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택환 서울대 석좌교수(기초과학연구원 나노입자연구단장)가 노벨 화학상 수상 후보에 오르면서 한국 과학계의 높은 관심을 받았다. 클래리베이트 애널릭티스가 2020 화학 분야의 ‘우수 연구자’로 현택환 교수를 지정해 노벨상 수상자로 거론됐다. 노벨 화학상 수상에는 실패했지만, 훌륭한 성과임은 틀림없다. 이에 <지스트신문>에서 해당 연구에 관하여 간단히 다루고자 한다.
얻기 어려웠던 나노입자
해당 논문은 나노입자 분야에 큰 공로를 세웠다. 그중 나노입자의 합성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균일한 나노입자는 흥미로운 전기적, 광학적, 자기적 및 화학적 특징을 나타낸다. 균일한 나노입자 합성 방법은 기술적·과학적 중요성 때문에 많이 연구됐다. 자성을 가진 균일한 산화물 나노입자는 자성 유체, 냉동시스템, 의료 영상, 약물 표적화 및 촉매 작용에도 사용될 수 있다. 메모리의 개발과 관련하여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기도 한다.
하지만 균일한 산화물 나노입자의 효율적인 합성 방법에 관한 연구는 승온법(Heating-up process)과 관련한 논문이 나올 당시에 활발하게 이뤄지지 않았다. 당시에 많은 연구는 산화물 나노입자를 얻기 위해 당시 표준 방식이었던 고온주입법(Hot injection method)를 사용했다.
1993년 미국화학회지(JACS)에 발표된 고온 주입법은 균일한 입자를 얻기 위한 이론적 배경인 LaMer diagram을 따르는 과정이다. 고온 주입법은 뜨거운 베이스에 순간적으로 재료를 주사하는 방식이다. 구체적으로는 뜨거운 계면활성제를 포함하는 용액에 순간적으로 전구체를 넣어서 단분자 상태의 단량체가 과포화를 이루어 핵 형성(short burst of nucleation)을 유도한다. 이후 다시 온도를 낮추면서 계면 활성체가 핵에 붙음과 떨어짐을 반복하여 나노입자의 크기를 제어한다.
하지만 고온 주입법은 외부 요인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그리고 합성에 사용되는 재료도 주변 환경에 영향을 많이 받는 화합물이기 때문에 합성이 어려웠다. 또한, 고온에서 핵 형성이 매우 빠르게 일어나 전구체를 주사하는 도중에 핵이 형성돼 전구체를 농도 편차 없이 주입하기 힘들었다. 이에 따라 온도 변화는 나노입자의 균일한 성장을 방해해 합성을 어렵게 했다. 결과적으로 고온 주입법을 통해 균일한 나노입자를 얻기 위해서 크기 분류 과정이 필수적이었고 mg 단위의 균일한 나노입자밖에 생산해내지 못했다.
크기 분류 없이 얻은 균일한 나노입자
2001년 10월 발표한 현택환 교수 연구진의 논문에서는 나노입자의 크기 조절을 극복한 승온법에 관한 내용이 담겼다.
승온법은 기존의 고온 주입법과 같이 LaMer diagram을 따르지만 낮은 온도에서 전구체를 섞은 후 높은 온도로 점차 가열하는 저해된 핵 형성 과정(retarded nucleation)이라는 새로운 방법론으로 균일한 입자를 생성했다.
LaMer diagram은 입자 형성에 필요한 단량체의 농도가 높아져 과포화 용액을 형성하는 단계, 과포화 용액 상에서 순간적인 핵 형성 단계 그리고 입자가 커지는 성장 단계로 나뉜다. 승온법의 경우도 해당 단계를 따른다. 해당 연구에서 연구진은 철 전구체(Fe(CO)5)를 계면활성제(oleic acid)가 포함된 용액에 주입하여 철-계면활성제 착화합물(iron oleate)을 만들어냈다. 이후 철-계면활성제 착화합물을 나노입자를 형성하기 위한 단일 전구체로 사용해 저해된 핵 형성 과정을 거쳐 과포화 상태에 도달한다. 이후 고온의 열분해 과정을 거쳐 균일한 철 나노입자를 얻고 산화제를 통해 균일한 산화철 나노입자를 합성한다.
승온법을 이용하여 산화물 나노입자를 합성하면 추가적인 나노입자 선택 과정 없이 내부 변수를 바꿔 입자의 크기를 쉽게 변형할 수 있었다. 나노입자를 형성하는 온도나 입자 크기를 크게 하는 온도 등에 따라 4~16mm 중에서 원하는 크기의 나노입자를 구현할 수 있었다.
