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하면 어때라는 마음으로 도전해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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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혜린 학생이 논문이 학술지에 게재된 소감을 말하고 있다.
조혜린 학생이 논문이 학술지에 게재된 소감을 말하고 있다.
조혜린 학생이 논문이 학술지에 게재된 소감을 말하고 있다.

지난 10월 11일, 조혜린(물리,15) 학생이 참여한 논문이 학술지 Science에 게재됐다. 조혜린 학생은 호주 CRAFT팀에서 FRB 신호를 통해 은하의 헤일로를 분석하는 연구를 진행했다. <지스트신문>은 조혜린 학생을 만나 논문이 게재된 소감을 들었다.

간단하게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저는 마지막 학기를 앞둔 15학번 물리전공 조혜린입니다.

논문이 Science에 게재된 소감은?
5월에 처음 논문을 냈던 것 같은데 그후 4개월이라는 긴 시간 동안 계속해서 수정을 거치고 저널에 보내기를 반복했어요. 마음을 내려놓고 언젠간 되겠지 하고 있다가 갑자기 논문이 게재됐다는 소식을 들었어요. 기쁘기도 했고 놀랍기도 했지만 얼떨결에 된 거라 실감이 잘 안 났어요.

학술지에 게재된 논문 소개 부탁드려요
Science에 게재된 논문은 50억 광년 떨어진 은하에서 온 ‘Fast Radio Burst’, 즉 ‘FRB’라는 신호를 이용해 은하의 헤일로를 분석한 논문이에요. 헤일로는 암흑물질과 기체로 구성된 미지의 공간으로 별의 생성 등 다양한 물리현상이 발생하는 공간이에요. 하지만 빛의 복사가 미미해 지금까지 관측이 잘 이뤄지지 않았어요. 그러다 이번에 검출된 FRB가 지구까지 오는 도중에 40억 광년 떨어진 다른 은하의 헤일로를 통과해 영향을 받은 거죠.

호주의 CRAFT(Commensal Real-time ASKAP Fast Transients)팀은 FRB의 물리량 변화를 분석해 헤일로의 특성을 연구했어요. 전자밀도, 자기장, 격동성을 측정을 했는데 세 값이 모두 기존 연구와 반대되도록 작은 결과가 나와서 Science에 올라간 것 같아요. 은하의 헤일로에 대한 선행 연구는 지금까지 많이 진행되지 않아 연구에 제약이 많았어요. 게다가 헤일로를 탐사하는데 FRB를 이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고 앞으로도 이를 이용한 연구가 활발해질 수 있다고 생각해요.

이번 연구는 FRB를 이용해 헤일로를 분석한 거잖아요. 그래서 저는 12개의 안테나에서 검출되는 신호를 통합해 미세한 신호도 측정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제작했어요. 시간 해상도라고 신호의 순간적 변화를 얼마나 잘 검출하는 지 나타내는 값이 있어요. 시간 해상도가 높을수록 빨리 사라지는 신호도 잘 검출할 수 있죠. 특히 이번에 검출된 FRB는 지금까지 것들보다 더 짧은 시간 동안 일어났기 때문에 시간 해상도가 굉장히 높아야 했어요. 제가 3나노초(ns)까지 분석할 수 있도록 시간 해상도를 높이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한 것이 도움이 된 것 같아요.

CRAFT팀 연구에 참여한 계기는?

Caltech SAP 프로그램이 가장 큰 영향을 준 것 같아요. 그때 만난 교수님께서 CRAFT팀을 소개해 주셨거든요. 그 교수님께서 Caltech SURF에서 제 연구 지도교수를 맡아주셨고 추천서도 써 주시며 CRAFT팀에 들어가는 데 많은 도움을 주셨어요.

연구에 참여한 계기는 두 가지가 있어요. 첫 번째는 새로운 분야에 대한 호기심이에요. 대학원에 가기 전에 ‘이론천체물리학뿐만 아니라 관측천체물리학도 한 번 해봐야 하지 않나’라고 생각했어요. 관측천체물리학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기도 하고 FRB라는 새로운 분야를 연구해보고 싶었어요.

두 번째는 연구 경험을 쌓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예요. 유학을 가고자 했는데 연구 경험이 부족한 저는 매력적인 지원자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또 해외 대학원에 입학하더라도 제대로 분야 선택도 못 하고, 연구를 많이 경험해 본 다른 외국인 학생들한테 뒤처질 것 같았어요. 일단 연구 경험을 쌓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해서 휴학 후 CRAFT팀에 합류하게 됐어요.

