에 있어서 방향타가 되었다’같은 생각이 들게끔 학교생활을 즐겨달라. 학교 차원에서도 학생 농구단 창립이나 4대 과기원과 문화축전 교류 등을 적극 추진해 학생이 즐거운 학교 분위기를 마련할 것이다.
공부, 연구 활동이 경쟁으로만 이루어져서도 절대 안 된다. 학업 한 가지에만 너무 매달리지 말고, 주위 친구들과의 네트워킹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을 갖고 학창 시절을 아름답게 꾸며 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