기존의 방법과 비교하기 위해 연구에서 연구진은 두 가지 방법으로 실험했다. 산화제가 포함된 상태로 철 전구체를 주입하는 고온 주입법과 비슷한 방식과 철 나노입자를 만든 뒤 산화제를 사용하는 승온법의 two-step 방식을 사용했다. 첫 번째 방식은 전구체가 주입됨과 동시에 산화제에 의한 분해가 일어났다. 이에 산화로 인한 발열과 산화철 핵이 생성되었고 고온에서 철 전구체가 완전히 열 분해되며 균일한 산화철 나노입자를 형성할 수 있었다. 두 번째 방식은 철 나노입자를 합성하고 산화를 시켜 산화철 나노입자를 형성했다. 두 번째 방식 또한 균일한 산화철 나노입자를 형성할 수 있었다.
두 가지 방식 모두 균일한 철 나노입자를 형성할 수 있었지만, 승온법이 형성되는 나노입자의 크기 제어가 쉬웠다. 또한, 대량으로 철 나노입자를 만들고 산화제를 이용하여 균일한 산화철 나노입자를 만들 수 있었다. 따라서 그램 단위의 나노입자를 생산 가능했고 대량생산의 가능성을 발견했다.
대량으로 균일한 나노입자를 얻어내다
승온법이 개발된 이후에도 발표된 연구들에서 고온 주입법을 사용 시 1g 이하의 나노입자만 얻을 수 있었다.
기존의 고온 주입법을 이용한 방법은 주입 시에 부분적으로 핵이 형성되기 때문에 핵을 형성하는 단계와 나노입자 성장 단계를 분리하기 어려웠다. 두 단계가 명확하게 구분되지 않으면 이미 형성된 핵과 새롭게 형성된 핵이 함께 존재하면서 균일한 나노입자를 합성하지 못한다. 이와 같은 문제는 합성하는 나노입자가 많아질수록 심해져 고온주입법은 나노입자 대량합성에 사용하기 어려웠다. 그러나 나노입자의 상업적 이용을 위해서 대량합성은 필수적인 과제였다.
이에 연구진은 승온법을 이용하여 균일한 나노입자를 대량합성하는 기술을 2004년 발표했다. 승온법은 기존의 고온 주입법과 다르게 저해된 핵 형성 과정을 진행해 과포화된 용액을 형성했다. 따라서 대량합성 시 기존 방식보다 핵 형성 단계와 나노입자 크기를 성장시키는 단계를 효과적으로 분리할 수 있었다. 승온법은 핵의 형성이 부분적으로 일어나지 않아 합성하는 나노입자의 양에 큰 영향을 받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기존 연구에서 사용했던 철 전구체를 통해 철-계면활성제 착화합물을 만드는 것이 아닌 금속 염화물과 나트륨 계면활성제를 반응시킨 화합물과 같은 안전한 물질로 직접 합성하는 방법을 찾아냈다. 철 전구체는 유기금속 화합물로 독성이 강하고 반응성이 높아 주변 환경에 민감했고 가격이 비쌌다. 따라서 새롭게 철-계면활성제 착화합물을 만들어내어 대량합성이 더욱 활발해졌다.
나노입자 세상을 놀라게 하다
위의 모든 연구 결과들은 나노재료 분야의 원재료를 합성하는 원천 기술 및 이론으로서 산화철 나노입자 외에도 다양한 종류의 균일한 나노입자를 합성하는 데 응용되고 있다. 해당 기술이 개발됨에 따라 균일한 나노입자의 대량생산이 가능해져 나노입자의 상업적인 이용이 늘어났고 나노입자 연구의 진보를 이끌었다. 많은 후속 연구자들이 나노바이오, 나노의약품, 나노소자, 양자점 디스플레이, 등 다양한 분야로 진출하고 있다.
해당 연구를 진행했던 UNIST 박종남 에너지화학공학과 교수는 노벨상에 가까운 연구가 나오기 위해서 한국 과학계가 노력해야 할 점에 대해 “주변에 호기심을 가지고 동료들과 토론하며 상상을 키워나가면 기초과학이 발전한다. 이에 그에 다양한 응용들이 더해져 영향력이 커진다면 자연스럽게 한국 과학계가 성장할 것이다”라고 답변했다.
이 기사는 아래의 자료를 참고하여 작성되었습니다.
1) Hyeon, T., Park, J., Chung, Y., et al. (2001). Synthesis of Highly Crystalline and Monodisperse Maghemite Nanocrystallites without a Size-Selection Process. Journal of the American Chemical Society, 123(51), 12798-12801.
2) Park, J., Hyeon, T., et al., (2004). Ultra-large-scale syntheses of monodisperse nanocrystals. Nature Materials, 3(12), 891-895. doi:10.1038/nmat1251
3) https://doi.org/10.1021/ja016812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