해외 연구실 분위기는 어땠나요?
호주나 미국에서는 교수님 오피스와 학생 오피스가 번갈아가며 있었고 항상 오피스 문이 열려 있었어요. 궁금한 점이 생기면 약속을 잡을 필요도 없이 자유롭게 찾아가서 교수님께 도움을 받을 수 있었어요. 그래서 더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다들 일과 삶의 균형을 잘 지키는 것 같았어요. 호주에서는 10시에 출근하고 5시만 되면 다들 퇴근했어요. 제가 남아있으니까 오히려 더 놀라더라고요. 게다가 시간을 유동적으로 사용할 수 있었어요. 부모님이 놀러 오셨다 하면 하루 빠져도 되고 교수님도 흔쾌히 허락하시는 편이에요. 저도 호주에 있을 때 하루는 오피스에서 일하기가 너무 싫어서 근처 카페에 가서 일하고 싶다고 교수님께 말씀드린 적이 있었어요. 교수님도 좋은 생각이라고 가서 일하다가 궁금한 점이 있으면 언제든지 찾아오라고 말씀해주셨어요. 이렇게 자유로운 연구실 분위기가 좋았어요.

해외에서 연구하면서 힘들었던 점은?
처음 갔을 때 미팅이 많은 연구실 분위기에 적응하기가 어려웠어요. 어떤 날은 학생들끼리 모여 자신의 연구 결과를 발표하고, 또 어떤 날은 교수님들과 함께 미팅하거나 다른 분야의 팀과 미팅하기도 했어요. 나중에는 오히려 좋아한 점이었지만 처음엔 너무 많은 사람을 만나고 문화적으로도 달라서 적응하기 힘들었어요.

호주의 퍼스와 멜버른에서 두 번의 인턴을 했어요. 멜버른에서 제 지도교수님이 관련 분야의 대가셨는데 바쁘셔서 제게 신경을 많이 못 써주셨어요. 그래서 제 연구를 진행하는 데 어려움이 많았어요. 그래도 주변 사람들에게 물어보면서 극복해 나갔던 것 같아요. 또한 제 연구의 중요성을 잘 모르겠다며 다른 연구도 같이 진행하라고 하셔서 많이 좌절했어요. 하지만 좋아하는 분야의 연구에 더 관심을 기울이다 보니 결과도 잘 나왔고 교수님도 인정해주셔서 잘 극복했어요.

많이 힘들었던 게 FRB 관련 분야에 대해 아는 게 없으니까 누구와 대화하든 간에 80%는 못 알아듣는 거예요. 연구하다가 정말 진행이 안 될 때도 있고 계속해서 침체기에 빠질 때도 있었어요. 그때 굉장히 많이 좌절했는데 그럴수록 더 절박하게 했던 것 같아요. 집에 돌아가서도 자기 전까지 계속 논문을 읽었거든요. 그런다고 해서 성공한다는 보장은 없는데 열심히 노력하다 보면 어쩌다가 한 번 성공할 때가 있어요. 그때의 성취감이 연구의 원동력이 돼 힘을 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후배들에게 조언 한마디 부탁드려요
Caltech에서도 그렇고 GIST에서도 그렇고 뛰어난 학생들을 많이 만났어요. Caltech 학생들 못지않게 GIST 학생들도 아주 출중한 것 같은데 전반적으로 자신감이 많이 부족한 것 같아요. 연구가 잘 안 되더라도 자신감을 가졌으면 좋겠어요. 저도 처음에는 반드시 성공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고 연구가 잘 안 돼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어요. 하지만 교수님들께서 연구 결과에 스트레스 받지 말라며 응원과 격려를 많이 해주셨어요. 후배들도 좀 더 자신 있게 ‘실패하면 어떡하지’라고 생각하기보단 ‘실패하면 어때’라는 마음을 갖고 일단 해보면 좋겠어요.

해외 경험이든 인턴이든 연구든 다양한 활동을 해봤으면 좋겠어요. 특히 Caltech SAP를 추천해주고 싶어요. 저도 원래는 소심한 성격이었는데 Caltech SAP 활동을 시작으로 해외 경험의 기회로 이어지면서 많이 적극적으로 변한 것 같아요. Caltech과 교환 학생 프로그램을 하는 학교가 아주 적어요. 아시아에서는 GIST 하나거든요. 이런 기회가 흔치 않기 때문에 SAP에 갈 수 있는 성적이라면 한 번쯤 도전해보는 것을 추천해요.

앞으로의 계획이 있다면?
단기적으로는 GIST를 졸업하고 해외 유학 준비를 하는 것이에요. 장기적으로는 좋은 교수 밑에서 좋은 동료들과 연구하고 싶어요. 좋은 동료들과 연구하면 동기부여도 많이 되고 도움이 많이 되는 것 같아요. 그런 환경에서 연구하는 게 꿈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