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대한민국에서는 표현의 자유가 보장되는 만큼 특정 대상이나 사회 현상을 비판할 자유도 있다. 잘못된 것에 대한 활발한 비판은 올바른 사회를 만드는 데 필수적인 요소다. 하지만 최근 소위 ‘사이버렉카’라고 불리는 일부 유튜버 등이 언론 윤리를 지키지 않고 특정인을 저격하는 발언을 하여 표현의 자유를 악용한다는 여론이 생긴다.
특정인을 얼마나 비판할 수 있는지는 사람마다 생각이 다르겠지만, 확실한 것은 확인되지 않은 사실에 근거해 특정인을 비판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것이다. 이는 헌법에서 명시하는 형사 재판에서의 무죄 추정의 원칙과도 연관된다. 무죄 추정의 원칙은 형사 재판에서 피고인이 유죄가 확정되기 전까지는 무고한 사람으로 추정된다는 것이다. 형사 재판에서 무죄 판결이 났다는 것은 피고인이 무고하다는 것이 아니라 무고할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무죄 추정의 원칙이 있는 이유는 무고한 사람이 처벌받는 일이 없게 하기 위함이다.
물론 일반적인 사회는 형사 재판이 아닌 만큼 무죄 추정의 원칙이 강제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억울한 사람을 만들지 말라는 무죄 추정의 원칙의 의미를 생각하면, 이는 사회에서도 개개인이 자발적으로 실현해야 하는 가치다. 하지만 최근 유튜버 정배우가 로건을 허위 사실로 저격하고 이에 로건의 아내가 정신적 스트레스로 유산하는 사건이 일어나며 사회 속에서 무죄 추정의 원칙이라는 가치가 훼손됐음을 느낀다.
그런데 정배우의 사건을 보면서 지난 학기 생화학 과목의 부정행위 논란이 생각났다. 해당 논란의 당사자 2명은 같은 공간에서 시험을 치는 등 부정행위를 의심할 수 있는 행동을 했으나 확실한 증거는 없었다. 해당 학생은 부정행위로 처리되지는 않았으나, 불리한 환경에서 재시험에 응시하는 처벌을 받았다. 그런데도 일부 학생은 당사자가 부정행위를 한 것처럼 당사자의 처벌을 요구했고, 당사자를 비난했다. 이 사건을 보면서 정배우 사건을 맞닥트렸을 때와 비슷한 안타까움을 느꼈다.
이 글이 주장하는 것은 비판 자체를 삼가라는 것이 아니다. 확인된 사실에 대한 격식 있는 비판은 필요하다. 하지만 확인되지 않은 사실에 근거한 무조건적 비판은 인간의 존엄성을 훼손할 수도 있다. 표현의 자유는 민주주의의 중요한 가치인 만큼 이를 가치 있게 사용하는 사회가 오기를 바란다.