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트라이트 위에서 춤추는 트럼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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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성 훈(기초,20)

트럼프는 지금까지의 대통령 중 단언컨대 가장 뜨거운 인물이었을 것이다. 단순히 그의 controversial 한 부분만이 아니라, 그의 지지층들이 매우 견고했었음을 포함해서 말이다. 16년의 미국 대선은 트럼프가 휩쓸었다고 해도 될 정도로 압도적인 승리를 자랑했다. 트럼프의 승리를 떠나, 당시의 대선은 힐러리의 참패라는 형태로도 언론과 시민들에게 충격을 자아냈었다. 어찌 되었든 16년의 비관적 관측들을 깨부수고 트럼프는 백악관에 들어앉았고, 4년의 세월이 흘러 그는 다시금 미국 시민들 앞에 서게 되었다. 하지만, 올해에는 16년도의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다. 심지어 트럼프는 28년 만의 재선 실패 대통령이라는 오명을 떠안기까지 했다. 무엇이 트럼프의 기적을 무너뜨렸을까?

트럼프의 기적과 몰락은 그가 가장 신경 쓰는 대중의 관심에 있었다. 그는 두 번의 대선 내내 미국 시민들의 관심을 틀어잡았고, 이를 바탕으로 선거전략을 전개하고 있었다. 아래의 구글 트렌드 자료를 보면, 트럼프와 상대 후보와의 관심도 격차는 항상 일정 수준을 달리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물론 이 그래프가 대중의 호감도를 대변하지는 않지만, 스포트라이트는 항상 트럼프를 비추고 있었다는 것을 말해준다. 이는 트럼프가 사용하는 논란을 이용한 고위험-고수익 전략이 작용했음을 보여준다. 트럼프는 대중의 시선을 끌어모아 자신이 원하는 대결의 장에서 논의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유도했고, 잘 짜인 무대 위에서 직설적이고 알기 쉬운 화법으로 확고한 지지층을 모아내었다.

트럼프가 자신의 세력을 모았던 데 반해 16년의 힐러리는 언론의 낙관 속에 진보진영 속의 균열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 그녀는 Anti-Trump 유권자층이 자신의 지지층이 되지 않고 투표를 꺼리는 Anti-Trump, Non-Hillary 유권자층으로 남아있을 수 있다는 사실을 간과했다. 힐러리는 그녀의 과도한 PC주의 정치나 비일관적인 모습, 슈퍼팩(미국 정치자금법 외부에서 들여오는 익명의 거대 정치자금)을 남용하는 모습을 극복하여 표를 결집하지 못하였고, 더 나아가서는 비선실세 의혹이 터짐과 동시에 Anti-Trump층은 여론조사에만 등장하는 공허한 지층에 머물렀다. 결국, Anti-Trump층의 투표장 불입성과 확고한 트럼프 지지층의 결합으로 인해 트럼프는 54.7%의 저조한 투표율을 기반으로 하여, 16년 대선을 이겨내었다.

하지만, 트럼프의 주목을 끄는 전략은 20년도 대선에서는 역효과로 작용하였다. 16년도 대선에서는 지지층 확보와 반대층 분열이 동시에 일어나 그는 승리를 얻었다. 하지만, 20년 대선 전에 터진 여러 사건 사고들은 트럼프와 보수진영에 쏠려있는 관심과 기대를 Anti-Trump로 바꿔놓았다. 조지 플루이드 사건으로 인한 BLW 운동, 코로나-19로 인한 방역관리 부실 등이 트럼프에게는 치명타로 작용하였다. 특히 주목할 만한 점은, 트럼프 당선 이후 미국 보수층이 쌓을 수 있었던 지성적인 이미지가 완전히 작살났다는 점이다. 힐러리의 패배는 그녀의 실패에서 끝나지 않았고 동시에 축적된 PC운동에 대한 저항으로도 이어졌다. 여기에서 더 나아가, 벤 샤피로, 조지 피터슨과 같은 지성의 암흑망 논객들의 인기를 기반으로 한 논리적인 Anti-PC 운동에는 박차가 가해졌고, 이는 캔디스 오웬스와 같은 보수 정치인의 인기와 이미지로도 이어졌다. 하지만 트럼프의 비이성적인 쇼맨십은 그가 방역의 기본적인 원칙들을 무시하는 모습들과 백악관 내부 유행사건과 트럼프 본인의 감염과 합쳐져 ‘이성적인 보수층’의 이미지를 분쇄하였고, 트럼프가 쌓아온 카리스마를 우스꽝스러운 것으로 만들어버렸다. 더 나아가, 보수진영이 강하게 비판하던 진보진영의 위선적인 모습을 그들 또한 내재하고 있다는 낙인을 그들 스스로 찍은 꼴이 되었다.

결론적으로, 이번 대선은 16년도와 같이 트럼프가 주인공인 대선이라고 말할 수 있다. 다만, 국정 불만도 60%가량이 올해에는 오바마가 아닌 트럼프를 향해 있었고, 트럼프는 민주당에게 떠넘길 수도, 자신의 적들을 투표장에서 밀어내지도 못하였다. 조 바이든이라는 힐러리와 대비해 ‘믿을 수 있는’ 후보를 얻은 Anti-Trump층은 표를 던지러 나왔다. 그들은 이번에는 ‘거짓말쟁이’, ‘위선자’도 아닌 후보에게 표를 선사했고, 그들의 등장은 1900년대 이후 최고 투표율이라는 수치와 함께, 트럼프가 16년에 비해 더 많은 푯심을 얻었음에도 고배를 마시게 하였다. 트럼프를 백악관에 입성시켜준 스포트라이트는 이번에는 진보 세력이 반대로 불을 켜는 원인이 되어, 그 자신을 내려오게 만든 것이다.

노 성 훈(기초,20)
노 성 훈(기초,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